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팬덤 현상 반갑긴 해도… ‘훌리건’ 같은 역효과 경계를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 정리=이미영 기자

입력 2019-04-24 03:00 수정 2019-04-24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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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에 열광한 고객들, 장점 알려 긍정효과 확산
지나친 관심이 ‘집착’ 변질… ‘파괴형 팬덤’ 생성되기도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2016년 사상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을 때 직원들만큼 기뻐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배짱이(배민을 ‘짱’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라는 팬클럽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온라인 캠페인까지 만들어 이 소식을 널리 홍보해 주기까지 했다. 오늘날 기업들이 소비자들이 만들어내는 ‘팬덤 현상’을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생각하고 활용하는 이유다.

하지만 모든 팬덤 현상이 기업에 무조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소비자들의 지나친 팬심이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 로열멜버른공대(RMIT) 연구진은 팬덤 집단을 △보상형 △낙인형 △파괴형 등 여러 유형으로 분류해 유형별 팬덤이 기업에 끼치는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가장 이상적인 유형은 보상형 팬덤 그룹으로 드러났다. 신제품이 출시됐을 때 사용 후기를 올리며 제품에 대한 개선점을 제안하는 블로거나 유튜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소비자 집단 모두에 긍정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반면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낙인형 팬덤 집단도 존재한다. 영화 ‘스타워즈’ 팬들이 대표적 예다. 스타워즈 팬들은 영화, 등장인물 등 관련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하며 서로 공유한다. 일반 대중이 보기에 큰 의미가 없는 문제에 집착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2017년 개봉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개봉 당시엔 영화에 나온 특정 등장인물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해당 배우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테러했다. 이 불만은 2018년 개봉한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에 대한 보이콧 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팬덤 집단이 기대하는 브랜드에 대한 가치나 믿음이 무너질 경우 가장 위험한 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밖에 훌리건처럼 축구 경기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파괴형 팬덤 집단 역시 부정적인 팬덤 현상의 전형적 사례다.

팬덤을 형성하는 소비자들은 자신이 해당 브랜드와 진심으로 소통하고 있고 자신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자칫 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오히려 기업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팬덤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팬덤 집단의 특성을 잘 파악해 이들에게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정리=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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