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청불 게임’ 무차별 유통되는 구글플레이

곽도영 기자

입력 2019-04-25 03:00 수정 2019-04-2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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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이용’ 판매되는 게임이 성관계-마약장면 상당수 등장
게임위 ‘청불’ 게임 분류에도 자체 등급 판정으로 청소년에 유통
게임위, 신고 받고 뒤늦게 “조치”



“저 19금인 거 모르고 샀는데 와우ㅋㅋ.”

23일 스마트폰 앱 마켓 구글플레이에 ‘17세 이용가’ 등급으로 올라와 있는 게임 ‘노예를 충동구매해 버렸다’의 이용자 후기다. 게임 시작 화면에는 벗은 몸의 남성이 목에 쇠사슬을 매단 채 사용자를 응시하고 있다. 성관계 장면이나 마약이 등장해 정부로부터 청소년 이용 불가(청불) 판정을 받았지만 구글의 자체 등급 판정에 따라 청소년들도 자유롭게 내려받을 수 있다.

구글플레이에 ‘전체, 3세. 12세, 17세’ 이용가로 올라 있는 다수의 게임들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 판정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글은 국내 법이 규정하고 있는 적정 등급 분류 의무를 지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등급 연령 구분도 여전히 해외 기준을 따르고 있다.

해당 게임들은 선정성 외에도 폭력성, 사행성 등의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들이 게임 아이템을 실제 현금으로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장터인 ‘거래소’를 갖춘 게임은 모두 ‘청불 등급’에 해당한다. 하지만 ‘글로리’ ‘아리엘’ ‘이터널스톰’ 등 다수 게임이 거래소를 갖고 있으면서도 12세, 심지어는 3세 이용가로 분류됐다.

이 게임들은 다른 앱 마켓에선 청불로 표시되거나 서비스가 종료됐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21조에 따라 구글플레이, 원스토어, 삼성 갤럭시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등 주요 앱 마켓들은 게임물을 유통하기 전에 자체 심사를 통해 등급을 정한다.

국내 앱 마켓들의 경우 국내 기준을 자발적으로 엄격하게 준수해 왔지만 구글은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 앱 마켓 관계자는 “월 최고 1억2000만 원 매출을 올리던 게임이 청불 판정을 받아 서비스를 종료했는데, 같은 게임을 구글플레이에선 17세 이용가로 버젓이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법상 게임물 등급은 ‘전체, 12세, 15세 이용가’와 ‘청소년 이용 불가’ 등 네 가지로 구분되는데 구글은 ‘전체, 3세, 12세, 17세, 18세 이용가’라는 자체 분류법을 고수하는 점도 문제다. 게임위는 올해 1월 “글로벌 게임 마켓 연령 등급을 국내 기준으로 맞추겠다”고 발표했지만 구글은 여전히 ‘무풍지대’인 셈이다.

게임위의 관리 실태도 문제다. 게임법에 따라 앱 마켓은 자체 등급 판정 이후 이를 게임위에 통보하고 게임위는 이에 대해 자체 모니터링을 진행해야 한다. 게임위는 다른 앱 마켓의 신고를 받고서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게임위 관계자는 “구글 측에 해당 게임에 대한 직권 재분류 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이와 관련해 “구글플레이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서 게임위와 협의한 기준이 포함된 국제등급분류기구(IARC) 설문을 통해 게임물 등급을 도출하고 있다. 등급이 잘못 판정된 게임들에 대해서는 게임위가 재분류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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