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앙금 풀릴까…조양호 회장 마지막 찾은 조남호·정호 형제

뉴스1

입력 2019-04-13 18:19 수정 2019-04-1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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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난 후 멀어진 형제들, 큰형 죽음에 침통 기색 역력
조정호 회장 KCGI와 연합 가능성? 명분·실리 부족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2019.4.13/뉴스1 © News1

고(故) 조양호 회장 동생들인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13일 빈소를 찾았다. 조양호 회장과 이들은 2002년 아버지 조중훈 창업회장 사후 경영권 분쟁으로 다툼을 겪었다. 이후 형제간 교류가 끊겼으나 큰형의 죽음에 침통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조중훈 회장은 슬하에 1녀 4남을 뒀다. 조양호 회장이 장남이다.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둘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셋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막내)은 아버지 작고 후 형제의 난을 겪었다.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던 이들 형제는 조양호·조수호, 조남호·조정호로 나눠 대립해왔다. 기내 면세 사업권, 유언장 조작 논란 등을 놓고 둘째와 막냇동생은 큰형인 조양호 회장과의 소송다툼을 불사했다. 이 과정에서 일삼이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장남과 셋째, 차남과 사남은 형제애가 깊지만 양측은 앙숙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그만큼 감정의 골이 깊었다.

이 때문에 큰형과 앙금을 풀 기회가 없었던 두 형제의 조문은 한진가(家)에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사형제 중 남은 아들은 이 둘이 전부다.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은 2006년 지병으로 별세했고 조양호 회장까지 세상을 등졌다. 사실상 경영일선에 남아있는 형제는 막내인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 하나다.

조남호 회장이 최근 실적 부진으로 경영권을 상실해서다. 흔들리는 한진가에서 조정호 회장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한진그룹은 창사 이후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조양호 회장은 승계 준비를 마치지 못한 채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사모펀드 KCGI는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3.47%를 쥐고 한진을 위협하고 있다.

이날 장시간 조카들을 위로한 조정호 회장은 침통한 기색을 억누르며 말 없이 빈소를 나섰다.

일각에서는 조정호 회장이 KCGI를 도와 한진그룹 경영권 장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버지인 조중훈 회장이 남긴 한진은 사명에 ‘한민족의 전진’이라는 뜻이 담겼다. 큰형과 분쟁을 겪긴 했지만 사모펀드와 손잡고 부친이 일군 그룹을 집어삼키는 건 조정호 회장에게 오명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런 식으로 경영권을 장악해도 사모펀드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외세를 끌어들여 내부혼란을 수습할 경우 내정간섭 등 부작용을 겪게 되는 약소국 처지와 같다.

사모펀드와의 연합은 명분도 약하지만 차후 다른 방식의 분쟁이 빚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실리 면에서도 득이 되는 선택은 아니다.

한진그룹 지분 취득 등 움직임을 보인다면 조원태 사장 우호군(백기사)을 자처하는 게 오히려 명분이나 실리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 외부세력이 아버지가 세운 그룹을 통째로 삼키는 시도를 방어하는 한편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한진 경영에 다시 참여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게 맞다”면서도 “그렇다고 큰형의 죽음을 기회로 삼아 사모펀드와 연합해 그룹 경영권 장악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관측은 실리나 명분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다만 평소 조정호 회장의 실리주의 성향을 감안했을 때 조원태 사장의 한진칼 지분 상속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조정호 회장은 둘째 형인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이 위기 때 도움을 요청하자 “회사 돈이 내 돈은 아니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형제의 난을 겪은 뒤 멀어졌던 가족관계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기도 하다. 이같은 성향을 고려하면 경영문제에 직접 간섭하기보다 집안 어른으로서 조언 정도의 역할만 할 수도 있다.

한편 고 조양호 회장이 보유했던 한진칼 지분은 17.84%로 전량 상속받아야 조원태 사장이 경영권을 지키는데 유리하다. 지분 상속세는 최소 1750억원에서 2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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