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김용균법’과 근로자의 날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입력 2019-05-01 03:00 수정 2019-05-0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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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충남 태안발전소 설비 점검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용균 씨의 영결식. 동아일보DB

지난달 28일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의 한 묘비 앞에 자전거 타는 청년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놓였습니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 서부발전 태안발전소에서 운송 설비 점검 작업을 하다가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조형물입니다.

그는 서부발전 하청업체에 갓 취업한 비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28일은 마침 세계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었습니다. 김용균 씨 사고는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와 열악한 근무 현실에 대해 경종을 울렸습니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12월 27일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원래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을 하던 어린 하청 노동자가 사망하면서 관련법의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의 반발로 2년 동안 국회에서 계류됐습니다. 그러다가 김용균 씨 사고가 기폭제가 돼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것입니다.

이 법으로 산업 현장의 안전 규제가 대폭 강화됐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도급 제한, 도급인 산재 예방 조치 의무 확대, 안전 조치 위반 사업주 처벌 강화, 법의 보호 대상 확대, 안전 및 보건계획 수립 의무 신설 등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나라 산업재해 사고는 연평균 8만여 명입니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연평균 2000명에 육박합니다. 잇따라 터져 나오는 물류센터 등 작업장에서의 노동자 사망 사건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비정규직 노동 문제, 하청과 재하청을 통해 위험을 외주로 떠넘기는 문제는 불평등을 고착화할 뿐 아니라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김용균법’이 이런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입니다. 근로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마련된 법정 기념일입니다. 미국에서는 5월 1일을 메이데이(May Day)라고 부릅니다. 메이데이는 미국 노동자들이 1886년 5월 1일 8시간 노동제 쟁취 및 유혈 탄압을 가한 경찰에 대항하여 투쟁한 날을 기념한 데서 유래합니다. 1889년 7월 세계 여러 국가의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모여 결성한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5월 1일을 메이데이(노동자의 날)로 결정합니다.

인간다운 삶은 천부인권적 권리입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헌법 제32조 3항은 “근로 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됐습니다.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여건은 인간다운 삶의 침해이며,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입니다. 두 바퀴로 가는 노란 자전거가 사회적 연대(連帶)의 초석이 되어 제2의 김용균이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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