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최저임금 ‘조용’…통상임금 ‘강경’

변종국기자

입력 2019-05-14 19:37 수정 2019-05-1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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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연봉 2200만 원 수준의 노동자를 위한 제도지, 초임 연봉 5200만 원을 받는 현대차 노동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9일 발간한 노조소식지에서 ‘현대차 최저임금 미달문제와 해결대책’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투쟁에 나서지 않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현대차 근로자 중 약 6800명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최저임금 미달이 된 상황에서도 “현대차와 같은 대공장 노조가 최저임금 투쟁을 전면에 걸고 하는 건 국민정서에 반하는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한 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 노조는 여론의 분위기를 살피면서 투쟁의 강도를 조절하고 있다. 평균연봉이 9200만 원인 고임금 근로자인 현대차 노조가 최저임금제도를 활용해 임금 인상에 나서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단체협약에서도 고용세습 조항으로 불려온 ‘정년 퇴직자 또는 장기근속 조합원 자녀의 우선 채용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가 완전히 ‘변신’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인 노동운동에 나섰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1, 2심에 잇달아 패한 현대차 노조는 대법원 상고심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자신들이 적폐로 규정한 전관예우 변호사를 고용해 대응하기로 했다.

또 최저임금 문제는 부각하지 않는 대신 이를 통상임금 문제와 연계시켜 대응하겠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사측이 최저임금 미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상여금을 매달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하자 노조는 “월 단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연계해 적용하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최저임금에서 양보하는 대신 통상임금을 올리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귀족 노조라는 평가를 받다보니 여론 추이를 민감하게 살피고는 있다”면서도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라는 위치를 고려할 때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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