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중반대 성장 난망한데…정부 목표치 올해도 수정하나

뉴시스

입력 2019-04-28 14:46 수정 2019-04-2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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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GDP 0.3%↓…10년만에 가장 낮아
홍남기 "기존 목표치 달성에 역점" 강조했지만
"6월 종합 검토" 목표치 변경 여부에 여지 둬
전문가 의견 갈려…재정 투입 실효성 의문도



올해 1분기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경기 후퇴 징조가 한층 명확해졌다. 정부가 오는 6월 내놓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률 목표치를 조정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과 함께 정책적 수단을 총동원해 2.6%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재차 강조해왔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정부 지출 확대만으로 세계 경제 하방리스크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 분기보다 0.3% 감소했다. 금융위기 여파가 덮쳤던 2008년 4분기(-3.3%) 이후 10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초부터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부진했던 데다 얼어붙은 투자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그간 호조를 보이던 민간소비마저 꺾이면서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한은은 이같은 마이너스 성장이 일시적이고 이례적이라고 선을 그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절차적 문제로 1분기에 신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지출이 전 분기 대비 0.1%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4분기 지방자치단체에서 추경 집행이 집중되면서 정부 투자가 전 분기 대비 18% 증가하는 등 기저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도 “통상 전 분기 대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 다음 분기에 기술적으로 조정 받는 경향이 있다”면서 “연초에는 사업 공모 등 절차가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SOC 집행 실적도 낮았다”고 말했다. 이어 “2분기부터는 재정 조기 집행 효과가 나타나면서 지표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올해 상반기 중 중앙 재정의 61%를 집행하기로 했다. 특히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일자리·SOC 사업은 무려 목표치를 65%로 설정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월까지 최근 5년 새 가장 높은 20.7%(60조3000억원)를 집행했다. 이는 애초 계획보다 10조4000억원이나 많다. 그러나 이같은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보려면 한 분기를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결론이다.

정부는 경제성장률 방어를 위해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세계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한 하방리스크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력 경제기구들 또한 세계 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3.7% 성장을 예견했던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3.5%, 4월 3.3%로 낮추는 등 올해 들어 두 차례나 세계 경제 전망치를 조정했다. 세계무역기구(WTO)도 지난 3월 세계 교역 증가율 예측치를 5개월 만에 1.1%p나 하향 조정했다. 우리나라 수출 역시 4개월 연속 뒷걸음질했다. 특히 전체의 21%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크게 휘청였다.
주력 품목 수출이 위축되자 제조업 가동률이 하락하고 연쇄적으로 민간 투자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중 통상 갈등이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신흥국 금융 불안 등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있는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 투자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광희 기재부 종합정책과장은 “작년부터 존재했던 위험 요소지만, 올해 들어 실제 실물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수출 중심 국가에서는 세계 경제 둔화로부터 오는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6조7000억원에 달하는 추경 규모가 경기 부양으로 이어지기에는 작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3조원대의 ‘미니 추경’을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래로 역대 추경 규모는 매번 10조원을 웃돌았다. 11조원대 추경이 편성된 2015~2017년 당시 성장률 상승 폭이 0.1%p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에 못 미치는 규모로 올해 내에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국회도 난기류에 빠지면서 기껏 짠 추경의 적시 집행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이 고위공지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선거제도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태우면서 자유한국당과 대립이 극대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생 경제 지원을 위한 추경을 ‘총선용’이라고 규정한 한국당이 추경을 합의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

추경 집행 시기마저 불투명해지자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수립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관측된다. 기재부와 달리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부터 4차례나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정부 또한 기존보다 발언 수위를 조정하며 ‘수정 가능성’을 열어두는 상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소집한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1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을 하회했다”면서 “당초 설정한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는데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6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홍 부총리는 22일 추경안 사전 브리핑에서도 “오직 추경만으로 2.6%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목표치 설정 당시보다 세계 경제와 교역 증가율 둔화 속도가 더 빨랐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경이 5월 내 통과된다는 것을 전제로 GDP 성장률이 0.1%p 오를 수 있을 것이라 밝혔으나 사실상 미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조정되는 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만 보더라도 출범 첫해인 지난 2017년에는 2.6%에서 3.0%로 높였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2.9%로 낮추며 3%대 성장 목표를 내줬다.

목표치 조정 여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이 큰 폭으로 줄면서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정부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줘야 하기에 기존 목표치를 당분간 가져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에도 내렸기 때문에 이번에도 낮출 수밖에 없다”며 “현실적으로 방어하지 못하면 책임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하반기 세수 감소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재정 투입으로 경기를 뒷받침한다는 정책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며 “추경 등 정책적 측면에서의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 2%대 성장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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