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석유제왕’ 아람코, 한국 정유업계 큰손으로

황태호 기자

입력 2019-04-16 03:00 수정 2019-04-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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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사 3곳 손잡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인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17%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아람코는 국내 4대 정유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중 GS칼텍스를 제외한 3곳과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어 앞으로 한국에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현대중공업지주는 보유 중인 현대오일뱅크 지분 17.0%를 아람코에 약 1조4000억 원에 매각하고 2.9%의 지분에 대한 콜옵션도 아람코에 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람코가 추후 콜옵션을 행사하면 지분을 최대 19.9%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아람코는 앞으로 2대 주주로 현대오일뱅크의 이사회 의석을 확보해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중공업지주는 여전히 74.1%(아람코가 콜옵션을 행사하면 71.2%)의 지분으로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다. 정유업계는 앞으로 현대오일뱅크가 아람코로부터 도입하는 원유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아람코의 한국 자회사인 에쓰오일은 최대주주인 아람코로부터 20년 단위의 계약을 맺고 원유를 공급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유시장에선 1년 단위 공급이 체결된다. 아람코는 1991년 당시 쌍용양회가 보유했던 쌍용정유 지분 35.0%를 인수한 데 이어 쌍용그룹이 해체되면서 28.4%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며 에쓰오일로 사명을 바꿨다. 2015년에는 한진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에쓰오일 지분도 전량 매수해 현재 보유 지분은 63.46%에 이른다.

지난해 1조6654억 원인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이 아람코의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석유 정제, 석유화학사업 등 아람코의 미래 먹거리 측면에서 보면 중요성이 작지 않다. 에쓰오일의 원유 정제능력(하루 66만9000배럴)은 아람코가 보유한 총 정제 능력 중 11.8%를 차지한다. 또 에쓰오일이 약 10조 원을 투자해 진행 중인 1,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 역시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아람코가 진행하고 있는 미래사업이다.

정유업계는 아람코가 에쓰오일에 이어 현대오일뱅크의 주요 주주가 되면서 한국 정유산업과 사우디 석유산업의 관계가 한층 두터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아시아의 핵심 원유 정제 기지이자 석유화학산업 선진국으로 떠오른 한국에 아람코가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도 아람코와 곧 사업 파트너 관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의 사업자회사 SK종합화학은 2015년 사우디 최대 석유화학업체인 사빅과 합작해 고성능 플라스틱 ‘넥슬렌’(메탈로센 폴리에틸렌) 생산을 위한 ‘사빅SK넥슬렌컴퍼니’를 설립했다. 아람코는 채권 발행을 통해 수혈한 자금으로 사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사빅 인수 역시 아람코를 원유 생산 기업에서 종합 에너지산업 회사로 바꾸기 위한 조치다. 사빅이 아람코의 자회사가 되면 SK 역시 아람코와 파트너사가 되는 셈이다.

아람코는 최근 120억 달러(약 13조68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2240억 달러(약 255조3600억 원)에 달하는 지난해 영업이익을 공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86년 동안 이 회사의 실적은 베일에 싸여 있었지만 이번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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