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전의 발상지’ 부산 기장군, 의·과학 융합산업 메카로 뜬다

부산=조용휘 기자

입력 2019-05-13 03:00 수정 2019-05-1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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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안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왼쪽 사진). 부산 기장군 장안읍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에도 이와 비슷한 신형 연구로가 2023년 설치될 예정이다. 작은 사진은 의·과학 산업단지에 들어선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 건물. 동아일보DB

“41년간 불안감을 안고 살아온 16만4000 군민의 영광입니다. 여러 이유로 사업이 늦어진 만큼 정부에서 예산 확보를 비롯한 모든 일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해야 합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10일 신형 연구로(硏究爐·연구용 원자로)를 부산 기장군에 짓도록 허가하자 오규석 기장군수(61)는 이렇게 말했다.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효시인 고리원전이 있는 부산 기장이 방사선 의·과학 융합산업 메카로 우뚝 서게 됐다.

기장은 그동안 국가 발전을 위해 ‘희생’을 감수했다면 이제 위험이 덜한 원자력 비(非)발전 분야를 통해 기장의 미래 먹거리 생산을 선도한다는 발전 전략을 품고 있다. 그 중심은 고리원전과 가까운 기장군 장안읍 일원 147만8700m²에 조성하는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다. 2010년 개장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국내 최고의 과학기술 특성화 병원 및 암센터로 자리 잡은 가운데 ‘꿈의 암 치료기’라 불리는 중입자가속기가 들어서고 파워반도체 클러스터도 곧 구축된다. 여기에 신형 연구로가 가세해 ‘어벤저스’급 위용을 뽐내게 된 것이다.


○ 황금알을 낳는 거위, 신형 연구로

원안위의 건설 허가를 받은 연구로는 암의 조기 진단과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열출력(熱出力) 15MW급 소형 연구로다. 중성자를 이용한 반도체 생산, 비파괴 검사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신형 연구로 사업을 공모하자 9개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을 벌여 그해 7월 기장군이 유치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 2016년 9월 경주, 2017년 11월 포항에서 연이어 지진이 발생하면서 사업이 미뤄졌다. 이후 4년 6개월 만인 이달 10일 수차례 안정성 등을 검토한 원안위가 건설을 승인한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건설을 주도해 2022년 완공될 연구로는 총사업비 4389억 원(국비 3989억 원, 시비 200억 원, 군비 200억 원)이 투입된다. 2023년 성능검사와 상용운전을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로가 본격 가동되면 몰리브덴-99를 비롯해 요오드-131, 이리듐-192 같은 의료용 동위원소를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암이 전이됐는지 등의 검사에 쓰이는 몰리브덴-99는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요오드-131은 70%, 이리듐-192는 90% 정도를 자급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의료용 동위원소를 100% 자급자족하게 됨은 물론 일본 중국 등에 수출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또 연관 시설이 가동되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50년간 경제적 파급 효과는 38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고급 연구원을 비롯한 고용 유발 효과도 약 2만1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 중입자가속기로 암 치료 100%에 도전

참여기관의 분담금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하던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사업도 본궤도에 오른다. 최근 주관 연구기관인 서울대병원 이사회에서 난치암 치료를 주목적으로 하는 중입자가속기 사업을 통과시킨 데 이어 10일 관련 기관들은 협력을 다짐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오거돈 부산시장, 오규석 기장군수, 김연수 서울대병원 부원장은 이날 기장군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에서 사업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동아대병원, 부산백병원, 고신대병원은 협력을 위한 상생협약도 체결했다.

2010년 시작된 중입자가속기 사업은 1950억 원을 투입해 2017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업 주관 기관인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중입자가속기 기종을 변경하고 연구 분담금 75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장기간 표류했다. 결국 서울대병원이 새 주관 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재추진 발판이 마련됐다.

중입자가속기는 탄소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켜 정상 세포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암세포에 중점적으로 에너지를 전달해 제거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이고 치료 횟수와 기간도 단축하는 장비다. 중입자치료는 부작용도 적어 난치암 환자에서부터 의료인과 연구자도 기대가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중입자가속기를 사용하면 8대 암(폐 간 위 대장 전립선 유방 췌장 난소)의 3, 4기 환자는 기존 방사선 치료 대비 5년 생존율이 23% 이상 늘고 재발 암 환자는 약 42% 이상 완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입자가속기는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의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에 2606억 원을 들여 2023년 가동 채비를 마칠 예정이다. 2024년 초부터는 암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장군 관계자는 “중입자가속기가 구축되면 기장은 세계적인 암 치료 중심지이자 의료관광 허브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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