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만 풀리면 핀테크기업도 인수… 인터넷銀 진출 생각 없어”

장윤정 기자

입력 2019-05-20 03:00 수정 2019-05-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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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M&A 진두지휘 조용병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규제만 풀린다면 핀테크 기업을 언제든 인수할 수 있다며 ‘공격 경영’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제공

“핀테크 기업도 규제만 풀린다면 언제든지 인수할 준비가 돼 있죠. 지금까지 6번의 인수합병(M&A)을 하면서 이미 뭘 인수하는 데는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최근 본보 등 일부 언론과 만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신한금융의 공격적 경영전략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올해 1분기 신한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한 9184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순이익 기준 금융권 1위 자리를 지켰다. 특히 비은행 부문의 순이익이 36%를 차지할 정도로 계열사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금융지주의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다.

조 회장은 추가 M&A를 통해 비은행 부문을 계속 강화할 방침이다. 신한 측은 조 회장이 증권,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 물건들은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물론 M&A만 기다릴 수 없어 이번엔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증자도 단행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앞서 정기이사회에서 자회사인 신한금융투자에 6600억 원을 출자했다. 이번 출자로 신한금융투자는 자기자본 4조 원을 넘기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조 회장은 “다만 발행어음시장 진입에는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시장과 당국의 움직임을 살펴봐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되 너무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핀테크 기업들에 대한 인수 의지도 분명하다. 조 회장은 “보수적인 DNA를 벗고 융·복합을 하려면 핀테크 기업 등 혁신적인 기업들을 인수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2015년부터 ‘신한 퓨처스랩’을 통해 스타트업들을 육성해 왔기 때문에 규제만 풀리면 얼마든지 인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행 은행법상 국내 시중은행은 비금융회사 지분을 15% 넘게 보유할 수 없다. 핀테크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구조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당국이 이 규제를 완화할 조짐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1∼6월) 금융회사의 핀테크 기업에 대한 출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최근 ‘토스 컨소시엄’이 깨지며 불발됐던 인터넷전문은행에는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인터넷은행 자체보다 사용자들이 즐겁게 머물고 놀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이미 신한 모바일뱅킹 ‘쏠’이 있는 데다 굳이 필요하다면 계열사인 제주은행을 인터넷은행처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조 회장의 아이디어로 신한금융은 제주은행을 놓고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내놓은 여행 앱 ‘제주지니(JEJU JINI)’가 대표적인 예다. ‘제주지니’는 맛집 등 제주 여행정보와 렌터카 예약, 관광지 할인쿠폰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꼭 금융 관련 앱이 아니더라도 이용자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플랫폼을 만들면 그 방문객이 언젠가 신한의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게 조 회장의 얘기다. 조 회장은 자금난으로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는 케이뱅크에 출자할 가능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디지털뱅킹과 관련해 요즘 조 회장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제시한 ‘디지로그’(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의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자산관리가 중요해졌지만 고객이 진정한 만족감을 느끼려면 프라이빗뱅커(PB)와의 만남도 필요하겠죠.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 ‘디지로그’를 요즘 고민하고 있습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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