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中 보복관세 예정대로 강행… 적용시점은 늦춰 타협 ‘여운’

세종=이새샘 기자 , 전채은 기자 , 신민기 기자

입력 2019-05-11 03:00:00 수정 2019-05-1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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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협상 치열한 기싸움

미중 무역협상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계(視界) 제로(0) 상태에 빠져들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협상 당일인 9일(현지 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서 받은 친서를 언급하며 타결 기대감을 높였지만 정작 양국은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한 지 90분 만에 자리를 떴다. 미국은 예고한 대로 중국에 대해 관세 폭탄을 매겼지만 폭탄이 당장 터지진 않도록 사실상의 유예기간을 뒀다. 중국은 ‘즉각 보복’으로 맞불을 놓으면서도 보복 카드의 실체를 밝히진 않았다. 미중이 막판까지 ‘거래의 기술’을 구사하며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후 10일 재개되는 협상에서 양측이 극적으로 타결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 간만 본 첫날 협상 90분 만에 끝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협상 시작에 앞서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중국 시 주석으로부터 지난밤 매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 나는 아마 전화로 그와 통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5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율 인상 방침을 내놓은 뒤 불거진 협상 결렬 우려를 다소 줄이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5시 시작된 협상은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백악관은 다음 날인 10일 오전에 협상이 재개된다고 발표했지만 관세율 인상을 철회한다는 언급은 없었다. 미 행정부는 10일 0시 1분(한국 시간 10일 오후 1시 1분)부터 컴퓨터 휴대전화 의류 등 5700여 개 품목, 2000억 달러(약 235조 원)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매긴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이 25% 관세율을 적용하는 중국산 수입품은 총 2500억 달러 규모가 됐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어쩔 수 없이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중국과 문제를 해결하길 희망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미국 역시 실제 관세율 적용 시점을 늦추면서 압박 강도를 조절하고 있다. 미국 관보에 따르면 25% 관세율은 10일 0시 1분 이후 ‘중국을 출발한 제품’부터 적용된다. 중국산 제품을 미국까지 비행기로 운송해도 통관 절차까지 마치는 데는 열흘 이상 걸린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촉발 이후 미국이 출발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오전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의 협상이 매우 우호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관세율 인상으로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 깎일 것으로 봤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봤다.


○ 중간재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 타격 우려

한국무역협회는 중국산 제품의 관세율 인상 조치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상이 타결돼도 5개월째 감소세를 보이는 한국의 수출 상황이 크게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중 협상이 타결되면 미국이 요구해온 대로 중국 경제의 개방도가 높아져 한국 기업도 함께 반사이익을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중국이 한국산 대신 미국산 제품을 대거 수입하는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183원까지 올랐지만 전날보다 2.8원 내린 1177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급락했던 코스피는 0.29% 오른 2,108.04에 마감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3.10% 오르는 등 중화권 증시는 더 크게 상승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협상 타결 기대감을 버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중 무역협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중 협상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24시간 모니터링하라고 주문했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전채은·신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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