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의 장’ 임대료 갈등인가? 재단 갑질인가?

이해리 기자

입력 2019-04-05 05:45 수정 2019-04-0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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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와 (재)한국지역사회교육연구원이 교육회관 사용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협의회 회원들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 교육회관에서 강제집행 중단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부착한 모습. 사진제공|협의회

■ ‘지역사회교육회관 분쟁’ 갈수록 격화…지역사회교육협의회,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故 정주영 회장이 세운 교육회관 놓고
협의회-재단법인 연구원 6년째 갈등
무상 사용 협의회 “정주영 회장의 뜻”
“재단 이사들 협의회 탄압” 국민청원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비영리 민간교육단체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협의회)와 그 운영을 지원해온 (재)한국지역사회교육연구원(연구원)이 교육회관 건물 사용 및 임대료 문제를 둘러싸고 햇수로 6년째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측은 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내용을 올리는 등 양상이 격화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소재 지역사회교육회관 건물을 등기상 소유한 연구원은 당시 건물 노화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 증가 등 재정난을 내세워 신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이를 승인하지 않으면서 연구원의 시도는 무산됐다.

이에 연구원은 그동안 건물을 무상 사용해온 협의회에 임대료를 청구하며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2018년 11월16일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연구원의 손을 들어줬고, 2심은 이달 18일 열린다. 앞서 2일 건물 명도 강제집행도 이뤄졌다.

하지만 협의회 측은 “연구원은 협의회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1988년 설립됐고 서류상 별개 기관으로 돼 있을 뿐 협의회와 연구원은 사실상 하나의 몸으로 운영돼 왔다”며 연구원의 신축 및 임대료 부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제집행을 거부하며 지역 회원들을 중심으로 석 달째 1인 시위도 벌이고 있다.

지역사회교육회관은 1969년 협의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을 맡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1994년 매입, 협의회에 제공한 건물이다. 운영상 소유권은 연구원에 있지만 그동안 협의회가 무상으로 사용해왔다. 협의회 관계자는 4일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 역시 협의회가 영구 무상으로 쓰도록 한 것으로, 이를 증명할 만한 자료와 기록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번 분쟁은 겉으로는 협의회와 연구원의 임대료 갈등으로 보이지만 내막은 복잡하다. 서로를 향한 양측의 오랜 불신에서 비롯된 갈등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협의회는 “연구원의 일부 이사가 담합해 벌이는 갑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연구원의 몇몇 이사는 2014년 전까지 협의회에서 실무자로 일했던 이들이다”면서 “교육회관 건물이 연구원 명의인 사실을 알고, 2014년부터 그곳으로 이직해 협의회를 탄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이를 알리기 위해 3일 ‘평생교육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재)한국지역사회교연구원 이사들을 고발합니다’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연구원이 공익재단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연구원의 입장은 확고하다. 연구원 관계자는 4일 “협의회가 1심 판결에 따른 미지급 임대료조차 내지 않고 있다”며 “건물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협의회에서 활동한 홍기형 전 중원대 총장,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 문용린 전 교육부장관 등 교육계 원로들이 이번 갈등 사태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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