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서울시 보행친화정책에 역풍 되나

뉴시스

입력 2019-05-11 10:30 수정 2019-05-11 10:3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도심 대중교통 이용자 절반 "자율주행차 전환 의향 有"
서울 상암DMC에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마련 등 촉진책
서울시 "자율주행차 상용화 아직 멀어…보행 친화 계속"



운전자 없이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인 ‘자율주행자동차’가 실생활에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버스와 지하철 등 도심 대중교통 대신 자율주행차를 타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 도심 등지에서 보행친화도시 정책을 펴고 있는 서울시에게는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김원호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등이 지난해 5월 승용차, 대중교통, 택시를 이용하는 서울 도심(종로구, 중구) 통행자 1000명을 대상으로 ‘만약 자율주행차를 구매한다면 도심 통행시 자율주행차로 전환하겠느냐’는 질문에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자 중 58.2%가 자율주행차로 전환하겠다고 답했다.

승용차 이용자 중 83.7%가 ‘전환하겠다’고 답했으며 택시 이용자의 경우 81.8%가 자율주행차로 이동수단을 바꾸겠다고 응답했다.

전환하겠다고 답한 이용자가 모두 자율주행차를 탄다고 가정할 때 하루에 서울 도심에 도착하는 자율주행차만 103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서울연구원은 추산했다. 자율주행차 도착대수 103만대는 2016년 서울시 가구통행실태조사에서 나온 하루 종로구·중구 도착 승용차 34만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보행친화도시 정책을 펴고 있는 서울시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임은 분명하다.

이번 조사 결과대로 운전면허가 없거나 운전기술이 부족해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던 시민이 도심 자율주행차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차량당 주행거리가 증가하고 도심도로 혼잡도는 급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자율주행차가 서울시의 보행친화도시 정책과 상충할 가능성이 있지만 서울시는 자율주행차 전환을 권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는 다음달 상암DMC에 세계 최초의 ‘5G 융합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구축한다.시는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자율주행 관련업체들이 장비와 편의시설을 24시간 무상으로 이용해 관련기술을 시험하게 함으로써 세계시장 진출을 돕는다.

이 테스트베드 구축사업은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자율주행차 운행량을 늘리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런 점에서 자율주행차로 인한 도로 교통량 증가라는 부작용은 아직 고려되지 않고 있다.

서울연구원은 대중교통 이용자가 자율주행차를 타고 도심으로 진입할 경우 도심권 도로교통 흐름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원호 선임연구위원은 “자율주행 기술 보급으로 인한 승용차 통행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기존 도로 공간은 더 혼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중교통 수요는 급감해 도시교통 운영과 정책 시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따라서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할 수 있는 도시교통정책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대중교통수단을 개선해 속도를 향상시키고 서비스 수준도 높여 승용차 대비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또 도심 등 중심지역에는 노면전차, 개인교통수단 공유서비스 등을 도입해 승용차 이용수요를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우려에도 서울시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될 시점을 감안했을 때 아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보행친화정책,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도심권 도로교통 기반시설 변화 때문에 기존 승용차는 물론 자율주행차도 서울 도심을 다니기는 앞으로 점점 더 불편해질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시 보행정책과 관계자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려면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아직 모른다.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기술력은 (세계시장과 비교할 때) 그리 앞서 있지 않아서 상용화에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며 “또 상용화 되려면 차량 가격이 일반인이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인하돼야 하는데 이는 어려운 문제다. 2000만~3000만원대까지는 가격이 내려가야 일반인은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점점 서울 도심에서는 승용차 타기가 어렵게 인프라가 바뀔 것이므로 운전자가 있는 차든,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든 도심권을 다니기는 불편하다”며 “시 외곽은 몰라도 도심에서는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퍼스널 모빌리티(개인용 이동수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