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두레’ 정신 살린 新공동체 사업모델 주목!

김민식 기자

입력 2019-04-10 03:00:00 수정 2019-04-10 11: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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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즈 재단’, 블록체인 P2P 장점 살려 자원 공동관리 시스템 구축
공동체가 직접 규율 정하고 신뢰 만드는 ‘사회의 커먼즈화’ 추구


커먼즈 재단의 최용관 이사장과 휴고 벨라스케스 모레노 파라과이 부통령.
예전에 우리나라는 ‘두레’ 공동체를 통해 공존의 방법을 찾았다. 두레 외에도 ‘품앗이’를 통해 노동력을 상호 교환하며 농사를 짓거나, 부녀자들이 서로 협력해 길쌈을 하는 등 시너지를 발휘했다. 오늘날의 글로벌 경쟁력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 커먼즈 재단(이사장 최용관)은 블록체인 P2P 장점을 살려 중앙 관리 없이도 공동체가 직접 규율을 정하고, 공동으로 자원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화제다.


최용관 이사장
블록체인 P2P 장점 살린 ‘사회의 커먼즈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블록체인, 비트코인, 채굴산업 등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변하는 키워드가 됐다. 그럼에도 투자 정보의 불확실성, 보이지 않는 화폐에 대한 신뢰 부족,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플랫폼의 허상(虛像) 등을 이유로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암호화폐 공개(ICO) 투자회사들은 성장 가치만 이야기하고, 암호화폐를 안정화하지 못하는 사례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커먼즈 재단이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공동사업체로서 그간의 불신 문화를 바로잡고 기업에 새로운 투자 유치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커먼즈 재단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비영리 단체로 출발했다. 탈(脫)중앙화한 블록체인을 통해 신뢰할 수 없는 곳에 신뢰를 만들 수 있는 ‘사회의 커먼즈화’를 추구한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1세대로 불리는 이사장은 2015년부터 글로벌 재단을 구상해 오다가 자본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재단을 설립하게 됐다.

‘커먼즈(Commons)’란 공동체가 직접 규율을 정하고, 공동으로 자원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사회적이고 의식적인 변화에 관한 조사, 지원, 형성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커먼즈 기반의 P2P 문화, 경제, 거버넌스 및 사회 모델의 구현을 목표로 한다. 최 이사장은 “예전부터 우리나라에 대동계, 두레 등과 같은 경제공동체가 있었는데, 하나는 물질적 자본을, 다른 하나는 지식 자본을 나누는 공동체로 볼 수 있다”며 “물질적 자본은 제한적이므로 아끼고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나, 지식 자본은 나눌수록 커지는 특징을 갖고 있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비영리재단을 만들면 글로벌 무대로 확대도 가능해 여러 집단이나 전문가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점에 착안했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커먼즈 파운데이션과 비트퓨리 그룹의 MOU 체결.
블록체인 원천기술의 확보와 남미시장의 진출

커먼즈 재단이 추진 중인 대표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에는 ‘마이크로비트코인(MBC·MicroBitcoin)’ 오픈 소스 프로젝트의 적극적 지원을 통해 암호화폐 결제 확산, 블록체인 원천 기술의 확보와 ‘골든구스(Golden Goose) 프로젝트’를 통한 전체 암호화폐 생태계 확장 및 암호화폐 생태계 내에서의 영향력 확보가 있다. 마이크로비트코인은 비트코인을 하드포크한 암호화폐를 일컫는다. 총 2100억 개를 발행하여 손쉽게 소액 결제를 할 수 있다. 블록 사이즈는 늘리고 블록 생성 시간을 비트코인의 10분에서 1분으로 줄여 결제 시간을 단축했다. 현재 마이크로비트코인은 전 세계적으로 채굴이 진행 중이며 채굴전문장비(ASIC)에 저항성을 가진 채굴알고리즘이 적용되어 GPU와 CPU 등을 이용하여 약 5만 대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스마트폰으로 채굴하는 앱이 곧 출시될 예정이여서 저개발국이나 일반인들도 채굴에 참여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골든구스 프로젝트는 채굴센터와 거래소 설립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 파라과이 시우다드델에스테 지역에 세계 최대 암호화폐 채굴센터와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을 위한 계약을 파라과이와 체결하면서 구체화됐다. 이 계약은 파라과이가 세계 최대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는 이타이푸 수력발전소 부근에 30만 m² 규모(약 10만 평)의 채굴센터 부지와 건물, 500MW급의 변전소 부지를 제공하고, 초고속인터넷 전용망 설치, 관련 사업 일체를 위한 법률 제정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골든구스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출발로서 올해 1월 30일 블록체인 유니콘 기업인 비트퓨리 그룹(Bitfury Group)과 임시채굴센터 가동을 위한 비트퓨리의 암호화폐 채굴장비 BlockBox AC(BBAC)를 주문하는 내용이 포함된 포괄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파라과이의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고(kWh당 2.5센트) 청정한 전력을 사용하여 채굴 이익을 높일 수 있다는 점과 아울러, 비트퓨리와 파트너십 계약을 통해 대규모 채굴센터에 적합한 하드웨어 장비 사용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져 시너지 효과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BTC) 채굴에 전 세계 전력량의 0.5%가 소모되고 있다. 채굴의 난이도가 지속해서 상승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전력 소모율 또한 높아지고 이익률은 떨어지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커먼즈 재단의 이번 계약은 청정한 수력 에너지를 공급받아 지구 환경을 지속 가능하게 하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전력 요금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둔 것이라 할 것이다. 최 이사장은 “2020년 하반기에는 비트코인의 네 번째 반감기(halving·블록 보상 감소)가 도래하며, 이것이 비트코인의 상승 모멘텀이 되어 약 1만6000달러까지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이를 대비해 채굴을 준비하는 것”이라면서 “비트코인의 가격이 올라가면 수익성도 증가해 새로운 코인이나 플랫폼을 만드는 것보다 비트코인 채굴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말했다. 최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된 비트코인은 대략 4년마다 채굴량이 절반씩 줄어드는 반감기를 겪는다. 다음 반감기는 2020년 6월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지난 몇 번의 조정 과정에서 보여준 결과대로 비트코인 가격 변동에 긍정적 변화가 예고되는 시점에서 적절한 시기라 할 것이다.

