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떨림… 나이 들면 다 그렇다? 파킨슨병 위험 신호일 수도 있어

김상진 인제대 부산백병원 신경과 교수

입력 2019-04-24 03:00 수정 2019-04-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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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인제대 부산백병원 신경과 교수
나이가 들면서 따라오는 신체적 노화는 누구에게나 반갑지 않은 일이다. 뇌 기능이 감소되고 운동 신경도 떨어진다. ‘나이 들면 다 그렇지’라는 생각에 무심코 넘기기 쉽지만 단순한 노화 과정이 아닌 몸에서 보내는 위험 신호일 때가 더 많다.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 중 하나는 파킨슨병이다. 파킨슨병은 몸동작에 관여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해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뇌질환으로 손꼽히며 손발 떨림, 행동 느림, 팔다리 경직, 보행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흔히 뇌졸중이나 관절염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파킨슨병 환자의 일부에서는 질환의 초기에도 경도인지장애나 기억력 저하가 동반되기도 한다. 하지만 파킨슨병 환자는 대부분의 경우에 말기에 이르기 전까지는 인지기능이 비교적 잘 유지된다.

파킨슨병의 증상은 대게 서서히 나타난다. 초기 증상은 사람마다 다양한데 계속되는 피곤함과 무력감이 가장 흔하다. 팔다리가 불편해지면서 걸음걸이나 자세가 변하거나 얼굴이 무표정해지는 걸 느끼기도 하고 우울증, 변비, 수면장애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뒷목이나 허리에 통증이 오거나 글씨를 쓸 때 글자 크기가 점차 작아지거나 말할 때 목소리가 약간 쉰 듯하게 변해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전국 주요 대학병원 파킨슨병 환자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파킨슨병 증세가 나타난 후 병원을 찾기까지 평균 9.4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은 대부분 운동기능과 연관이 있다. 뇌 흑색질의 신경세포 파괴로 인해 직접적으로 나타나는데 대표적으로는 떨림, 경직, 서동(느린 움직임), 보행장애, 균형장애 등이다. 즉 발이나 다리를 질질 끌고 손은 덜덜 떨리고 평생을 써온 내 몸인데 뜻대로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과 같다. 병이 진행되면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고 사회활동도 제한돼 실제 파킨슨병 환자의 삶의 질은 같은 노인성 질환인 뇌졸중 환자와 비교해 평균 14% 낮다는 조사도 있다.

파킨슨병은 약물치료를 원칙으로 하지만 환자마다 상태나 약물 반응이 달라 환자에게 맞춤별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치료약 대부분은 다른 약물 사용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일부 정신과 약물이나 위장약에는 파킨슨병 치료 효과를 떨어뜨리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의료진에게 꼭 상담해야 한다.

매년 4월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다. 1817년 제임스 파킨슨이라는 영국인 의사가 손 떨림, 근육 경직, 느린 행동, 자세 불안정 등의 특징적 양상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떨림 마비’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처음 알려졌고 의사의 이름을 따서 ‘파킨슨병’이라고 불린다.

20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는 2017년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4년 3만9265명에서 최근 10여 년 새 약 2.5배 증가해 2017년엔 10만716명으로 조사됐다. 파킨슨병 환자의 연령대는 50대 중반에서 60대 중반이 가장 많고 40대 전에 발병한 경우도 약 5%로 알려져 있다.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의 특성상 인구가 고령화될수록 발병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치매나 뇌졸중과 비교해 파킨슨병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가 낮고 영국,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정부의 사회적·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파킨슨병 환자들이 다른 질환으로 오해하거나 증상을 방치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환자들이 최대한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가족들이 돌봄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파킨슨병은 국가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임을 인식해야 한다.

김상진 인제대 부산백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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