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제 값내고 게임사나요' 세일만 기다리는 게이머들

동아닷컴

입력 2019-05-15 17:40:00 수정 2019-05-15 17: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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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기대되는 대작들은 출시되자마자 사죠. 하지만 웬만하면 세일을 기다립니다. 몇개월 지나면 가격이 훨씬 싸지거든요."

지난 5월12일, 일산에서 개최된 플레이엑스포의 소니 부스에서 만난 한 게이머는 '콘솔이나 PC용 스팀 게임을 누가 제 돈주고 사냐'며 손사레를 쳤다. 스팀, 플레이스테이션4용 PS스토어, 엑스박스원의 MS스토어에다 국산 게임마켓인 '다이렉트 게임즈' 등을 두루 섭렵했다는 이 게이머는 "요즘 내 주변 친구들도 전부 다 세일만 노린다."고 귀띔했다.


<출시 3개월만 지나면 무더기 세일..게이머들 '유혹'>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게임 세일의 법칙에 대해 논하는 게이머들이 많다. 게임이 처음 출시되고 1개월이 지나면 10%, 3개월이 지나면 30%가 할인되고, 5개월이 지나면 게임 가격이 반값으로 떨어진다는 것. 1개월마다 10%씩 세일이 추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내용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실제로 각종 스토어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쉬지않고 게임 세일 이벤트를 열고 있다. 들어가보면 최대 90%에서 20%까지 다양한 할인율이 적용된 게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팀 로고 / 공식 홈페이지 발췌

PC용 최대 게임 스토어인 스팀은 특정 주기에 계속되는 할인으로 '연쇄 할인마'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다. 봄, 여름, 가을 등 각 시즌 및 특별한 기념일 등에 최대 9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게임을 구입할 수 있고, 매주 일요일마다 세일하는 게임도 바뀐다.

엑스박스원의 MS스토어 또한 매주 화요일마다 세일하는 게임이 바뀌면서 정기적으로 게이머들이 게임 세상에 들어오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PS스토어에서도 세일하는 게임 목록을 자주 바꿔가면서 게이머들을 유혹하고 있다.

MS스토어 홈페이지 / 공식 홈페이지 발췌

이같은 무더기 세일에 게이머들은 속수무책이다. 눈여겨봤던 게임이 기습적으로 저렴하게 나왔을때 덜컥 구입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게임 커뮤니티에는 '게임 하나만 사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3~4개의 게임을 사고 말았다', '한 번도 스팀 게임을 안산 게이머는 있어도 한 번만 산 게이머는 없다'는 식의 푸념 글이 자주 올라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러한 세일을 효과적으로 이용해서 게임을 살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각 스토어들의 세일 주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세일을 자주 이용하는 한 게이머는 "각 게임 스토어들이 세일 공지가 있을때마다 알림으로 다 알려주긴 하지만, 초보자의 경우 각 마켓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꾸준히 들어가서 세일 주기를 파악하면 좀 더 저렴하게 게임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팁을 제시했다.


<싹 바뀐 게임 문화.. 패키지보다 다운로드 시대로>

이렇게 각종 스토어와 게임사들이 출시된지 얼마되지 않은 게임들까지 대거 세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게임사들의 세일 정책이 '패키지 중고가'와 맞물려 형성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패키지 중고가보다 가격을 싸게 형성시켜야 지속적으로 게이머들에게 다운로드 콘텐츠 구입의 매리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콘솔 게임시장이 커지고 양질의 게임이 매달 출시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잦은 세일의 이유로 손꼽혔다.

한 스토어 담당자는 "세일률 10%의 작은 세일은 마케팅 정도로 인식된다. 세일율이 클 경우는 중고 게임이나 최신 게임과의 경쟁이 주요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세일이 '다운로드 콘텐츠'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다운로드 콘텐츠가 활성화되면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패키지 제작 비용이 경감되고 재고의 부담이 없으며 중고 유통으로 인한 피해도 사라지기 때문.

이러한 게임 개발사의 다운로드 위주의 정책과 더불어 게임 패키지 자체를 경험해보지 못한 10대들이 대거 콘솔 게임쪽으로 접점을 가지면서 다운로드 시장이 부쩍 커지고 있는 것도 세일을 부추기는 요소라는 것이다.

패키지 소프트웨어 시장분석 / 인터네셔널 디벨롭먼트 그룹

일례로 인터네셔털 디벨롭그룹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다운로드 콘텐츠가 패키지 매출을 뛰어넘었으며, 지난해에도 다운로드 콘텐츠의 판매 매출 비중이 패키지보다 높은 54%로 기록됐다. 또 MS에서는 아예 블루레이 드라이브가 없는 다운로드 전용 '엑스박스원' 버전을 발표하는 등 다운로드 시대로 넘어가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다운로드 콘텐츠에 대한 부작용도 있다. 이들 다운로드 콘텐츠는 패키지처럼 평생 유지되지는 않는다. 플랫폼 홀더가 사업을 접으면 사라지며, 플랫폼 홀더 내부적으로도 20~25년 정도가 유지 기한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 다운로드 콘텐츠가 활성화되다보니 게이머들이 국적을 넘나들어 심의받지 않은 게임을 받는 경우도 생겨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운로드 콘텐츠가 활성화되면서 어느 국가에서 사는 게 가장 저렴한지 게임 사이트도 생겨나고 있다."며 "아마존이나 알리가 국적없이 구매가 가능한 것처럼 게임 콘텐츠도 점차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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