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핫플레이스… 젊음 넘치는 ‘짜릿한 강화’가 부른다

박희제 기자

입력 2019-04-04 03:00 수정 2019-04-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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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없는 박물관인 강화도에는 외적 침입을 막기 위한 국방유적이 섬 둘레 곳곳에 남아 있다. 염하 해안도로에 있는 광성보 손돌목돈대와 용두돈대. 강화군 제공
인천 강화도가 달라지고 있다. 역사문화유산만을 지닌 ‘기억의 땅’에서 역사와 자연 그리고 삶이 어우러진 ‘거주의 땅’으로 진화한다.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한반도 역사를 지층처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도 불리는 강화도. 뜨내기 관광객은 제법 있지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초고령 지역이어서 인구 감소는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던 섬 곳곳에서 이제 10∼30대가 자주 눈에 띈다. 폐(廢)산업시설을 재생한 복고풍의 공간,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카페 겸 갤러리, 즉석에서 만든 빵과 요리를 선보이는 맛집, ‘한 달살이’ 펜션, 익스트림 레저스포츠시설과 같이 세대별 젊은이의 취향을 저격하는 핫플레이스가 속속 들어서며 섬 풍경이 변하고 있다. 근거리 단기 여행객은 크게 늘었고 중장기 체류자, 귀농귀촌 정착민, 도시 이주자 등 여러 부류 사람들이 강화도를 찾고, 삶의 터전을 만들고 있다. 인구 증가의 반전이 시작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강화도 고인돌. 강화군 제공
섬에 취한 강화 마니아

단군(檀君)성지 마니산 참성단 아랫마을인 강화군 화도면 흥왕1리에는 가옥이 100여 채 있다. 절반가량은 70세 넘는 노인들만 사는 집이고 나머지도 대개 비어 있다. 그러나 최근 3, 4년 새 도시에서 이주한 외지인들이 약 10채에 둥지를 차렸다.

이들 이주 도시민들이 ‘강화사랑’이라는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비영리법인 등록을 마친 강화사랑은 6일 창립식 겸 개소식을 갖는다. 회장을 맡은 모강인 전 해양경찰청장(63)을 비롯해 교사 금융인 기업인 화가 국악인 세무사 노무사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32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빈 농가를 빌려 내부를 회의실 겸 강의실, 영화감상실, 남녀사랑방으로 꾸며놓았다. 모 회장은 “회원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거둬 누구든 찾아오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창립을 기념한 첫 사업으로 7일 동네 인근 미루지돈대(彌樓只墩臺·국방유적지)∼동막해수욕장의 해안가(강화나들길 7코스)에서 청소를 한다. 매달 두세 차례 소규모 강연회를 열고 영화를 감상하는 정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10월 개천철 즈음에는 가을음악회, 11월경 노인을 위한 ‘장수 기원 잔치’를 열 계획이다. 회원 중에는 화가, 대금 명인, 가수도 있어 주민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강좌도 벌일 생각이다.


강화도 유명 관광지로 부상한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 강화씨사이드리조트 전경.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질감 다양한 핫플레이스

강화도 초입의 초지대교를 건너가다 보면 멀리 강화군 길상면 산 정상 전망대와 곤돌라가 어른거린다. 강화도 해안가, 외적의 침입을 막는 성곽과 진지인 5진(鎭) 7진보(鎭堡) 54돈대 같은 옛 유적들과는 사뭇 다른 현대식 풍광이다. 지난해 6월 개장한 강화씨사이드리조트다.

신생 관광지임에도 전등사 보문사 옥토끼우주박물관 등을 제치고 강화도의 첫 손 꼽히는 관광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길상면 선두리 64만5225m² 야산에 총연장 1.8km 루지코스 2개가 설치돼 있다. 국내 최장 코스다. 유럽 알프스 산악지방에서 타던 썰매에 바퀴를 단 루지를 타고 꼬불꼬불한 트랙을 신나게 내려오는 레저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곤돌라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가면 인천 도심 숲에서부터 염하∼영종도∼북한으로 이어지는 서해 전경이 펼쳐진다. 360도 회전하는 전망대에서는 파스타 같은 이탈리아 음식뿐만 아니라 순무국밥, 속노란 고구마라테 등 강화도에서 나는 농산물을 활용한 식음료도 맛볼 수 있다.

강화대교와 초지대교 사이 염하 쪽 강화해안도로 가까운 곳에 15년 전 자리 잡은 육필문학관(선원면 연동로)은 서정주 ‘난초’, 조병화 ‘나의 자화상’, 김춘수 ‘꽃’ 등 유명 시인의 육필(肉筆)원고와 배용제 이윤호 김명인 씨 등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의 친필을 전시해놓고 있다. 노희정 관장(58·시인)은 매달 둘째 주 화요일 저녁에 시낭송회를 연다. 매년 초중고교생 문학백일장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시낭송 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전통 한옥 사이, 빼어난 조경미를 뽐내는 정원이 있는 한옥 카페갤러리 도솔미술관(길상면 길상로)은 2015년 개관 이후 매달 한 번씩 다른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사진전―10년의 에티오피아를 기록하다’ 등 30회가량 전시회가 이어졌다. 건물과 정원이 아름다워 드라마와 CF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장흥저수지 인근에는 예술성 높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해든뮤지엄(길상면 장흥로)이 있다. 탁 트인 정원과 미학적으로 평가받는 콘크리트 건물이 조화를 이룬 미술관이다. 최근 폐막한 개관 5주년 기념 ‘샤갈―신비로운 색채의 미술사’ 전시회에서는 마르크 샤갈의 원작 3점과 판화 53점을 선보였다. 지난달 1일부터 8월 25일까지는 국내 원로 및 중견 작가 11명의 작품을 볼 수 있는 ‘하늘·땅·사람’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11월까지 매달 마지막 수, 목요일 오후 2시에는 모네, 고흐, 고갱, 드가 등을 주제로 한 미술사 강연과 실기 지도를 무료로 진행한다.

폐교를 단장해 20년째 문을 열고 있는 심은미술관에서는 전정우 서예가(71)가 120가지 서체로 쓴 세계 최초의 천자문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림책 전문 도서관인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불은면 덕진로)’에서는 숲속에서 그림책을 보는 이색 독서 경험을 해볼 수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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