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진 고양이

노트펫

입력 2019-04-22 11:08 수정 2019-04-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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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1980~90년대 매주 발표되는 가요 톱 텐의 순위는 전국의 음악팬들은 숨죽이게 만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이번 주 얼마나 높은 순위에 오르는지 TV 생방송으로 확인하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긴장감과 재미였다.

당시 가요 톱 텐에는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면 최고의 영예인 골든 컵을 받는 독특한 제도가 있었다. 이렇게 골든 컵을 받은 노래는 차트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적지 않은 가수들은 가요 톱 텐에서 골든 컵을 획득하는 것을 일생의 영광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1985년 7월31일 김범룡의 ‘바람 바람 바람’은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직전 주의 1위는 골든 컵을 받았던 조용필의 ‘어제 그리고 오늘’이었다. 그리고 ‘바람 바람 바람’은 5주 연속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골든 컵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다. 8월14일, 21일 가요 톱 텐이 특집방송 관계로 결방된 것을 고려하면 ‘바람 바람 바람’은 7주 우승이나 마찬가지였다. 공전의 히트 곡이었던 셈이다.

7년 전 어느 날, 회사에서 하루 휴가를 얻어서 하루 느긋하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동네의 작은 커피숍을 찾았다.

개인적으로 글로벌 기업의 커피숍이나 대기업 계열의 커피숍 보다는 소상공인들이 하는 작은 커피숍을 좋아하므로 그런 동네 커피숍을 방문했다.

실내에는 그동안 모지 못하던 멋진 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안 보이던 고양이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2주 정도 전에 문을 열고 청소를 하였는데, 그때 고양이 한 마리가 불쑥 들어와서 지금까지 저러고 있다고 얘기했다.

고양이는 목줄 같은 표식도 하지 않아서 주인을 찾아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도 부연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가게 주인은 갑자기 찾아온 고양이 손님에게 최선을 다해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주인의 착한 마음이 손님의 마음에도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전 7년 만에 그 커피숍을 찾았다. 그 사이 이사를 몇 번 가서 그 집을 다시 가는 것은 시간적으로 결심을 해야 가능했다. 또한 주인이 커피숍을 계속 운영하고 있는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허탕을 치더라도 가보고 싶었다. 그 고양이의 근황이 궁금하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주인은 바뀌지 않았고 계속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켰다. 그리고 커피 한 모금을 삼킨 후, 주인에게 고양이의 근황에 대해 물어보았다. 고양이가 실내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인은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고양이는 불쑥 가게로 들어와서 2년 정도 커피숍에서 살았는데, 어느 날 청소를 위해 문을 잠시 열어 놓은 사이 영원히 밖으로 나가버렸다고 했다. 그렇게 대답을 하는 주인의 말에는 집을 나간 고양이에 대한 서운함과 그리움이 묻어 있는 것 같았다.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고양이를 잊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문뜩 김범룡의 ‘바람 바람 바람’의 마지막 구절이 생각났다.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날 울려 놓고 가는 바람”이다. 커피숍의 고양이는 바로 그 노래의 후렴과도 같았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
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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