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상용화 문턱 넘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05-13 03:00 수정 2019-05-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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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공동, 최고 효율 24% 달성
현재 사용 실리콘 전지에 초근접… 내구성 실험 등 상용화 박차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결합한 ‘탠덤 태양전지’ 내년 英서 출시 전망


정의혁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원이 4월 세계 최고 효율을 기록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작은 사진) 모듈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차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최고 효율을 달성했다. 차세대 태양전지는 효율성과 함께 내구성 등을 강화해 상용화에 바짝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차세대 태양전지로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한 돌파구가 열리고 있다.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효율(광전효율)이 현재 주로 사용되는 실리콘 태양전지(26.6%)에 근접한 연구 성과가 잇따라 나왔다. 현재 태양광 발전에 사용되는 태양전지의 95% 이상은 실리콘 태양전지이지만 제조 공정이 복잡해 생산단가가 높다는 게 단점이다. 학계에서는 현재 페로브스카이트의 생산 단가가 실리콘의 약 절반 수준이지만 향후 개발에 속도를 내면 더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이 첫 가능성 제시… 최고 효율 한중 경쟁


페로브스카이트는 2009년 일본 연구진이 액체 형태로 태양전지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하지만 광전효율이 3%에 불과해 한동안 외면받았다. 2012년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가 고체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해 약 10%의 광전효율을 달성하며 페로브스카이트는 차세대 태양전지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이 차세대 태양전지의 실용화 문턱을 크게 낮춘 것이다.

실리콘 태양전지 최대 효율에 가장 근접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최고 효율도 한국의 몫이 됐다. 서장원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연구팀과 몬지 바웬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연구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24.23%의 광전효율을 달성함으로써 미국재생에너지연구소(NREL)가 4월 16일 공개한 ‘태양전지 최고 효율 차트’ 최상위를 차지했다.

서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2017년 10월까지 세계 최고 효율 22.7%를 기록했지만 중국과학원 연구진이 23.7%를 달성해 최고 자리를 내주었다가 이번에 다시 최고 효율 기록을 갖게 된 것이다.

상용화가 가능한 효율에 근접하면서 안정성을 확대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실리콘 태양전지와 유사한 내구성을 갖춰야 상용화가 가능하다. 서 책임연구원은 “1000∼2000시간 연속적으로 자외선을 포함한 태양빛과 유사한 환경에 노출시키는 실험을 하며 상용화 준비가 여러 단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에 페로브스카이트 결합한 태양전지 내년 나올까

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매우 잘 흡수한다. 가시광선을 흡수해 내부 전자를 들뜨게 만들어 전하가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하는 원리다. 이와 달리 실리콘 태양전지는 파장이 긴 적외선을 주로 흡수한다. 이 둘을 결합시켜 쌓는 형태로 더 높은 효율을 내는 태양전지(탠덤 태양전지)가 당장 내년에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설립한 기업 옥스퍼드PV는 지난해 12월 페로브스카이트와 실리콘을 결합한 태양전지로 28%의 효율을 달성하고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연구팀은 향상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효율을 바탕으로 기술을 최적화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과 기업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최경진 송명훈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 연구팀과 신성E&G는 ‘일체형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를 개발해 21.19%의 효율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3월 19일 국제학술지 ‘나노에너지’에 발표했다. 실리콘과 페로브스카이트를 쌓는 탠덤의 최적 구조를 모델링해 효율을 높였다.

서 책임연구원은 “세계적인 태양광 기업인 한화큐셀이 판교 미래연구소를 설립하며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 및 양산에 본격 뛰어들었다”며 “친환경 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차세대 태양전지 상용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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