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배틀그라운드 화평정영의 등장. 어떻게 봐야 하나

동아닷컴

입력 2019-05-16 16:27 수정 2019-05-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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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가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2종의 중국 서비스를 중단하고, 새로운 배틀로얄 게임 화평정영을 선보였다.

기존에 서비스되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게임은 인기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호를 받지 못해 과금 모델을 붙이지 못하고 있었지만,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요구에 맞춰 게임 내용을 수정하고 판호를 획득한 화평정영은 출시 하루만에 왕자영요를 제치고 매출 1위에 오르는 위엄을 보였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출처: 게임동아

배틀그라운드 정식 IP를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판호를 획득하지 못해, 넷이즈의 배틀그라운드 아류작 황야행동에 모든 매출을 뺏기고 있었던 텐센트 입장에서는 속이 시원해지는 결과다.

텐센트의 새로운 배틀로얄 게임이 된 화평정영은 기존에 서비스되던 자극전장을 개발한 라이트스피드&퀀텀 스튜디오에서 개발을 담당했기 때문에, 사실상 같은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부분이 일치한다. 특히, 기존 데이터베이스를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기존에 즐기던 자신의 게임 데이터 그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심지어 IOS에서는 새로 설치할 필요도 없고, 기존 게임에 업데이트만 받으면 자극전장에서 화평정영으로 변화한다. 사실상 동일한 게임이지만, 판호를 획득하기 위해 일부분을 변경한 수정 버전인 것이다.

화평정영, 출처: 게임동아

다만,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게임 내 유혈 표현과 생존 경쟁이라는 배틀로얄 장르의 특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그 부분이 대폭 수정되기는 했다. 화평정영은 기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달리 유혈 표현이 없고, 죽어도 시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사하면서 아이템을 놓고 그냥 사라진다. 또한, 기존 규칙대로 최종 1인이 남을 때까지 생존 경쟁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5명 이하가 되면 모두 동일한 보상을 받고 게임을 중단할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까지 경쟁할 것인지 선택지가 나온다. 게임의 컨셉 자체를 배틀로얄이 아니라, 테러리스트에 맞서 싸우는 중국군의 모의 훈련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펍지 측은 화평정영이 배틀그라운드와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게임이며, 텐센트와의 협의를 통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2종의 중국 내 베타 테스트가 종료됐지만, 앞으로도 글로벌 서비스를 통한 협력 관계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황상 여러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아예 다른 게임이라고 확실히 선을 그은 것이다.

화평정영, 출처: 게임동아

예전과 달리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 굉장히 많아졌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글로벌 서비스를 같이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텐센트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도 없으며, 판호 획득을 위해 생존 경쟁이라는 기본 컨셉까지 바꾼 게임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 분석된다. 화평정영을 양보하는 대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해외 서비스나 배틀그라운드 중국 서비스에 대한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조건을 획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텐센트가 기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포기하고 자체 개발한 배틀로얄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이 배틀그라운드의 중국 진출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판호 업무를 재개했지만, 아직까지 한국 게임만 판호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에이펙스 레전드로 이어지는 배틀로얄 장르에 대해 중국 청소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게임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다른 게임 판호가 나오더라도 배틀그라운드만 판호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텐센트가 화평정영을 출시하면서 배틀로얄이라는 용어 자체를 아예 배제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화평정영, 출처: 게임동아

다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2종의 중국 테스트 종료가 중국 내에서 배틀그라운드 퇴출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테스트를 종료하고 화평정영을 선보인 것은 텐센트가 판호가 나올 때까지 무료 서비스로 인한 손해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지,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판호를 거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 화평정영이 판호를 문제없이 획득한 것처럼,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중국 정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은 선으로 수정이 된다면, 판호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해외 IP를 활용했더라도 중국 회사가 만든 게임이면 내자 판호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배틀그라운드도 텐센트와 공동 개발 형식으로 수정 버전을 선보인다면 중국 진출의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입맛에 맞춰 많은 부분이 달라져야 하는 중국 배틀그라운드를 배틀그라운드라고 봐야 하는지다. 특히, 펍지는 여러 국가를 진출하면서 서버는 전세계 동일 서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부분이 달라져야 한다면 동일 서버 정책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화평정영의 변화를 보면 단순히 유혈, 사망 표현 등만 수정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생존 경쟁이라는 기본 컨셉도 변화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인 포트나이트의 강력한 도전에 고전하고 있는 펍지 입장에서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자 배틀그라운드 IP를 가장 선호하는 중국 시장을 절대 놓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게임업계에 굉장히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국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텐센트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글로벌 서비스 버전을 그대로 중국에 서비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배틀그라운드 서비스 초기에 워낙 많은 중국인 핵 이용자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중국 서버 분리 요구가 빗발쳤음에도 불구하고 펍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이 상황이면 배틀그라운드 중국 정식 서비스 개시가 전세계 배틀그라운드 이용자들이 그토록 원했던 중국 서버 분리를 현실화 시켜줄지도 모르겠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남규 기자 kn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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