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캐논 EOS RP

동아닷컴

입력 2019-05-15 14:54 수정 2019-05-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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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EOS RP, 출처: IT동아

EOS R은 캐논의 풀프레임(35mm 필름 크기에 준하는 이미지 센서) 미러리스 카메라로 소니 뿐이었던 선택의 폭을 넓히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게 무슨 대수냐 싶겠지만 시장에서 독점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서운지 이해한다면 그 가치를 어느 정도 이해해 줄 거라 생각한다. 캐논 뿐만 아니라 여러 카메라 제조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우리는 적어도 다양한 가격대의 카메라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잘 보면 의외의 공통점이 있었다. 2,000만 화소는 200만 원대, 4,000만 화소는 300만~400만 원대라는 공식이 생겨버렸다. 모두 입을 모았는지 원래 그 정도 받아야 수지타산이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사진의 즐거움을 확장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렌즈까지 생각하면 말이다.

캐논은 이 빈틈을 잘 파고들었다. EOS R은 3,000만 화소가 넘음에도 타 2,000만 화소 수준의 카메라 가격을 책정하더니, 최근 새로 선보인 보급형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EOS RP는 100만 원대에 진입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이 의외의 단어는 시장을 바꿀 수 있을까?

덩치 부담 덜어내고 순수하게 다가서다

EOS RP의 디자인. 기본적으로 상위 라인업인 EOS R의 틀을 잘 따른다. 하지만 조금 더 작아졌다. 어깨에 힘을 빼고 조금 더 순수하게 다가간다는 느낌이랄까? 그 때문에 누구나 쉽게 손에 넣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크기 자체로만 본다면 캐논의 소형 미러리스 카메라인 EOS M50과도 유사하다.

EOS R을 작게 줄인 형태지만 필요한 요소는 모두 갖췄다, 출처: IT동아

크기를 보자. 가로 132.5mm, 높이 85mm, 두께 70mm. 두께가 조금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손에 쥐는 그립부까지 포함된 수치다. 실제로는 상당히 작은 편이다. 그립이 두껍고 높게 솟아 있어 손에 쥐는 맛이 좋다. 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자세. 안정적인 자세가 최대한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만들어준다. 그립부 설계가 잘 되어 있으면 손에 힘이 잘 들어가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세에 도움이 된다.

작아졌어도 그립감은 충분하다, 출처: IT동아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은 적당하지만 성인 남성이라면 새끼손가락이 남는다. 손이 작은 성인 여성이 카메라를 쥔다면 딱 알맞은 정도. 다른 카메라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다수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가 이 정도 수준의 그립감을 제공한다.

렌즈 조합만 잘 한다면 가볍게 휴대 가능하다, 출처: IT동아

무게도 가볍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에서는 EOS RP의 무게를 485g(배터리+메모리카드)라 소개한다. 여기에 305g이라는 RF35mm F1.8 MACRO IS STM 렌즈를 물리니 780g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790g에 비해 10g 적은 수치인데, 신경 쓰지 말자. 이 정도만 하더라도 휴대에 부담스럽지 않은 수치다. 그러나 이 카메라에 고성능 렌즈를 물리면 카메라가 귀여워지면서 무게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참고로 RF50mm F1.2L USM이 950g, RF28-70mm F2L USM이 1,430g(헉), 많이 쓰이게 될 RF24-105mm F4L IS USM이 700g 정도다. 이들과 조합하면 카메라 총 무게가 최대 1.8kg에 달하게 된다. 본체가 가볍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렌즈 조합까지 고려해야 한다.

EOS R에서 호평 받았던 부분은 대부분 그대로다, 출처: IT동아

조작은 단순하고 배치도 간결하다. 다이얼은 엄지와 검지 손가락이 닿기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하나는 수직, 하나는 수평 배치되어 있다. 바로 조작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어 수동모드에서 중요한 설정인 셔터 속도와 조리개 수치를 변경하기에 좋다. 모드 다이얼도 쉽게 돌려가며 사용하게끔 되어 있다. 자칫 잘못 조작하면 원하지 않은 모드로 설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편의성으로 보면 이쪽이 낫다.

전면 방향에는 셔터 버튼만 있고 상단에도 버튼 배치를 극도로 자제했다. 쓸데 없는 조작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촬영에 집중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카메라 기능 설정은 후면에 제공되는데 그래봐야 메뉴 버튼과 빠른 설정, 정보, 촬영한 사진 보기(리뷰), 삭제, 방향키 등 10개가 안 될 정도로 단순하다. 하지만 비용 때문인지 EOS R에 있었던 터치 바는 빠져 있다.

액정 디스플레이는 EOS R처럼 회전형이 달려 있다. 원하면 덮어서 액정을 보호하거나 돌려서 셀피 촬영에 쓰는 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크기는 3인치, 화소는 104만 사양이다. 터치도 가능하기 때문에 활용성이 높다.

