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버스는 시작에 불과한 주 52시간 혼선, 제도 손질 없이 출구 없다

동아일보

입력 2019-05-15 00:00:00 수정 2019-05-15 09: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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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버스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어제 밤늦게까지도 버스회사 노사와 정부, 지방자치단체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대중교통 없이는 하루도 생활하기 힘든 서민들은 밤늦게까지 협상 속보에 귀를 기울이며 다음 날 출근길을 걱정해야 했다. 버스 전용차로와 스마트한 환승·카드 시스템이 구비된 대중교통 선진국인 우리 사회가 이처럼 버스대란 위기로 내몰린 것은 경직된 정책 도입이 빚은 부작용이다.

이번 위기는 지난해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면서 노선버스를 특례 업종에서 제외했을 때 이미 예고됐다. 올 7월부터는 종업원 300인 이상 버스회사 운전사들의 근로시간이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줄고 수당 비중이 큰 버스업계의 임금구조 탓에 버스운전사들의 급여는 대폭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주 52시간제 시행을 밀어붙이기만 했을 뿐 후속 대책은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겨왔다. 인력과 임금 모두 대처할 여력이 부족한 버스회사에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달콤하면서도 무리한 짐을 떠넘기고 정작 당국은 뒷짐을 진 것이다.

파업이 임박해지자 정부와 경기도는 경기도 요금을 200원 인상키로 하고, 광역직행버스와 광역버스에 대해 준공영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자체 소관 업무인 버스 운송사업에 국비를 지원할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부랴부랴 움직였는데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결국 모두 국민의 호주머니를 터는 것이다. 게다가 6월 말이면 준공영제를 도입하지 않은 240여 곳의 버스 노조가 임금협정 만료일을 맞게 되는 등 파업 불씨는 계속된다.

주 52시간제는 내년에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버스 업계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형태의 현실적 문제가 각 업종과 사업장에 잠복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근로시간 감소로 인한 원치 않는 임금 감소를 보전해 달라는 요구도 많아질 것이다. 그때마다 지금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진 뒤에 결국 세금으로 모든 것을 메워줄 것인가.

일각에서는 근로시간이 준 만큼 어느 정도의 임금 감소는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근로자 등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임금 감소는 생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과로를 줄이고 일과 생활을 병행하자는 주 52시간제의 취지는 살리되, 현실과 맞지 않는 대목들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근본적인 처방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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