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 무조건 참는다? 강도 세졌다면 자궁건강 ‘적신호’

홍은심 기자

입력 2019-05-22 03:00 수정 2019-05-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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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관련 질환 3가지 증상과 관리법


한 달에 4∼6일, 일 년이면 2∼3달, 많은 시간을 여성들은 월경 기간으로 보낸다. 문제는 월경 그 자체가 아니다. 동반되는 여러 가지 증상들이 여성을 곤란에 빠뜨린다. 여성 10명 중 8∼9명은 월경 전후 평소와는 다른 감정 변화를 겪고 극심한 생리통으로 업무나 학업을 쉬어야 하는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월경과 관련된 이상 증상은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지만 정작 여성 스스로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거나 해결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여성들이 ‘당연히 겪는 증상, 타고난 체질 문제, 일시적인 문제’ 등으로 생각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월경 관련 질환은 자칫 자궁내막증과 같은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28일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대표적인 월경 관련 질환 3가지의 증상과 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핫팩 붙이고 쉬면 된다? 생리통, 자궁 건강의 바로미터

여성은 한 달에 한 번씩 난자를 만들어 내고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자궁내막을 두껍게 만든다. 하지만 임신이 되지 않으면 두꺼워진 자궁내막은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돼 몸에서 스스로 배출시킨다. 이때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자궁내막의 탈락과 배출을 도와준다. 생리통은 이 프로스타글란딘에 의해 자궁 수축이 일어나 유발되는 통증이다.

생리통은 가임기 여성의 과반수가 겪는 흔한 증상이다. 이 때문에 으레 그러려니 하고 참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심한 생리통은 자궁이나 난소의 이상신호 일 수 있다. 생리통 하면 흔히 복부 통증을 떠올리지만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는 골반, 허리, 머리 등 다양하며 메스꺼움과 오심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을 통틀어 ‘월경 곤란증’이라고 부른다.

생리통을 진정시키기 위해 먹는 진통제가 중독이나 내성을 유발한다는 잘못된 통념으로 무조건 참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생리 기간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견디다가 어쩔 수 없는 순간에 복용하면 통증을 조절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참지 말고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생리통은 원인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다르므로 먼저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골반과 자궁 내에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다면 일차성(원발성) 생리통으로 진단할 수 있다. 이 경우 적절한 휴식과 함께 진통제나 병원에서 처방받은 경구 피임약을 복용할 수 있다.

만일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등 골반과 자궁에서 특정 질환이 발견됐다면 해당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생리통의 양상은 다양하고 통증의 강도는 더욱 세다. 따라서 과거에 없던 생리통이 생겼거나 통증의 강도가 세졌다면, 또 처음에는 복부에만 있었던 통증이 골반이나 허리로 번지는 등 양상에 변화가 있다면 자궁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감정의 롤러코스터, 성격 탓 아닌 월경전 불쾌장애일 수

월경과 관련된 이상 증상은 꼭 월경 기간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월경을 준비하는 시점부터 많은 여성이 복부 팽만, 유방통 등 신체적 증상을 비롯해 피로, 우울, 과민, 불안의 정서적 변화를 겪는다. 이를 ‘월경전증후군(PMS)’이라고 하는데 대략 월경 시작 2∼10일 전부터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월경 기간을 포함하면 여성은 한 달 중 2주 정도의 긴 시간을 월경과 관련된 이상 증상으로 고통 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 10명 중 1명꼴에서는 정서적 변화가 극심하며 이를 ‘월경전 불쾌장애(PMDD)’로 진단한다. 월경전 불쾌장애는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까지 동반될 수 있으므로 증상이 심할 때는 산부인과에서 호르몬을 조절하는 경구피임약이나 정신 작용제 등을 처방받아 증상을 완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양이 많아 잠에서 깬 적 있다? 월경과다증 의심

생리량이 많은 것도 월경 관련 질환일 수 있다. 건강한 여성의 월경 기간은 약 2∼6일(평균 4.7일) 정도다. 정상 생리량은 평균 35mL 정도로 3시간 이상 간격으로 하루 평균 3∼5개의 생리대를 사용한다면 정상적인 양으로 생각할 수 있다. 월경 과다는 이런 범위에서 벗어나 생리량이 80mL 이상일 때다. 이는 종이컵 2분의 1 정도의 양으로, 밤중이라도 생리대나 탐폰이 1∼2시간 안에 흠뻑 젖거나 이러한 증상이 7∼10일 지속되는 경우다. 또 큰 핏덩어리가 나오고 월경량이 많아 밤에 잠에서 깨기도 한다면 월경 과다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월경과다증은 생리대를 반복해서 교체해야 하므로 일상생활과 수면 패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심하면 철 결핍성 빈혈,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유은정 차여성의학연구소 교수는 “월경과다는 호르몬 불균형, 자궁, 난소의 혹, 갑상샘, 간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어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출혈을 증가시키는 아스피린 등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월경과다증은 자궁 내막의 과도한 증식을 막기 위한 치료로 호르몬이 함유된 자궁 내 장치 시술을 받을 수 있다. 기저 질환이 원인이라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자궁절제술 등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합병증으로 빈혈이 나타났다면 철 보충제의 규칙적인 복용이 권장된다.

증상일지 기록하고 적극적인 대처 필요

일상생활, 업무, 인간관계 등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월경전증후군이 지속될 때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우선 월경전증후군 증상이 있을 때마다 증상일지(symptom diary)를 기록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이는 증상 악화에 대처하기 위한 적절한 시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불면증부터 과도한 수면까지, 수면장애가 흔히 나타나므로 평소 올바른 수면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증상이 발현되는 황체기 때는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음주는 수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스트레스는 줄이는 것이 좋지만 그 원인을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가벼운 운동과 산책 등 심리적 긴장을 풀어주는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염분 섭취는 복부 팽만, 수분 축척, 유방 팽만감과 통증을 가중시키므로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은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켜 월경전증후군 증상을 완화시킨다. 황체기에 하루 400IU 비타민E 섭취는 항산화 효과가 있어 미국산부인과학회에서도 월경전증후군 치료제로 권장한다.

하지만 이런 비약물적 치료방법들은 최소 3개월에 한 번씩 효과를 관찰해 증상이 적절히 조절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치료를 고려해야 하는데 증상에 따라 이뇨제, 프로스타글란딘 억제제, 생리 주기 조절 약물 등을 사용해 볼 수 있다.

황경주 아주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월경통, 월경전 불쾌장애, 월경과다증은 여성에게 신체적·정서적으로 상당한 불편과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며 “증상이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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