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기업-中企 임금격차 최대 3배…‘근속 10년’까지 벌어져

뉴스1

입력 2019-04-21 07:23 수정 2019-04-2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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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5년 전부터 임금격차 좁혀가는데…한국은 ‘역주행’
나이 들면 격차 더 커져…중기연 “장기재직·상생정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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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국내 중소기업에 취업한 김모씨의 첫 연봉은 2230만원이었다. 같은 해 대기업에 입사한 이모씨는 3731만원을 받았다. 연봉이 1500만원(40.2%)이나 적었지만 김씨는 ‘노력한 만큼 처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10년 뒤 김씨와 이씨의 연봉격차는 어떻게 변했을까. 오히려 더 벌어졌다. 2027년 김씨의 연봉은 2956만원으로 700만원가량 늘었지만 이씨의 연봉은 5166만원으로 앞자리 숫자가 두 단계 높아졌다. 이씨가 연봉을 1400만원 이상 올리는 사이, 김씨의 임금은 이씨의 첫 연봉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평균임금이 최대 3배 가까이 벌어지고 이 격차는 근속기간 10년까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꾸준히 좁히고 있는 일본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1~9인 규모 영세 중소기업의 평균임금은 일본보다 낮은 반면, 500인 이상 대기업의 평균임금은 일본의 154% 수준으로 훨씬 높아 극단적인 임금격차를 나타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21일 발표한 ‘한국과 일본의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비교 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근 5년간 우리나라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심화했다”고 진단했다.

◇대기업-中企 임금격차 최대 3배…대기업 임금 GDP 190%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국 1~4인 규모 중소기업의 평균임금은 1745만원으로 500인 이상 대기업 평균임금(5347만원)의 3분의 1 수준(32.6%)인 것으로 집계됐다. 5~9인 기업의 평균임금도 대기업의 절반(48.3%)을 넘지 못했으며 100~499인의 중견기업의 평균임금도 대기업의 70% 수준에 그쳤다.

반면 일본은 5~9인 기업의 평균임금이 대기업의 77.1%까지 따라잡았다. 10~99인 기업의 평균임금은 대기업 대비 83.8%, 100~499인 기업은 대기업 대비 87.8%의 임금 수준을 보여 상대적으로 좁은 임금격차를 나타냈다.

일본은 최근 5년 사이 전체 중소기업의 평균임금을 꾸준히 올려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를 3.9p(Δ1~4인 5.3p Δ5~9인 6.1p Δ100~499인 2p) 줄였지만, 같은 기간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2.5p 더 벌어진 결과다.

그 결과 1인당 GDP 대비 국내 1~4인, 5~9인 영세 중소기업의 평균임금은 각각 62.3%, 92.2%로 밑돌았지만 500인 이상 대기업 직장인의 평균임금은 1인당 GDP 대비 190.8%로 큰 양극화를 보였다.

◇‘임금격차’ 근속 10년간 계속 벌어져…완화 속도는 ‘거북이걸음’

더 큰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더 벌어진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격차는 ‘근속기간 10년’까지 계속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연이 발표한 ‘한국의 근속기간별 평균임금’을 보면 499인 미만 중소기업의 평균임금은 근속기간 10년이 흐를 때까지 일제히 감소했다. 대기업 대비 59.8% 수준이었던 5~9인 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9년 뒤 57.2%로 격차가 벌어졌다. 대기업 대비 79.4% 수준이었던 100~499인 기업 근로자의 임금도 9년 뒤 74.2%로 떨어졌다.

평균적으로 중소기업에 ‘10년 이상’ 근속했을 때부터 임금 인상에 속도가 붙으면서 대기업과의 임금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하지만, 근속 ‘20년차’ 전까지는 격차 완화 폭이 미미했다.

대기업의 57.2% 수준의 임금을 받는 9년차 직장인(5~9인 기업)이 19년차가 됐을 때 임금격차는 57.4%로 10년 새 0.2%의 격차만 좁힌 것으로 조사됐다. 그마저 100~499인 기업의 직장인은 19년차까지 대기업보다 임금격차가 계속 벌어졌다.

◇나이 들면 격차 더 벌어져…“장기재직·상생협력 정책 절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임금격차가 커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500인 이상 대기업을 제외한 모든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대기업 대비 평균임금 비중이 감소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5~9인 기업에 다니는 20대 직장인은 대기업 평균임금의 56.7%를 받지만, 50대가 되면 대기업의 43.1%만 받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499인 기업 직장인도 20대에는 대기업의 75.6% 수준의 임금을 받지만, 50대에는 대기업의 61.8% 수준의 임금만 받게 됐다.

중기연은 “최근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꾸준히 좁히고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오히려 격차가 심화하는 추세를 보인다”며 “임금격차를 완화하려면 중소기업 근로자의 장기재직을 유도하고 대-중소기업 근로자의 동반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중기연은 구체적으로 “중소기업 인력정책을 생산성 향상과 연계해 장기재직을 유도하는 형태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근속기간 10년까지 임금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기 1억원의 중소기업 성과보상기금 상품’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기존 청년내일채움공제와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의 연계 가입을 허용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의 근로자의 임금 또는 복지 향상을 위해 지출하는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 상생협력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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