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18만원 창업주택… “임차료 걱정 덜고 큰 꿈 펼쳐요”

한우신 기자

입력 2019-04-12 03:00 수정 2019-04-12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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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창업주택 ‘도전숙’ 가보니

청년 창업인을 위한 주택 도전숙에서 만난 강륜아 메리킹 대표(오른쪽)와 김희진 핀핀플라워&클래스 대표. 강 대표는 코딩 교육에 활용하는 ‘컵드론’, 김 대표는 꽃을 들어 보이고 있다. 촬영 장소가 강 대표의 사무실이자 집인 강동구 2호 도전숙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집에 들어서자 모든 게 한눈에 들어왔다. 오른쪽부터 주방, 컴퓨터가 있는 책상, 그리고 침대가 차례대로 놓였다. 벽면에는 TV와 옷장이 있다. 낯선 사람마저 반겨주는 검은색 털 강아지까지 19.8m²(6평) 남짓한 원룸은 그야말로 꽉 차 있었다. 방의 주인은 강륜아 메리킹 대표(29·여)다. 작은 방이지만 이전에 살던 고시원을 생각하면 감사할 따름이다.

“25만 원짜리 고시원에 살았는데 지금 월세는 17만8000원이에요.”

강 대표가 사는 이곳은 ‘도전숙(도전+숙·宿)’. 청년창업가들을 위한 주택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매입한 주택에 자치구가 선정한 만 39세 이하 창업자나 예비창업가들이 입주한다. 거주는 2년씩, 최장 6년까지 가능하다. 2014년 성북구에 처음 문을 연 이후 현재 서울에 19곳이 있다. 강 대표는 지난해 3월 문을 연 강동구 2호 도전숙 ‘강동드론마을’에 산다.

그가 지난해 9월 설립한 메리킹 본사 역시 같은 주소다. 직장인의 로망이라는 ‘직주근접(직장과 집이 가까운)’을 넘어선 ‘직주일체’를 실현한 셈. 강 대표는 “여기가 본사이기는 한데 막상 사무실에 있을 때는 별로 없다. 오전 7시에 나가서 밤 12시에 들어오는 게 일상”이라며 웃었다.

메리킹은 주로 청소년에게 심리상담과 함께 코딩을 비롯한 정보기술(IT)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창업 초기라 불러주는 곳은 어디든 달려가다 보니 사무실이자 집은 주로 반려견 방울이가 지킨다.

자치구가 관리하는 주택에 사는 또 다른 이점은 자치구를 통해 여러 사업 기회를 얻게 됐다는 것. 강동구에서는 강 대표가 강연할 수 있는 기관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청년 창업인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도 알려준다. 강동구는 도전숙 4곳은 물론 유튜브 등을 통해 1인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주택 ‘청년안테나’도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한다.

다른 청년창업가들을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것도 도전숙의 장점이다.

김희진 핀핀플라워&클래스 대표(31·여)는 지난해 11월 강동구 4호 도전숙인 ‘천호도전숙’에 입주했다. 입주와 동시에 창업인으로서 첫발을 디뎠다. 김 씨는 “도전숙에서 조명공예, 가죽공예, 디자인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한 청년들을 만났다. 만날 때마다 ‘우리가 어떻게 협업할 수 있을까’ 얘기하곤 한다”고 했다.

그는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정기적인 꽃 배달 사업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주일에 한 번씩 시기별로 다른 꽃을 주문자에게 배달해주는 것으로 미국 서부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이다. 한국에서는 20∼40대 여성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꽃과 조명공예, 꽃을 활용한 디자인컨설팅 등 이들의 상상력이 결합할 가능성도 커져 간다. 김 대표는 “청년 창업인끼리 서로 위로하기도 하고 격려하기도 하고, 또 치열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고 했다.

도전숙 사람들은 아직 불안정하다. 월세 20만 원이 안 되는 공간을 누군가는 한계라고 여기기도 한다. 물론 그들은 기회라고 믿는다. 강 대표는 “직장에 다녔어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일 텐데 우리는 하고 싶은 걸 하니까 한결 낫지 않으냐”고 했다. 그의 꿈은 미국 유명 방송인이자 사회사업가인 오프라 윈프리처럼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꿈을 꾸는 공간은 6평짜리 방이자 사무실이지만 그 꿈마저 6평인 건 아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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