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씨에 ‘콜록콜록’… 감기인 줄 알았는데 ‘급성 후두염’

홍은심 기자

입력 2019-04-24 03:00 수정 2019-04-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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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염

후두염이 생기면 기침이 잦아지고 후두 주변 성대에도 염증이 생겨 쉰 목소리가 난다.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면 일주일 이내 회복이 가능하다. 동아일보DB

아침저녁으로 큰 일교차 때문에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고 일어났더니 목이 붓고 갑자기 목소리가 변하는 것은 대표적인 환절기 감기 증상이다. 이는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으로 후두와 주변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급성후두염 때문이다. 특히 건조한 공기와 미세먼지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후두염에는 더욱 위협적이다.

면역력 약할 때 후두 점막 세균 침투

후두 점막은 코와 입으로 흡입한 공기를 가습하고 이물질을 걸러내는 여과기 역할을 하는 부위다. 기온차가 커져 신체 면역력이 떨어지고 건조한 대기 때문에 호흡기 점막이 약해진 상태에서 이곳에 바이러스와 세균이 침투해 염증이 생기면, 빨갛게 부어오르고 통증을 유발하면서 급성후두염이 발생한다.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이 가장 큰 원인이다. 위산 역류나 흡연과 음주 등도 영향을 미친다.

요즘같이 일교차가 큰 봄철에는 건조한 공기로 인해 후두 점막의 저항력이 약해져 후두염이 생기기 쉽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통계정보에 따르면 2017년 급성후두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92만1590명이다. 이 중 4월은 29만3731명으로 12월 33만4942명에 이어 두 번째로 환자가 많았다.

후두염이 생기면 후두가 염증 때문에 좁아지면서 심한 기침과 거친 숨소리가 나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침을 삼킬 때 목구멍에 통증을 느끼며 갑자기 목소리가 안 나오거나 심하게 변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후두뿐만 아니라 인접한 주변의 기관에도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대가 대표적이다. 만약 성대에까지 염증이 생기면 쉰 목소리와 같은 목소리 변화가 나타난다. 후두염을 방치할 경우 인두, 편도, 기관지 등 주변 조직으로 염증이 퍼져 기침, 콧물, 코막힘, 가래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심해지면 호흡이 힘들어지고 발열과 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조재구 고대구로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급성후두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만성후두염으로 악화되거나 심하면 목소리가 변할 수도 있다”며 “만성후두염으로 진행돼 성대 내 염증이 심해지면 성대 궤양이나 성대 물혹 등이 생길 수도 있어 후두염 증상 초기에 전문의를 찾아 진료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쉰 목소리 2주 이상 지속되면 음성질환 의심

급성후두염으로 생긴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음성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평소 목소리를 많이 쓰는 직업에 종사하거나 과도하게 소리를 지르며 헛기침을 하는 등 자신도 모르는 잘못된 발성습관을 가졌다면 음성질환일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를 방치하면 음성질환이 만성화될 위험은 한층 높아진다.

일단 후두염이 생기면 기침이 잦아지고 후두 주변 성대에도 염증이 생겨 쉰 목소리가 난다.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면 일주일 이내 회복이 가능하다. 치료했음에도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이는 단순 후두염이 아닌 성대결절이나 성대폴립과 같은 음성질환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은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음성질환 증상이 후두염 때문에 증상이 증폭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대에 양성점막이 생기는 성대결절이나 말미잘 모양의 종기가 성대에 발생하는 성대폴립 등의 음성질환은 생각 외로 흔하게 발생한다. 무엇보다 음성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하게 소리를 지르거나 자신의 음역대에 맞지 않는 소리를 내고 헛기침을 자주 하는 등 성대에 무리를 주는 습관 때문이다. 안 원장은 “성대결절, 성대폴립 등 잘못된 발성습관에 의한 음성질환은 1개월 이상의 음성언어치료를 통해 충분히 개선 가능하고 정도에 따라 보톡스 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컹컹 개 짖는 기침소리, 영유아 후두염 주의

영유아나 아이들은 기도가 성인보다 좁아 급성후두염이 급성폐쇄성후두염(크루프)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얼핏 기침감기처럼 보이지만 기침 소리도 다르고 기침에 따른 증상도 다르다. 미열이나 콧물 등과 함께 컹컹거리는 개 짖는 듯한 기침소리를 내면서 호흡을 힘들어하면 단순 감기가 아닐 수 있다. 아이가 숨 쉴 때 그렁거리는 소리를 내거나 코를 벌렁거리며 힘들게 숨을 쉬고, 숨을 쉴 때 가슴이 쑥쑥 들어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병원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급성폐쇄성후두염은 밤에 기침 증상이 더 심해진다. 후두염은 생후 3개월에서 5세의 아이에게서 많다. 일교차가 크거나 미세먼지가 심할 때 발병 가능성이 커 호흡기 건강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대부분은 바이러스 질환으로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염증이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고 일부 세균 기관지염 같은 합병증이 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증상치료와 감염 관리에 신중해야 한다. 급성후두염은 제때 치료 받으면 2∼3주 내에 완치된다. 가능한 한 후두에 자극을 주지 않아야 회복이 빠르다.

후두염과 감기 등 모든 호흡기 증상에는 실내 온도와 습도 관리가 중요하다. 수시로 환기를 해 실내 공기를 순환하고, 공기가 건조한 만큼 가습기를 이용해 실내 습도를 높이는 게 좋다. 21∼22도의 실내온도를 유지하고, 건조해지기 쉬운 실내는 가습기나 젖은 빨래 등으로 습도를 약 50∼60% 정도로 높여주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말을 삼가는 음성 휴식이 쾌유와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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