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개발도상국 시민의 일상 속으로…사진전 ‘사람+사람에 들다’

김동주 기자

입력 2019-05-13 16:03 수정 2019-05-1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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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바라보는 6개의 시선…‘임종진 곁지기 시선전’

네팔,캄보디아,르완다,인도네시아,필리핀,티베트등 개발도상국으로 불리는 국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마음, 삶, 풍경, 세월, 웃음, 미래라는 6개의 시선으로 담아낸 임종진 작가의 사진전이 13일부터 서울시 시민청 지하1층 시민플라자A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시가 인권문화행사의 일환으로 개최하는 사진전 ‘사람+ 사람에 들다’는 사람을 우선시하면서 인간의 존엄적인 가치를 사진에 담아내온 임종진 작가의 작품 50여점으로 꾸며졌다. 임종진 작가는 월간 말, 한겨레신문 에서 사진기자로 일했으며 현재 다큐멘터리와 사진심리치료로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치유적 사진행위의 영역을 개척해 자신의 사진이 하나의 작품이 아닌, 사람을 위한‘쓰임’의 도구로 공감과 이해의 매개체가 되길 원하며 사진치유전문 예비사회적기업인 (주)공감아이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전은 무료이며, 23일까지 열린다.
13일 서울 시민청 지하1층 시민플라자에서 열린 인권문화행사인 인권사진전 ‘사람+ 사람에 들다“ 사진 전시회. 이번 전시는 사람을 우선시하면서 인간의 존엄적인 가치를 사진에 담아낸 임종진 작가의 작품 50여점으로 꾸며졌으며 23일까지 열린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오순도순 손을 나누고 웃음과 덕담을 나누는 일상의 대화들 속에서 다시 내일을 향한 힘을 얻는다.공장 창문을 뚫고 들어온 환한 햇살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르완다. 코파카마 드라이밀. 2018

쓰레기매립장에서 하루 종일 분리수거를 하는 두 젊은 부부가 점심시간에 이르러 도시락을 먹고 있다. 일찍 식사를 마친 남편이 연거푸 손바닥을 흔들어 파리 떼를 내쫓는 사이 아내는 천천히 식사를 마쳐갔다. 남편의 손놀림은 아내가 식사를 끝내는 동안 한번도 쉬지 않았다. -캄보디아 .스떵멘쩌이 쓰레기매립장. 2005

커피 모종을 다루는 솜씨에 세월이 스며 있었다. 단지 밭고랑을 파거나 흙을 덮어 물을 주는 동작의 느낌 때문만이 아니다. 행여 잎사귀가 뜯길까 흙이 과하게 덮이지나 않을까 하나하나 모종을 아끼는 섬세한 손길이 눈에 들어서다. 늙은 농부와 젊은 농부가 더불어 힘을 나누어 섞는다. 말은 없어도 그 안에 가르침이 가득했다. 내일을 함께 준비하는 시간을 잠시 들여다보며 절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르안다. 쿠카무 마을. 2018

언뜻 보아 어른 키 높이쯤 되는 수풀더미가 마치 공구르듯이 다가왔다. 그대로 멍하닌 시선이 머문다. 형언하기 어려운 고요가 그 안에 있었다. 따가운 태양아래 흙에 치대며 살아온 그 얼굴에서 깊이를 가늠할 길 없는 무게가 저릿하게 흐른다. 간신히 어깨를 가린 웃옷 틈새로 아이 몇을 키워냈을 쭈글쭈글한 젖무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콧등이 시릿하게 아렸다. 잠깐의 눈 맞춤을 뒤로하고 할머니는 지팡이를 앞세워 다시 걸음을 옴ㄹ겼다. 닳아빠진 슬리퍼와 흙이 마주치는 걸음소리가 다시 자박자박 가슴으로 밀려들고, 물 흐르듯 걷는 뒷모습에서 고단했을 삶의 궤적이 진하게 흐른다. 마주선 시간이라야 겨우 20여초 남짓, 우연히 스친 것이라 하기엔 그 여운이 아득하게 짙었다. -네팔. 2007

겨우 단 한번 밟아본 땅, 티베트. 그 한번의 스침이 오래도록 아련한 여운으로 남아있다. 그나마 들려오는 소식은 티베트 독립을 바라는 이들이 인민해방군의 총성에 쓰러져갔다는 얘기들 뿐.살아온 땅에서, 주인으로 살아야겠다는 당연한 소망은 그렇게 날선 총검 앞에 하염없이 무너지고 가라앉는다. 티베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자신의 몸을 땅에 기대어 염원하는 것 하나뿐이다.잃어버린 자신의 땅 위에서 더 이상을 잃을 것 없이 그들의 땅은 더없이 아름답다. -티베트. 가로슝마을. 2007.


서로 눈을 마주친다는 것은 한 공간 속에서 함께 머물 때만 가능하다. 호기심으로 시작해 서로의 삶을 알게 될 즈음이 되면 웃음이 가슴에 새겨진다. 나를 받아주니 고맙고 내 어깨를 감싸줘서 또 고맙다. 캄보디아에 길게 머물던 시절 수없이 만나고 헤어지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내게 준 환한 미소와 따스했던 손길은 여전히 내안에 남아 흐르고 있다. -캄보디아. 2008~2010

시골 동네 논둑길 위에서 곤충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는 동네 꼬마들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티격태격 장난을 치고 있다. 학교를 마친 늦은 오후이니 일찍 집에 들어가기에는 아쉬움이 컸을까. -인도네시아. 2009

줄넘기 놀이에 흠뻑 취해있는 아이들 곁으로 다가섰습니다. 이내 눈치를 채고 보일 듯 말 듯 얼굴을 가리다가 곧 활짝 핀 웃음꽃을 날려주었습니다. 이 나라에서 제일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산다는 곳 한가운데 머루다가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만났습니다. -필리핀. 2018

글=동아일보 사진부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사진=(주)공감아이 대표 임종진(사진치유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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