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그리 움켜쥐고 있나요, 버리고 비우면 마음 편안해져”

정성욱 시인

입력 2019-05-10 03:00 수정 2019-05-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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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부산 무명사 회룡선원 회주 무명 스님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힘닿는 데까지 도움을 주고 싶다”는 무명 스님은 행복을 소망하는 이들에게 “복을 받으려면 복을 많이 지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아일보DB
불교계 방송에서 생활법문 ‘그대 알겠는가?’로 불자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고, 이를 정리해 지난해 출간한 ‘업의 그릇을 비워라’(쌤앤파커스)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행복의 그릇을 채워주는 365일 마음공부’도 냈다. 부산 무명사 회룡선원 회주 무명 스님이다. 정성욱 시인이 이달 초 무명사에서 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행복의 그릇을…’은 만다라와 삽화, 마음을 다스리는 짧은 글로 구성돼 있습니다.

“티베트, 인도에서 만다라를 그리는 건 수행의 의미가 깊습니다. 불자들이 만다라를 보면 큰 복이 찾아온다고 하죠. 다들 정신없이 살다 보니 마음을 돌볼 기회가 없어요.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만다라를 보고 좋은 글을 한 구절씩 읽으며 마음을 챙기길 바라는 생각으로 출간했습니다. ‘무얼 그리 움켜쥐고 있나요. 지금 내 마음이 괴로운 것은 무언가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놓고 버리고 비우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책에 나오는 글입니다.”

―가장 권하고 싶은 경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힘든 중생을 위해 직접 설하신 법문을 모은 ‘아함경’입니다. 행복하게 살아가고, 역경을 극복하는 방법이 자세히 기록돼 있는 원시 경전입니다. ‘아함경’을 많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참된 불자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생은 누구에게나 힘듭니다. 음식을 자기가 먹을 만큼만 그릇에 담아야 하는데 욕심을 자꾸 채우려다 보니 힘들어지는 겁니다. 그로 인해 마음에 병이 생기고, 육신의 병으로 이어지지요. 지금부터라도 비우고 버리면 편안해질 겁니다.”


―속가 나이로 마흔 살이 넘어서 출가하셨는데요?


“20대에 양친이 돌아가셨습니다. 마흔이 지난 후 어머니의 묏자리 하나 지키지 못한 것이 한이 됐습니다. 유골을 강물에 뿌리고 난 뒤 재물, 욕망이 없는 깨끗한 세상에서 수행하며 살고 싶어 먼저 해인사로 입문한 뒤, 순천 선암사에서 출가하게 됐지요.”

―천막 법당을 시작으로 지금 무명사와 회룡선원까지 불사를 하셨습니다.

“부산 금정산 기슭에 와서 천막 법당을 짓고 기도만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마음과 육신의 병을 앓고 있는 불자들을 만나 함께 수행정진하다 보니 불사가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지금도 금정산 무명사 회룡선원 불사에 원력을 쏟고 계십니다.

“회룡선원은 경치가 좋고 아름다운 산사입니다. 그런데 절터를 정리하다 보니 땅에 엄청난 쓰레기가 묻혀 있어서 지금도 그걸 치우고 있어요. 이곳을 한국 제일의 수행처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해 비영리 국제구호단체 ‘지구촌 행복나눔’을 창립하셨습니다.


“양친이 돌아가신 후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돈이 생기면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고 생각했어요. 인도, 캄보디아, 라오스 등의 오지 마을에 교육기관을 세우고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과 불우한 청소년들을 도울 예정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법문을 듣고 싶습니다.


“모든 중생이 부처이고 나 또한 부처이니 내가 태어난 날이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고 보면 날마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할 수 있어요. 행복을 누리려면 번뇌로 쌓인 업을 해소하고 착한 일을 많이 해 복을 지어야 한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성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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