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강석]별은 어둠을 통해서만 보인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시인

입력 2019-05-08 03:00 수정 2019-05-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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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시인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린시절 별을 바라보던 때가 기억난다. 여름이면 밤마다 마당에 놓인 평상에 누워 별을 보았다. 요즘 도회지에서는 미세먼지나 공해로 별을 볼 수 없다. 최근 과학계의 한 이론에 의하면 사람은 별이 없으면 못 산다고 한다. 햇빛뿐 아니라 별빛도 받아야 산다는 것이다. 왜냐면 인간은 ‘별의 재(Ash of star)’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별을 보지 않으면 양심의 별도 빛이 바랜다. 그런데 별은 밝은 대낮에도 있지만 어둠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반드시 어둠을 통과해야 보인다. 칠흑 같은 어둠일수록 별은 더 반짝인다. 누군가가 인생은 여행이라고 했다. 여행 중의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여행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 안에는 미움과 증오, 연민과 사랑이 있다. 인생의 여행이 끝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하지 못한 것을 뉘우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정의의 폭양(曝陽)을 원한다. 그러나 정의의 폭양만 내리쬐면 우리가 어떻게 살겠는가. 적도의 사막에 내리쬐는 폭양을 생각해 보라.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광야 생활을 할 때도 하나님께서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그들을 덮어주었다. 우리가 어둠을 통해서만 별을 보는 것처럼 우리 마음도 미움이나 증오를 통과해야 용서와 사랑을 깨닫고 행할 수도 있다. 마침내 인생의 여행도 사랑과 용서로 끝나는 것이다.

그런데 정의의 폭양만 강조하다 보니 미움과 증오의 치킨게임만 하고 있는 게 요즘 세태다. 정치, 사회, 문화 심지어는 종교 안에도 증오와 보복의 성을 쌓아가고 있다. 아니, 총알을 가슴에 간직한 채 비틀거리며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정의라는 이름으로 위무를 받는다. 그러나 이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 사회는 미움과 증오의 여행을 중단할 때가 됐다. 정의도 지나치면 잔인함이 된다. 그러니까 우리 마음의 눈에 별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우리 함께 별을 보자. 별을 봐야 산다. 별을 봐야 낭만이 생기고 우리 가슴속에 양심과 사랑의 별이 반짝인다. 정호승 시인은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사회는 뜨거운 폭양을 가려줄 얼마만큼의 그늘도 필요하고 때로는 별을 볼 수 있는 어둠도 필요하다. 갈등과 분노, 증오와 보복의 악순환으로 치닫고 있는 이 시대. 사랑과 용서의 그늘을 만들고, 꿈의 별을 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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