골든구스 프로젝트의 참여

골든구스의 골드(GOLD)토큰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상의 ERC-20 토큰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부자에게 주어진 골드토큰을 보유하고 있는 비율만큼 매일 기부 보상을 지급하게 된다. 기부자들에게는 마이닝 센터에서 채굴되는 비트코인 전체 채굴량의 30%와 글로벌 거래소 전체 수수료의 70%를 마이크로비트코인으로 골드토큰 보유자들에게 매일 기부 보상할 예정이다. 이미 재단은 가장 크게 지원하고 있는 비트코인 하드포크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마이크로비트코인 프로젝트의 활용 계획을 공개했다. 특히 파라과이 채굴센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활용하여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기와 30만 m² 규모의 채굴센터 부지를 확보함으로써 지속해서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 최 이사장은 “글로벌 거래소의 24시간 암호화폐 거래량은 100억 달러가 넘고, 거래량은 매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 5위권 규모의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고 자신했다. 휴고 벨라스케스 모레노 파라과이 부통령은 “파라과이 정부는 커먼즈 재단의 골든구스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고 법률 개정을 통해 세제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로써 커먼즈 재단은 남미에 블록체인 생태계를 조성하는 첫 번째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 셈이다. 올해 2월 오픈한 골든구스 프로젝트의 홈페이지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일본어 5개 언어를 지원하며, 골든구스 프로젝트의 골드토큰이 프리세일 중이다. 골드토큰 프리세일은 6월 1일까지 홈페이지와 공식 대행사, 공식 계약된 글로벌 거래소를 통해 마이크로비트코인, 비트코인, 이더리움(ETH)으로 참여 가능하다.


지식 공유지대 프로젝트

규율을 공동체가 정하고 자원을 공동으로 관리한다는 커먼즈 정신을 지식 분야에 실천하려는 기획이 지식 공유지대 프로젝트이다. 이를 위해 지식의 자유로운 접근과 개방형 혁신을 지원하는 사회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지식, 정보생산 그리고 과학, 교육, 연구 및 문화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현실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지식의 공유와 나눔 철학이 제대로 실현되면, 가령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기술이 제약회사나 병원의 이익이 아니라 의료적 필요에 따라 개발, 활용되어 인류의 건강한 삶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지식 공유지대 프로젝트는 우선 공공자금이 투입된 지식의 공유와 나눔을 위한 사업부터 시작한다. 학술 정보의 자유로운 접근을 지원하는 오픈 액세스 운동과 국가 R&D 결과물의 커먼즈화가 주요 사업으로 꼽힌다. 유네스코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공 R&D 지출은 161개국 중 2번째로 많다. 하지만 비용을 지출한 공공이 얻는 혜택은 지출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주된 이유는 공공 R&D로 얻은 결과물에 특허를 얻고 이를 민간에 팔아 사적 소유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중들이 혁신에 다가가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개발한 연구성과는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R&D의 투입뿐만 아니라 산출에 대한 커먼즈가 요구된다. 이 지점에서 특허, 저작권과 같은 지식재산권 제도의 개혁이 절실하다. 지재권 제도의 개혁은 발명가, 창작자에 대한 새로운 보상 모델도 중요하지만, 창작자들이 서로를 배제하지 않고 협력하는 새로운 생산체계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커먼즈 재단의 운영방침과 비전

최 이사장은 자원의 공동 관리를 위한 나눔과 연대, 인류를 위한 변혁을 꿈꾸는 동료들이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의 제공이라는 커먼즈 재단의 3가지 원칙에 기반을 둔 ‘식구(CIGGU)’ 프로그램 운영계획도 밝혔다.

첫째, 창업 활동에 필요한 서류 작업 및 법적 절차, 이에 관한 처리 상담 및 지원이다. 각종 보험이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교육훈련과 법률 및 재무 관련 자문 서비스, 에인절투자 펀드 매칭 및 신청에 필요한 가이드 제공, 마이크로비트코인 활용 창업 아이템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둘째, 다양한 문화가 모이는 이태원에 위치한 ‘공동의 장(Commons Ground)’을 통해 창의적인 발상이 가능한 열린 공간, 협업이 가능한 맞춤형 사무 시설을 마련했다. 셋째, 사업 확장을 위한 지원이다. 목표 설정 및 주기적인 목표 보완 및 체크업 멘토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직군의 외부 멘토와의 어드바이징 네트워크를 형성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분야의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스타트업과 밋업(Start-up and Meet up)을 지원하고 홍보 채널 및 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커먼즈 재단의 다양한 서비스 자원을 공유하고, 자체적으로 조직된 협력자들에게 커먼즈 생태계를 조성하게 하여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글로벌한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 중이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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