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원룸 ‘방 쪼개기’ 여전…화재·재산권 취약

뉴시스

입력 2019-04-03 08:10 수정 2019-04-0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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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내 '불법 방 쪼개기' 적발건수 총 125건
단속 현황 파악 제대로 못해…세입자는 신고 두려워
대학생·사회초년생 주로 피해, "코 고는 소리 다 들려"



대학가에 만연한 ‘불법 방 쪼개기’로 청년층의 주거 복지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새 학기를 맞아 대학가 원룸·고시원에 입주하는 대학생들에게 ‘불법 방 쪼개기’ 주의보가 내려졌다. 건물주가 임대수익을 늘리기 위해 공간을 나눠 임대하는 방 쪼개기가 서울 내에서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서울 25개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불법 방 쪼개기는 총 125건이었다. 강남·강동·송파 등 단속 현황 자료를 갖고 있지 않은 9개 자치구를 제외한 수치다. 2017년 162건 적발된 것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여전히 단속을 피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 쪼개기는 건물주가 다세대·다가구주택의 등기부등본상 전유부분을 쪼개 더 많은 원룸을 임대하는 것을 말한다. 건축법상 승인받은 구조물을 변경·사용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엄연한 불법이다.

1개 방을 쪼개 2개, 3개로 늘리면 훨씬 많은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건물주는 방 쪼개기의 유혹을 받기 쉽다. 지난해 12월 송파구에 위치한 한 단독주택은 1가구를 14가구까지 늘려 구청에 적발된 바 있다.

방 쪼개기를 하면 공간확보를 위해 소방시설, 환기시설, 이동통로 등이 축소될 수밖에 없어 안전상 취약하다.

또한 원래 존재하는 호수를 둘이나 셋으로 나눠 임대하기 때문에 전입신고시 등기부등본에 존재하지 않는 호수를 기재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이 경우 문제가 생기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대학교 인근 원룸은 많게는 1000만원까지 보증금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주거 복지도 열악해진다. 대학생 조모(26)씨는 “윗집, 옆집에서 물 내리는 소리는 물론이고 코 고는 소리까지 들린다”며 “보증금이나 월세가 저렴해서 살고는 있지만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로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청년층은 방 쪼개기가 성행하는 원룸의 주수요층일뿐아니라 부동산 계약을 많이 해보지 않은 거래 초보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자체에서는 불법 방쪼개기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2016~2018년 불법 방쪼개기·용도변경 건수를 요청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동·서초·영등포·금천·구로·중랑·동대문 등 7곳은 단속 현황자료를 구비하고 있지 않았다. 도봉구의 경우는 3년 내내 단속 건수가 0건이었다.

지자체는 이를 적발하려면 건물 내부를 들여다봐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할뿐더러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신고로 단속이 이뤄지지만 세입자 역시 살던 집을 비우고 다른 집을 알아봐야 한다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어 소음을 견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중개업자는 “방 쪼개기를 한 주택이라면 계약서에 호수를 기재하는 것이 아니라 입구에서 정확히 어디에 위치한 방인지를 기술해주면 좋다”며 “등기부등본을 떼서 불법 건축물인지 확인하고 현장에 가서 호수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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