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 증명서와 유상철 감독, 스위치골퍼 이승엽 홍보위원, 이글퍼트와 선동열 감독…휴온스 프로암의 숨겨진 얘기들

김종건 기자

입력 2019-05-13 13:10 수정 2019-05-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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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인천 서구 드림파크 컨트리클럽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제2회 휴온스 엘라비에 셀러브리티 프로암(총 상금 6억원) 4라운드가 열렸다. 유상철 감독이 보기를 범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인천|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12일 인천 드림파크 CC에서 막을 내린 휴온스 엘라비에 셀러브리티 프로암대회는 프로골프 선수들보다는 대회 3,4일째에 참가했던 유명인 덕분에 더욱 스토리가 풍성했다. 스포츠와 연예 분야에서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이들은 필드 안과 밖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남겼다.

● 생애 첫 홀인원 증명서를 받으러 다닌 유상철 감독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스 전 사령탑이었던 유상철 감독은 12일 파3 17번 홀에서 홀인원을 했다. 핸디캡 10을 적용받았던 유 감독은 이 홀에서 0이라는 스코어를 기록했다. 통상 파3 홀에서 홀인원을 하면 1을 기록하지만 유 감독은 17번 홀에서 1타의 핸디캡을 받은 덕분에 홀을 마치고도 0이라는 숫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2000년 일본 J리그 시절 골프를 시작한 이후 인생 첫 경험이었던 홀인원을 기록한 유 감독은 경기 뒤 클럽하우스 프런트를 찾아가 “홀인원 증명서 발급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통상 골퍼가 홀인원을 하면 골프장에서 증명서를 만들어준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대부분은 기념용이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가 주관하는 공식대회였기 때문이다. 프런트에서는 “홀인원 증명서는 KPGA에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결국 유상철 감독은 KPGA 관계자를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이를 지켜본 박호윤 KPGA 사무국장은 “우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증명서 발급이 가능한지 자세히 알아보고 꼭 조치를 취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순간 곁을 지나다 홀인원 얘기를 들은 한설희 프로는 덥석 유상철 감독의 손부터 잡았다. “홀인원을 한 골퍼의 손을 잡으면 재수가 좋다”는 속설을 믿었기 때문이다.

12일 인천 서구 드림파크 컨트리클럽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제2회 휴온스 엘라비에 셀러브리티 프로암(총 상금 6억원) 4라운드가 열렸다. 선동열 감독이 세컨샷을 친 후 공을 응시하고 있다. 인천|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선동열 감독이 이글 퍼트를 대충 친 이유는

아마추어 최고수 골퍼답게 선동열 전 야구 국가대표 감독은 대회 이틀 동안 80타, 76타를 기록했다. “첫날은 빠른 그린스피드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고 그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못했지만 둘째 날에는 평소만큼 쳤다”고 했던 그였다. 선동열 감독은 12일 경기 때 파5 12번 홀에서 이글 찬스를 잡았다. 2번째 샷이 홀컵 2m 가까이에 붙었다.

동반자 박성국도 선 감독의 공과 가까이 붙인 이글찬스였고 결국 이글을 성공시켰다. 선 감독도 이글을 할 수 있었지만 다른 선수의 퍼트라인을 밟아야하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선 감독은 대충 치는 것으로 퍼트를 마감했다. 경기를 마치자마자 다른 약속 때문에 일찍 골프장을 떠나야 했던 선 감독은 18홀을 마치자마자 몰려드는 사인 요청에 캐디를 놓치고 말았다. 휴대전화 등을 모두 캐디 백에 뒀던 선 감독은 한참 뒤 본부석으로 와서 캐디를 수소문한 끝에야 가방을 찾았다.

12일 인천 서구 드림파크 컨트리클럽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제2회 휴온스 엘라비에 셀러브리티 프로암(총 상금 6억원) 4라운드가 열렸다. 이승엽이 세컨샷을 하고 있다. 인천|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이승엽 홍보위원이 스위치골퍼가 된 사연

이승엽 KBO 홍보위원은 왼손 오른손으로 모두 샷을 할 수 있는 스위치골퍼다. 골프의 시작은 오른손이었다. 현역시절에는 오른손으로 스윙을 했다. 퍼트만 왼손으로 했다. 왼손잡이 타자인 그는 혹시 왼손으로 큰 스윙을 할 경우 타격 폼이나 몸에 이상이 생길까봐 조심하는 차원에서 오른손을 사용했다. 레전드 투수 송진우가 볼링 당구 등을 오른손으로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승엽 홍보위원이 왼손잡이 스윙을 선택한 것은 현역은퇴를 선언한 2년 전부터다. “좀 더 편안하게 골프를 치기 위해서였다”고 털어놓았다. 오른손으로 칠 때는 슬라이스도 많았지만 왼손으로 골프를 다시 시작한 뒤로는 스코어도 좋아지고 스윙도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김대현과 짝을 이뤄 출전했던 그는 최종라운드에 붉은색 상의와 검은색 바지, 일명 타이거 우즈 패션으로 색깔을 맞춰서 입으며 찰떡호흡을 자랑했다. 하지만 응원했던 후배 김대현이 공동 2위에 그쳤고 팀 우승도 놓치고 나자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둘 중에 하나는 우승하고 싶었는데”라고 했다.

인천|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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