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아멘 코너’, 황제에겐 ‘부활 코너’

안영식 전문기자

입력 2019-04-16 03:00 수정 2019-04-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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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몰리나리 12번홀 더블보기… 뒤졌던 우즈, 공동선두 올라서
15번홀 버디로 드디어 단독선두, 16번홀 쐐기 버디로 승기 굳혀
메이저 15승 중 첫 역전드라마


‘골프 황제’가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1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총상금 1150만 달러) 최종 4라운드. 타이거 우즈(44·미국)는 2타(버디 6개, 보기 4개)를 줄여 최종 13언더파 275타로 1타 차의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207만 달러(약 23억5000만 원).

자신의 15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5번째(1997, 2001, 2002, 2005, 2019년) 그린재킷으로 장식한 우즈는 메이저 최다승(18승) 보유자인 잭 니클라우스의 마스터스 최다 우승(6회)과 샘 스니드(이상 미국)의 PGA 통산 최다 우승(82승)에 단 1승만을 남겼다. 우즈는 16일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서 6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즈가 세계랭킹 10위 안에 든 것은 2014년 8월 이후 약 4년 8개월 만이다.

역시 ‘명인열전’이었다. 최종 4라운드 후반 한때 공동 선두가 5명이나 될 정도로 혼전이었다. 하지만 우승 후보들이 즐비한 ‘밀림’에서 마지막에 포효한 것은 타이거였다. 브룩스 켑카(29)와 잰더 쇼플리(26), 더스틴 존슨(35·이상 미국) 등 공동 2위(최종 12언더파) 3명은 ‘황제의 귀환’을 돋보이게 해준 멋진 들러리였다.

우즈가 거둔 메이저 15승 중 역전 우승은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쉬운 승부는 아니었다. 챔피언 조에서 대결을 펼친 ‘타이거 천적’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7·이탈리아)는 좀처럼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2타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몰리나리의 철통같은 ‘빗장’이 드디어 7번홀(파4)에서 풀렸다. 몰리나리는 티샷 실수로 보기(3온 2퍼팅)를 기록해, 이번 대회 49홀 연속 노보기 플레이에 제동이 걸렸다. 반면 우즈는 두 번째 샷을 홀 30cm에 붙여 버디를 낚아 몰리나리를 1타 차로 압박했다.

마스터스 우승은 신이 점지한다고 했던가. ‘아멘 코너’ 12번홀(파3)에서 역전 드라마의 서막이 시작됐다. 몰리나리는 어이없게 티샷을 물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하는 바람에 우즈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기세가 오른 우즈는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으며 드디어 단독 선두에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몰리나리는 이 홀에서 두 번째 더블보기를 하며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고, 결국 공동 5위(최종 11언더파)에 그쳤다.

몰리나리는 제쳤지만 앞선 조의 쟁쟁한 경쟁자들이 호시탐탐 선두 자리를 넘보는 상황에서 맞이한 16번홀(파3). 우즈는 절묘한 티샷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깃대 오른편 그린에 떨어진 볼은 내리막을 타고 굴러 홀 1m 지점에 멈췄고 손쉽게 버디를 낚아 2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선 것. 우즈는 18번홀(파4)에서 세컨드샷 실수로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라와 1타를 잃었지만 우승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챔피언 퍼트를 마무리한 우즈는 양팔을 활짝 펼치며 감격적인 승리의 순간을 만끽했고 관중의 기립박수와 환호에 함박웃음으로 화답했다.

한편 마스터스에 세 번째 출전한 유일한 한국 선수인 김시우(24)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도전했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공동 21위(최종 5언더파)로 마쳤다.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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