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류상 가족 때문에 생계지원 소외된 노인·장애인 없어야

동아일보

입력 2019-05-06 00:00 수정 2019-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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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가 내년부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의무부양자 기준을 폐지하라고 3일 권고했다. 노인 및 중증장애인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하고 그 외 빈곤층은 추후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폐지하라고 제안한 것이다.

현행법상 국가가 최저한의 생활수준을 보장해 주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으려면 본인과 부양의무자(부모 자녀 및 배우자) 모두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 이하여야 한다. 본인이 빈곤층이어도 부양의무자가 이 기준을 넘어서면 실제 부양 여부를 떠나 기초생활급여를 받지 못한다. 2015년 기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93만 명인데, 이 중에는 실제로는 가족의 왕래가 끊겼는데도 서류상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 지원에서도 제외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200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왔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깐깐한 기준에 걸려 생계·의료급여를 받지 못한 채 빈곤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2017년 실태조사를 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의 총소득은 월평균 95만 원인 반면 비수급 빈곤층의 총소득은 50만∼60만 원에 불과했다.

최저생활 보장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들이 사회안전망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부양의무자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 다만 전면 폐지까지 가기에 앞서 여러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면 연 1조 원, 부양의무자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면 연 4조 원의 재정이 추가로 필요하다.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부분이다. 일부 부양의무자가 국가에 책임을 다 미뤄버리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위험도 있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복지 사각지대 해소의 큰 걸림돌인 부양의무자 기준을 순차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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