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이 그림, 당시에 온갖 비난·조롱 쏟아졌던 이유는…
동아일보
입력 2019-05-08 15:56 수정 2019-05-08 16:00
‘모성의 아이콘’ ‘빅토리아 시대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이 그림. 아마도 어머니를 그린 그림 중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그림일 것이다. 인상파 화가들의 친구였던 미국 작가 제임스 맥닐 휘슬러의 대표작이다. 1855년 파리 유학을 갔던 그는 4년 후 런던에 정착했다. 이 초상화는 파리에서 주목 받지 못했던 휘슬러를 일약 스타 작가로 만들었다. 그림 속 모델은 젊어서 남편과 사별하고 가난 속에서도 자식들을 힘껏 뒷바라지한 화가의 어머니다. 화면 속엔 검은 드레스를 입은 노모가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무채색 커튼과 그림이 있는 회색 벽은 검소하면서 교양이 있는 그의 지난 삶을 짐작케 한다. 침착하면서도 금욕적이고, 자애로우면서도 강해보이는 이상적인 어머니의 모습이다. 하지만 정작 화가 자신은 어머니의 인물 묘사보다 회화 그 자체의 형식, 즉 선과 색채의 배열과 구성이 중요했다. 그래서 제목도 ‘회색과 검정의 구성 제 1번’이라 붙였다. 부제목은 전시회 때 추가된 것이다.
이 그림은 작가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1871년 어느 날 약속한 모델이 나타나지 않자 함께 살던 어머니가 대신 모델을 해준 것이다. 원래는 서 있는 포즈를 그리려고 했지만 당시 67세였던 어머니가 힘들어해서 의자에 앉은 옆모습으로 바꿨다. 노모가 십여 차례 이상 어렵게 포즈를 취해 완성된 그림은 이듬해 왕립미술원에 전시됐다. 반응은 어땠을까.
지금과 달리 온갖 비난과 조롱이 쏟아졌다. 당시 영국은 ‘라파엘 전파(1848년 결성된 영국의 화가단체)’의 감성적이고 화려한 그림들이 주류여서 이렇게 소박하고 청교도적인 그림은 외면 받았다. 이 그림이 모성(母性)의 아이콘이 된 건 1930년대 미국에서였다. 1933년 시카고 세계박람회에 출품됐을 때 화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대중들은 모성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며 열광했고, 미국정부는 1934년 이 그림의 우표까지 발행했다. 어머니의 초상 덕에 그는 미국의 국민화가가 됐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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