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치사율’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걸린 중국… “절반 사라질수도”

황성호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최혜령 기자

입력 2019-04-27 03:00:00 수정 2019-04-2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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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돈육 수입 늘리면 국내가격도 요동

‘중국인이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것은 세계에서 유명하다. 향항(香港·홍콩) 주민의 98% 이상이 중국인이니까 하루에 향항에서 도살하는 돼지 수는 미국 시카고의 경우보다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향항에 돼지를 수출하려다가 중공 측의 덤핑으로 업자가 손해만 보았던 실례가 있다.’(동아일보 1967년 9월 9일 횡설수설)

중국인의 돼지고기 사랑의 역사는 길다. 반세기 전에도 주요 무역 물자로서 신문에 등장했을 정도다. 이번에는 덤핑이나 무역의 문제가 아니라 돼지 질병 때문에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중국에서 발병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때문이다.

○ 치사율 100% 동물 질병, 중국서 발생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돼지 사이에 전염이 되고,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심지어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다. 현재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도살처분밖에 없다.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고, 해당 바이러스가 있는 고기를 먹어도 무해하지만 돼지에겐 치명적인 병인 셈이다. 주로 아프리카와 유럽 등지에서 지금까지 발생해왔던 까닭에 국내엔 그 위험성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병이 중국 남부에 있는 하이난(海南)섬에서 발생한 뒤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농업농촌부는 23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처음 돼지열병이 발생한 이후 이달 22일까지 129건의 감염 상황이 발생했고 현재까지 폐사시킨 돼지가 102만 마리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 결과 올해 1분기(1∼3월) 사육 돼지 수가 1억8000만 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 줄었다. 돼지고기 생산량도 1463만 t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25% 감소했다.

중국인들에게 돼지고기는 다른 고기로 대체될 수 없을 정도로 필수품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생전 가장 즐겼다는 음식도 돼지고기를 이용한 ‘훙사오러우(紅燒肉)’였다.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이달 1∼11일 중국 시장에서 돼지고기 1kg의 도매가격은 20.3위안(약 3500원)으로 지난해 4월 평균에 비해 22.6%가 올랐다.

○ 하반기 국내서도 가격 급등 가능성

다행히 국내 소비자의 식탁엔 아직까진 별다른 영향은 없다. 국내에 중국산 돼지고기는 수입되지 않는다. 중국의 돈육산업이 국내 검역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돼지고기 시장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외국산은 미국과 유럽산이 대부분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3월 이후 돼지고기 가격이 소폭 올랐지만 평소처럼 나들이 행렬이 많아지는 등의 계절적 요인이지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영향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글로벌 돼지고기 시장에 눈을 돌리면서 가격이 급등할 조짐이 보인다. 중국의 돼지가 대거 폐사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네덜란드 라보은행에 따르면 중국 사육 돼지의 절반 가까이가 폐사할 수 있고, 이는 세계 돼지고기 공급 부족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하반기(7∼12월)엔 국내 돼지고기 가격 상승 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반기(1∼6월)엔 수입을 한 재고가 남아 있어 가격이 비교적 안정되지만 하반기엔 이 물량이 부족해진다는 것.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하반기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1년 전보다 최대 12.7% 오른 kg당 4800원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에서 소비가 많은 삼겹살과 앞다리살은 중국에서도 최근 수입량이 급증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삼겹살은 중국에서도 두 번째로 소비가 많은 부위인 데다 올 들어 중국의 수입량이 1년 전보다 10.1% 증가했다.

○ 방역 뚫리면 한국도 문제

더 큰 문제는 방역이다. 치료제가 없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국내에 상륙하면 중국의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달 9일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정부부처가 국내에서 발병하지도 않은 가축 질병에 대해 담화문을 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심각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국내에 들어와 확산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경계를 조금만 풀면 언제 확산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돼지뿐만 아니라 돈육 상태에서도 존재한다. 소시지로 만들어도 몇 주 동안은 살아남는다. 중국산 돼지고기 식품이 국내에 들어오는 순간 병균이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중국을 시작으로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퍼지는 중이다.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 9일 전북 군산시 군산항으로 입국한 한 중국인의 피자 돼지고기 토핑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했다. 류영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아프리카에만 있던 이 질병이 유럽으로 퍼진 것도 비행기 등을 통해 음식 상태로 확산됐다”며 “국내에 조금이라도 퍼지면 돈육산업이 초토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의 야생동물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하는 야생 멧돼지 역시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의 숙주가 될 수 있다. 동유럽 국가에서 야생 멧돼지가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유입 경로로 지목됐던 선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의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비무장지대(DMZ)를 통한 확산도 안심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세종=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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