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하마드 알리 쓰러뜨린 ‘파킨슨병’, 뇌신경세포 소멸로 발생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19-04-11 03:00 수정 2019-04-1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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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장애와 우울감 등 다양한 증상… 퇴행성질환으로 조기 치료가 중요

파킨슨병 환자를 상대로 뇌 속 도파민 부족을 확인하는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제공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남긴 말이다. 영원한 챔피언은 평생 식단 관리와 체력 증진에 힘써 왔다. 그런 그를 한 번에 KO 시킨 것은 다름 아닌 파킨슨병이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심혈관 질환이나 암 등에 대한 치료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파킨슨병은 여전히 원인조차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질환이다.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다. 이를 맞아 파킨슨병의 진단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만드는 뇌신경세포들이 죽어가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이다. 퇴행성 질환의 특성상 증상이 서서히 악화돼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보이는 증상이 많아진다. 대표적인 것이 △행동이 느려지는 ‘서동증’ △몸이 뻣뻣해져 움직일 때 부자연스러운 ‘강직현상’ △손·발 떨림 등이다. 진행 정도에 따라 얼굴이 무표정해지거나 말소리가 작아지고 거동 시 중심 잡기가 힘들어진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안태범 교수는 “행동 장애 외에도 우울감, 어깨통증, 소변장애, 피로감 등 비운동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어르신에게 이전에 보이지 않던 증상이나 행동의 변화가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 빨리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파킨슨병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약물’이다. 증상 대부분을 호전시킬 수 있으나 퇴행성 질환의 특성상 ‘완치’ 개념은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약물에 대한 반응과 효과가 떨어져 약물 증량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뇌심부자극술을 이용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뇌심부자극술은 문제가 있는 뇌의 운동회로에 직접 전기자극을 주어 회로의 변화를 유도해 운동 증상을 개선하는 요법이다.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박창규 교수는 “환자별 약물 반응의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며 “약물 조절과 수술자극 조절이 동시에 이뤄지면 호전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파킨슨병은 신경과와 신경외과의 협진을 토대로 한 다학적(多學的)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퇴행된 도파민 관련 운동회로에 줄기세포를 이식해 회로도를 정상으로 돌리는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또 파킨슨병에 동반되는 보행 장애와 관련해 척수신경자극술을 통해 증상이 호전됐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 초음파 치료로 운동장애 증상이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박 교수는 “최근의 연구들은 밖에서 일방적인 자극을 주는 게 아니라 뇌 신호전달 체계를 변형하거나 이상을 스스로 감지해 적절한 자극이나 변화를 유도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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