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만들어줄게”…경찰 수사에도 사기 코인업체 ‘기승’

뉴스1

입력 2019-05-02 17:49 수정 2019-05-0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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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대 투자 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가상화폐업체 ‘코인업’ 강석정 대표가 12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2019.3.12/뉴스1 © News1

‘고수익’을 미끼로 암호화폐 투자를 유인하는 불법 업체의 영업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의 압수수색과 언론 보도에도 암호화폐를 내세운 사기 혐의가 계속되고 있어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20원짜리 암호화폐가 1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현혹해 지난 2월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코인업은 대표가 구속된 이후에도 “사업을 지속해 피해금을 갚겠다”는 명분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신고를 막았다. 총재·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의 직함을 단 최상위 직급자 5명이 조직 관리를 주도했다.

이들은 투자자에게 “협동조합을 설립해 암호화폐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며 투자한 원금을 보장해주겠다”며 조합원 가입을 유도했다. 또 우즈베키스탄에 새롭게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원금 회복을 위해 총 5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추가 투자를 요구했다.

이에 서울수서경찰서는 지난 2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임원급 직원 5명을 구속했다.

2018년 설립된 코인업은 ‘월드뱅크코인’을 국내외 주요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에 상장할 계획이라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투자자들에게 단기간에 400%~500%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 사진까지 합성해 홍보했다. 경찰이 지난 2월 공개한 코인업 피해자는 388명으로, 피해액은 10억원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코인업 출신의 직원이 유사한 업체를 만들고 다른 투자자를 현혹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블럭셀’은 코인업 출신 직원이 만든 투자업체로 코인업의 수법을 그대로 이용했다.

이들은 “코인을 만들어 상장할 예정으로 투자 시 6주 후에 원금의 140%로 만들어 돌려주고 추가로 투자자를 소개한 사람은 거기에 약 30%p를 얹어 원금의 170%로 환급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이같은 수법으로 180명에게 약 20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신규 회원이 투자한 돈은 기존 회원의 환급금으로 들어가면서 회사 설립 초기에 투자해 6주 후 실제로 이익을 본 사람도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 회사로부터 재투자를 권유받아 다시 돈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약속했던 새 코인 상장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블럭셀은 대표가 수백억대 사기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상황에서도 투자자에게 “현재 새로운 대표가 선임돼 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며, 연말 중 투자금 회수가 마무리된다”고 안심시켰다. 실제 기존 투자자 중 80% 이상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신일그룹(현 신일해양기술)은 간판을 바꿔달고 영업하고 있다. 신일그룹은 지난해 울릉도 인근 해저에서 ‘150조원 금괴를 실은 러시아함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며 선체인양을 내세워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을 팔아 투자금을 끌어모은 업체다. 당시 피해자는 2354명에 이르고, 피해액도 90억원에 달했다.

현재 이 회사는 ‘SL블록체인그룹’으로 이름을 바꿔 ‘트래져SL코인’(TSL코인)을 판매하다가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회사명을 다시 ‘유니버셜그룹’으로 변경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 시스템 ‘유니페이’를 만들어 “금수저의 꿈을 현실로 이뤄주겠다”며 가입자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조금만 기다리면 금수저로 만들어주겠다’는 글로 투자를 부추기는 암호화폐 업체들이 득실거리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상장시기를 묻거나 비판의 글을 올리면 게시물을 즉시 삭제해 기존 투자자의 이탈을 막고있다. 심지어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코인을 줄테니 신고하지 마라”거나 “신고하면 환불해주지 않겠다”는 등의 회유와 협박도 일삼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식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SNS에서 범죄가 이뤄지는 경우 사기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며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경우 의심하기가 어렵고 투자에 성공하고 싶은 투자자에겐 의심할만한 정황을 외면하는 확증편향 심리가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사기행각이 끊이지 않은 것은 투자자들이 불법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지금처럼 시장을 방치하면 투자자 피해가 계속될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관련 규제가 없어 피해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처럼 ‘암호화폐·블록체인’ 시장을 사각지대로 방치하는 이상, 무법천지가 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방치도 못마땅한 판국에 일부 스캠업체 때문에 암호화폐·블록체인 산업 전체가 의심받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 합법인지 불법인지 가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박경희 변호사는 “적법하게 사업을 진행하려고 노력하는 기업들도 많다”면서 “정부는 선량한 사업자들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주고 더이상 국부유출이 없도록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피해자들은 불법세력의 감언이설에 속아 또 다른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피해사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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