사각형 평면 사진을 ‘구’형태 입체로 구현하다
김민 기자
입력 2019-05-22 03:00 수정 2019-05-22 03:00
베른트 할프헤르 중앙대 교수 개인전 ‘Same same but different’
독일 출신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베른트 할프헤르(55)의 개인전 ‘Same same but different’가 서울 종로구 갤러리나우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구(球)의 형태에 사진을 담은 ‘Sphere(구)’와 동영상의 정지 화면을 평면에 나열한 ‘Stories(이야기들)’ 연작으로 구성된다.
15일 전시장에서 만난 할프헤르는 ‘구’ 시리즈가 1994년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당시만 해도 360도 카메라는 물론이고 파노라마 촬영 기법도 없었습니다. 완전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진을 찍고 서로 연결시켜 작업했어요. 데이비드 호크니의 ‘포토 콜라주’와 비슷한 방식이었죠.”
독일 울름에서 태어난 그는 미술과 물리학을 함께 배워 공학에도 관심이 많다. 온전한 구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사진이 빈틈없이 이어지도록 붙인 다음 에폭시 코팅을 수차례 덧씌우는 ‘구’ 작품 제작에 통상 한 달이 소요된다. 손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공예적 측면이 강하다.
전시 제목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이미지가 쏟아지는 시점을 염두에 뒀다. 그리고 거트루드 스타인의 시 ‘성스러운 에밀리’의 구절 ‘장미는 그냥 장미이다(Rose is a rose is a rose)’를 차용했다. 그는 “온라인에 수많은 이미지가 있지만 그 속에서도 다른 뉘앙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이미지는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할프헤르는 2011년부터 중앙대 미술학부 조소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5년 처음 여행으로 한국을 찾은 뒤 2000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등으로 독일과 한국을 오갔다. 한국에 정착하게 된 것은 2006년 경기 파주 하제마을의 예술가 레지던시에 머물면서부터다.
“정치적, 사회적 작품을 선호하는 독일과 달리 한국에선 개념적인 측면에 대한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물론 정치적 이슈를 다루지만 간접적인 방식을 한국에선 더 좋게 보는 것 같습니다.”
베른트 할프헤르와 작품 ‘Sphere(구)’. 파노라마 형태로 공간을 촬영한 사진을 구 형태에 잘라 붙인 뒤 코팅해 만들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사진의 프레임 밖 공간을 개념적으로 드러낼 순 없을까. 이런 고민 끝에 ‘구’를 생각하게 됐습니다.”독일 출신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베른트 할프헤르(55)의 개인전 ‘Same same but different’가 서울 종로구 갤러리나우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구(球)의 형태에 사진을 담은 ‘Sphere(구)’와 동영상의 정지 화면을 평면에 나열한 ‘Stories(이야기들)’ 연작으로 구성된다.
15일 전시장에서 만난 할프헤르는 ‘구’ 시리즈가 1994년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당시만 해도 360도 카메라는 물론이고 파노라마 촬영 기법도 없었습니다. 완전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진을 찍고 서로 연결시켜 작업했어요. 데이비드 호크니의 ‘포토 콜라주’와 비슷한 방식이었죠.”
독일 울름에서 태어난 그는 미술과 물리학을 함께 배워 공학에도 관심이 많다. 온전한 구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사진이 빈틈없이 이어지도록 붙인 다음 에폭시 코팅을 수차례 덧씌우는 ‘구’ 작품 제작에 통상 한 달이 소요된다. 손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공예적 측면이 강하다.
전시 제목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이미지가 쏟아지는 시점을 염두에 뒀다. 그리고 거트루드 스타인의 시 ‘성스러운 에밀리’의 구절 ‘장미는 그냥 장미이다(Rose is a rose is a rose)’를 차용했다. 그는 “온라인에 수많은 이미지가 있지만 그 속에서도 다른 뉘앙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이미지는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할프헤르는 2011년부터 중앙대 미술학부 조소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5년 처음 여행으로 한국을 찾은 뒤 2000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등으로 독일과 한국을 오갔다. 한국에 정착하게 된 것은 2006년 경기 파주 하제마을의 예술가 레지던시에 머물면서부터다.
“정치적, 사회적 작품을 선호하는 독일과 달리 한국에선 개념적인 측면에 대한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물론 정치적 이슈를 다루지만 간접적인 방식을 한국에선 더 좋게 보는 것 같습니다.”
또 영상 스틸컷을 나열한 ‘이야기들’ 시리즈는 동영상의 시간 개념을 드러내고 싶어서 만들었다. 할프헤르는 “카메라를 브러시처럼 사용해보고 싶었다. 다만 특정한 개념을 겨냥하기보다 우연히 나오는 훌륭한 이미지를 좋아해서 그런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28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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