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봄이 온다’ 그후 1년, BTS 오고무 선보이는 한국무용가 석예빈

양형모 기자

입력 2019-04-12 05:45 수정 2019-04-1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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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가 석예빈.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리틀 최승희’ 석예빈, 평양공연 ‘봄이 온다’ 서울서 재현

18일 강남문화예술회관서 ‘보살춤’, '두드림' 선봬
명인 김미래·석무현, 명창 김정민과 함께 무대
“대학로에서 장기 공연하는 작품 만들고 싶어요”

대한민국 예술단이 평양을 방문해 공연을 펼친 지난해 4월을 기억하시는지(그렇다 벌써 1년이 되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관객들에게 감동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고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박수를 받고 돌아온 이 공연의 제목은 ‘봄이 온다’였다.

그런데 ‘봄이 온다’의 막이 열리자마자 맨 처음 등장한 인물은 가왕 조용필도 이선희, 백지영, 윤도현, 걸그룹 레드벨벳도 아니었다. 갓 스물이나 넘겼을까. 한 눈에도 앳돼 보이는 여성 무용수의 춤사위는 지극히 아름다웠다. 그가 팔을 뻗을 때마다 무대에서는 꽃잎이 흩날리는 장관이 펼쳐졌다.

무용수의 이름은 온종일 포털 사이트 실검에 오르내렸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 이 젊은 무용수의 이름은 석예빈(23). 중앙대학교 공연영상창작학부 무용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어린 나이(당시 7세)에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최승희 춤으로 발표회를 열어 ‘리틀 최승희’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 석예빈이다.

“평양에서 했던 공연을 우리 국민께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10일 스포츠동아 인터뷰실에서 만난 석예빈은 “언젠가 다시 서울에서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딱 1년 만에 이루어졌다”고 했다. 강남문화재단 주최로 서울 대치동 강남문화예술회관에서 18일에 공연한다. 타이틀은 ‘최승희의 아리랑, 봄이 온다’. 1년 전 평양에서 선보인 감동의 무대를 고스란히 재현한다. 살풀이 명인 김미래 문화예술통합연구회 이사장, 영화 휘모리의 주연 명창 김정민, 타악명인 석무현이 함께 한다.

이날 공연에서 석예빈은 ‘봄이 온다’와 함께 최승희의 대표작 보살춤 그리고 물동이춤을 선보일 예정이다. 당대 현대무용의 월드스타이자 북에서 최고인민회의대의원, 조선무용가동맹중앙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최승희(1911~1969)의 춤 세계는 석예빈이 인생을 걸고 돌진하는 목표다.

무용가 석예빈.

어린 시절 어머니 김미래씨의 “너 최승희 춤 춰볼래?”라는 한 마디에 석예빈의 인생은 너무도 일찌감치 정해져버렸다. 석예빈은 “춤이라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하겠다고 했던 건데”하며 웃었다.

일본 현대무용의 선구자 이시이 바쿠를 사사한 최승희는 1946년 남편, 오빠와 함께 월북해 인생의 후반을 북한에서 보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자료는 대부분 북한과 일본에 있다. 석예빈은 최승희의 춤을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가죽을 꿰듯 힘들게 배워야 했다.

명창이 스승에게 판소리를 배우듯 석예빈도 그렇게 최승희 춤의 레퍼토리를 늘려갔다. 현재 석예빈이 추는 최승희 춤은 물동이춤, 초립동, 보살춤, 도라지춤, 쟁강춤, 진주무희 총 다섯 개다.

“평양에서 보니 민족무용(북에서는 조선무용이라고 부른다) 추는 사람들의 기본이 모두 최승희 춤이라고 하더라. 남북관계가 더 좋아지고 교류가 많아진다면 언젠가 북한에 있는 최승희 자료를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석예빈은 전통에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는 무용수다. ‘무용은 어렵다’, ‘한국무용은 지루하다’라는 불편한 시선도 수긍한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아직도 아름답고 재미있게만 봐달라는 건 무리”라고 했다.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이를 시대에 맞게 변형하고, (관객을)즐겁게 만들고, (사람들에게)알려야 한다는 얘기였다. 석예빈이 무용가이면서도 연기를 복수전공하는 이유도 무용과 연기를 융합해 더욱 발전된 무용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한국무용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대한 열정을 품은 그는 K-POP에도 주목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아이돌’에는 “얼쑤 좋다”, “지화자 좋다”가 들어있다. 안무에도 한국적인 춤사위가 비친다.

석예빈은 방탄소년단 ‘아이돌’의 음악에 맞춰 오고무를 새롭게 각색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두드림(Do Dream)’이란 제목으로 선보인다.

“졸업 후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대학로 같은 곳에서 연극, 뮤지컬처럼 장기 공연하는 무용작품을 꼭 만들어보고 싶어요.”

한국무용의 대중화와 세계화. 석예빈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다 보니 꿈만은 아닌 듯싶다. 여친 생일날 “우리 오늘 대학로 가서 끝내주는 무용 한 편 볼까?”할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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