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콘텐츠 구독하세요”… 글로벌 IT공룡들 ‘플랫폼 전쟁’

신동진 기자

입력 2019-05-06 03:00 수정 2019-05-06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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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새로운 ‘캐시카우’로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이 ‘구독(購讀) 경제’ 플랫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이폰 판매 부진에 빠진 애플이 올가을 동영상 스트리밍과 게임 분야에서 구독형 서비스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자체 게임 플랫폼 ‘플레이갤럭시 링크’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 등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제품 판매 대신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한 덕분에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신문이나 잡지의 전유물이었던 구독이 IT업계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주목받고 있다. 월정액을 내면 동일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던 ‘구(舊) 구독 경제’가 모바일, 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결합으로 전보다 효율적이고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신(新)구독 경제’로 변화 중이다.


○ 소유보다 이용으로 옮아간 소비 메가트렌드

구독 경제는 ‘소유’보다 ‘이용’에 방점이 찍혀 있다. 1만 원으로 책 한 권을 구매하기보다 같은 값으로 도서를 마음껏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타깃이다. 월 9900원에 무제한으로 전자책을 볼 수 있는 ‘밀리의 서재’나 월 5만∼7만 원에 매주 셔츠 3∼5장을 집으로 배송해 주는 ‘위클리셔츠’ 같은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고가의 명품 가방(리본즈)이나 미술품(핀즐)도 번갈아 이용할 수 있다. 소비자는 번거롭게 서비스를 고르고 구매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고 기업은 고객을 오래 붙잡아 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렌털 서비스가 정해진 시간에 동일한 상품과 서비스를 단순 제공하는 데 반해 최근 IT업체를 중심으로 한 신구독 경제는 구매 패턴을 분석해 고객 취향과 선호도에 최적화된 사용자환경(UI)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넷플릭스는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서비스로 올해 1분기(1∼3월) 전 세계 가입자가 1억4890만 명에 이른다. 음원 시장에서도 데이터 활용이 대세다. 후발 주자인 ‘플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 홈 화면과 추천 곡을 띄우는 UI를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구독 서비스는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대중적인 소비 행태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이용자 8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4%가 유료 콘텐츠 및 서비스 구독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2016년 4200억 달러(약 490조 원)였던 글로벌 구독경제 시장이 2020년에는 53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 “고객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 질 유지가 관건”

일단 구독을 시작하면 매월 자동결제가 돼 해지를 하지 않는 한 고객을 붙잡는 ‘록인(Lock-in)’ 효과 때문에 대기업들도 속속 구독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말부터 매월 구독료를 내고 동급 인기 차종을 바꿔 탈 수 있는 현대셀렉션 등 차량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롯데백화점은 올 초부터 가정식 반찬을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독 경제의 성패는 고객에게 질리지 않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얼마나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투자액과 데이터 등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기업일수록 질 좋은 상품과 정교한 AI 추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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