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율의 상가투자]경리단길 임대료 왜 더 못오를까

동아일보

입력 2019-05-10 03:00 수정 2019-05-14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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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 vs 가로수길 비교해보니

한때 인기를 끌었던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은 최근 폐업하는 가게가 늘면서 비어 있는 상가가 많다. 경리단길처럼 가파르게 뜬 상권은 그만큼 빠르게 쇠퇴할 수 있어 상가 투자 시 주의해야 한다. 사진은 올해 초 경리단길에서 임대로 나와 있던 상가들. 동아일보DB

김종율 아카데미원장
최근 언론에서 서울 명동, 종로 등 핵심 상권이 죽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자주 나온다. 이미 대부분의 독자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현상이다. 서울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빈 상가를 쉽게 찾을 수 있어서다. 상권 쇠퇴 보도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지역이 하나 있다. 바로 용산구 경리단길이다. 한때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지만 공실이 계속 늘어 텅텅 비어 가고 있다. 단기간에 가파르게 뜬 만큼 빠르게 쇠퇴하고 있는 것이다.

상가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리단길을 포함해 이른바 ‘○○○길’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이들은 ○○○길의 원조격인 가로수길을 예로 들며 임대료가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봤다. 가로수길은 공실이 늘어난 건 맞지만 여전히 높은 임대료를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필자는 가로수길을 제외한 대부분의 ○○○길 상권은 임대료 상승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상가에 투자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가로수길과 달리 경리단길이 갖고 있는 한계를 알아야 한다. 이른바 ‘뜨는 상권’의 임대료 인상 패턴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앞 사거리 아주 좋은 위치에 설렁탕집이 하나 있었다. 설렁탕을 팔아서 만만찮은 임대료를 충당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매출이 엄청나게 높았다. 필자가 직원 인터뷰 등을 통해 추정해본 그 식당의 월 매출은 1억5000만 원가량이었다. 월세가 1500만 원이 넘어도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시간이 지나 설렁탕집은 임대료가 더 낮을 것 같은 인근 상가로 자리를 옮겼고 그 자리에 유명 의류점이 들어왔다. 분명 설렁탕집보다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지 않았을까 예상된다. 홍대 상권이 커지고 해당 지역 소매업체들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대형 브랜드 의류업체가 그렇게 장사 잘되던 설렁탕집도 두 손 들 만큼 높은 임대료를 내고 입점한 것이다. 식당은 아무리 장사가 잘돼도 식사시간에만 손님이 몰리고 단가도 한계가 있다. 반면 공산품을 파는 판매점은 상권만 좋으면 매출이 급격하게 오를 수 있다. 월세 지급 여력이 현저하게 차이 나는 셈이다.

유명 상권의 임대료는 이런 패턴으로 올라간다. 상권이 커지면서 더 높은 임대료를 부담할 의사가 있는 대형 판매점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계약기간이 끝난 기존 가게들이 밀려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경리단길은 분명 한계가 있었다. 경리단길은 대형 판매점이 입점할 만한 상가가 별로 없다. 경리단길은 이색적인 카페거리로 적절하고 당연히 임대료도 그 업종들이 낼 수 있는 만큼이 한계인 것이다.

반면 가로수길은 식당이나 카페가 즐비했던 곳에 대형 판매점들이 입점했다. 최근에 이곳 상권도 과거에 비해 쇠퇴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대형 판매점들에 의해 높아진 임대료가 정체되고 공실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는 뜻일 뿐 여전히 경리단길보다 한 차원 높은 임대료를 유지하고 있다.

경리단길처럼 갑자기 유명해진 ○○○길에 상가 투자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 조언하고 싶다. 투자하려는 지역이 대형 판매점이 선호할 만한 상권인지 먼저 파악해보길 권한다. 지금 뜨고 있는 지역들을 살펴보면 가로수길보다는 경리단길처럼 유명 식당이나 카페들이 들어서는 것이 최선으로 보이는 지역이 더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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