EOS 6D를 미러리스로 만나는 느낌

EOS RP의 실력을 알아볼 차례. 가볍지만 근접촬영(매크로)이 가능한 RF35mm F1.8 MACRO IS STM을 연결한 상태에서 촬영에 나섰다. 수동모드에서 셔터속도와 조리개, 감도 등을 변경해가며 촬영했으며 색감에 영향을 주는 요소(후보정 기능)는 쓰지 않았다. 기본 설정에서 그냥 촬영했다는 이야기다.

EOS RP로 촬영한 이미지. (▲ISO 160 ▲1/400초 ▲조리개 f/8 ▲스팟 측광), 출처: IT동아

렌즈나 카메라의 성능, 촬영 설정 등이 만나 사진 결과물에 영향을 준다. EOS RP와 35mm 매크로 렌즈의 조합은 의외의 만족감을 준다. 어디든 들고 다니면서 촬영하기에 좋다는 이야기. 타 RF 렌즈에 비해 가격적 부담도 적고, 초점거리도 35mm로 적당해서 스냅 촬영용으로 적합하다. 매크로 렌즈라고 해서 접사에 써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비가 온 뒤여서 명암 차이가 제법 있는 환경이었는데, 카메라는 이를 잘 억제해 표현한다. 먹구름과 하늘 사이의 계조도 자연스러운 편이고 햇빛에 반사된 건물의 벽 표현도 어느 정도 확보해낸다. 촬영자가 의도한 설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의도한 부분에는 최대한 응해준다 볼 수 있다.

EOS RP로 촬영한 이미지. (▲ISO 100 ▲1/800초 ▲조리개 f/2.8 ▲스팟 측광), 출처: IT동아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어떻게 그려내는지 알아보기 위해 어느 지역을 촬영했는데 계조 자체는 수긍 가능한 수준이 아닐까 생각된다. 돌의 질감이나 모래 등도 잘 표현해낸다. 렌즈나 설정에 따라 결과물이 다 다르겠지만 이 정도면 어느 누가 쓰더라도 만족하지 않을까 전망된다.

카메라의 센서는 2,620만 화소. 전반적인 사양은 EOS 6D M2와 유사하다. 센서를 활용해 초점을 잡는 구조만 다를 뿐(EOS 6D는 위상차 검출 방식을 쓴다)이다. 대신 EOS RP의 초점 영역은 화면 영역의 80% 이상(가로/세로)을 쓰기 때문에 측거 실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 동체 추적이나 눈 검출 등 미러리스 카메라 특유의 기능도 빠짐 없이 담았다.

센서는 최신 카메라에 채용한 디직(DiGiC)8을 쓴다. 데이터 처리 실력 향상에 의한 연속촬영 성능 개선 및 고감도 처리 실력이 좋아졌다. 이 카메라는 ISO 100부터 4만까지 기기 자체에서 지원한다. 여기에 확장하면 ISO 50부터 최대 10만 2,400까지 쓰게 된다. 고감도에서의 화질은 ISO 1만 2,800까지 무난하게 유지되다가 이후부터 열화가 시작된다. 그럼에도 일정 수준의 화질은 유지해준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성능 속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동영상과 셔터 성능. 기기 성격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지만 최대 셔터속도가 1/4,000초라는 점은 촬영 시 약간의 제약으로 다가온다. 특히 야외에서 밝은 조리개를 가진 렌즈를 사용할 때 아쉬움이 커진다. 동영상도 4K 지원은 긍정적이지만 기능이 조금 제한적(센서 영역)인 부분이 존재한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판을 깰 수 있을까?

160만 원대라는 가격표를 들고 온 EOS RP. 마치 EOS 6D M2를 미러리스 카메라로 만든 것 같은 친근함이 느껴지는데 실력은 더 좋아졌다. 이미지 프로세서가 업그레이드된 부분도 있지만 센서도 조율이 잘 이뤄졌다. 그 때문일까? 요즘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요구하는 기능도 충실히 담았고 성능도 안정적이다. 마치 학사 과정에서 석사 과정으로 발전했다는 느낌이다.

캐논 EOS RP, 출처: IT동아

아쉬움도 있다. 가격과 제품 등급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제한되어버린 기능이 그것.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모르겠지만 민감하다면 상위 카메라 라인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기능 자체가 부족한 게 아니다. 충분하지만 기대에 조금 못 미쳤다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을 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품은 EOS RP. 하지만 아직 렌즈가 발목을 잡는다. 일부 렌즈를 제외하면 가격대가 100만 원이 넘는다. 심지어 가장 저렴하다는 RF35mm F1.8 Macro STM도 60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니까 솔직히 부담스럽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인 듯 하다.

동아닷컴 IT전문 강형석 기자 redb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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