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전시장 격변 보여주는 스페인 박람회

우엘바=김광현논설위원

입력 2019-04-28 19:09 수정 2019-04-2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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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로벌 가전 시장의 중요 흐름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IFA GPC 2019가 25~28일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도시 우엘바에서 열렸다. 여느 해나 마찬가지로 가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본 행사를 위한 홍보행사임과 동시에 글로벌 가전 시장의 흐름을 엿보게 해주는 자리다. 올해도 주최국인 독일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미국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 55개국에서 3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IFA가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가전 박람회이고 이처럼 많은 미디어가 몰리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가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한국의 삼성, LG는 참가하지 않았다. 미국 일본의 주요 기업들도 메인 행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인지 간단한 제품 전시도 없었다.

이 행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는 역시 중국이었다. IFA 혹은 CES, MWC 같은 대규모 전시회를 자체적으로는 기획하기 힘든 후발주자 중국에게는 더 없이 좋은 홍보기회가 아닐 수 없다.

전 세계 인구 5명 중 1명인 중국 자체 시장의 거대함은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의욕을 보이는 중국은 여타 가전기업들에게는 위협적인 존재다. 더 이상 조잡한 제품을 오로지 가격으로만 승부하는 단계는 아닌 듯 하다.

얀닉 피어링 하이얼 유럽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이탈리아 가전기업 ‘캔디’와 합병해 유럽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통계를 인용, “지난해 하이얼과 캔디 두 회사의 합계 시장점유율이 전세계 시장에서는 15.4%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하이얼은 이번 행사 현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가 아래위로 배치돼 일체형으로 결합된 형태의 ‘하이얼 듀오’ 신제품을 선보였다. 프리미엄급 제품들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또 다른 중국 가전기업 TCL의 마렉 마제스키 유럽 제품 개발 디렉터는 유럽시장 목표와 관련, “TV는 2020년까지, 오디오 제품 및 냉난방기는 2022년까지 각각 TOP3에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사운드바와 휴대용 스피커 등 오디오 제품과 구글, 알렉사의 인공지능(AI) 플랫폼과 연계된 스마트홈 시스템 등도 소개했다.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는 9월 6~11일 ‘IFA 2019’ 본 행사에서 3년 연속 기조연설을 한다.

삼성 LG는 이번 행사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은 한발 빠른 가전 및 전자 통신 분야의 선두주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옌스 하이테커 IFA사장은 5G와 함께 인공지능(AI)과 연결성을 올해 IFA의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다만 가전제품에 이 기술이 적용돼 수익성을 내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때 SONY 등 세계 가전 시장의 최강자였던 일본기업들도 이번 행사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다만 내년에 열릴 IFA-NEXT(스타트업 기업 위주 행사)의 파트너 국가로 기업 홍보보다는 일본이 세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얼마나 개방적인 국가인지를 보여주는 국가 이미지 홍보 기회로 활용했다. 파트너 기업으로 행사 주최측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일본 정부 관리까지 나서 장시간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것은 내년 도쿄 하계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의 국가 이미지를 바꾸려는 큰 전략 가운데 하나인 듯 했다.

우엘바=김광현논설위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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