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5000명 시험관 아기 시술… 안전한 출산까지 철저하게 관리

박성민 기자

입력 2019-04-03 03:00 수정 2019-04-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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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의과학대학교 강남차병원

강남차병원은 2018년 11월에는 국내 최초로 남성가임력보존센터를 개설했다.비뇨의학과 송승훈, 김동석 교수가 남성의학연구팀과 함께 암환자의 정자 상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차병원그룹 제공
《 회사원 정모 씨(41·여)는 결혼 2년째 아기가 생기지 않자 올 1월부터 난임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직장 생활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는 생각에 휴직이나 퇴사도 고민 중이다. 그만큼 2세가 간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임 치료 기관을 선택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일부 병원에서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시술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만혼(晩婚)이 증가하면서 난임을 고민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난임 치료를 받은 환자는 21만1000여 명에 이른다. 의료계에서는 피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35세 이상 여성은 6개월, 35세 미만 여성은 1년 동안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난임으로 정의한다. 난임 여성들의 연령이 올라가면서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각종 부인과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난관수종 등의 난관 질환,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등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젊은 나이에 폐경이 오는 조기난소부전 환자 등 난치성 난임 환자도 많아졌다. 》


난임 원인별 맞춤형 시술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에는 정 씨처럼 다른 병원에서 난임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해 마지막 희망을 안고 병원 문을 두드리는 환자들의 비율이 높다. 이들은 수차례 시험관 시술을 받았는데도 반복적인 착상 실패나 자연유산을 겪거나 유전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의료진은 특히 난치성 질환을 앓은 난임 여성들의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시술 전 상담부터 난임 원인 파악, 임신 시도까지 환자 특성에 맞는 치료법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난임은 그 이유가 다양할 뿐 아니라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여성의학연구소는 난임 원인별 심화 치료를 위한 특수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착상 전 배아에 대한 유전학적 진단(PGT)으로 비정상 태아의 임신과 유산을 예방하는 유전학클리닉이다. 이 밖에도 △다낭성난소증후군 혹은 호르몬적 위험요인이 있는 암환자에게 시행하는 미성숙난자 시험관 아기 시술 클리닉 △난임의 원인을 수술로 치료하는 복강경자궁경 클리닉 △맞춤형 과배란 유도 및 보조 시술을 시행하는 난소 저반응군 클리닉 △반복적 착상 실패 클리닉 등을 운영 중이다.

난임 부부들은 신체적인 문제 외에도 스트레스 등 정신적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난임 치료는 다른 질병과 달리 부부의 현재 상태에 대한 의료진의 충분한 소통과 공감이 동반돼야 한다. 특히 난임 부부들은 그 절박함 때문에 지인이나 인터넷에서 얻은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임신을 시도해 온 경우가 적지 않다.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는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부부를 위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인 ‘톡투차(Talk To CHA) 무료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강남차병원은 임신 성공뿐 아니라 안전한 출산에 성공할 때까지 철저히 관리한다. 난임 시술로 임신한 여성은 고령이거나 쌍둥이를 갖는 등 고위험 임신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같은 질환으로 인해 임신 기간에 합병증이 생겨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 때문에 난임 병원에서는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과 전문 소아과 및 산부인과 의료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남차병원은 고위험 임산부 집중치료실(OICU)과 신생아집중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종합병원으로서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소아외과, 외과, 비뇨기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치과 등의 진료과목을 두고 있다. 다른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임신을 시도할 때 연계 진료를 통해 안전한 임신 및 출산의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에는 난임연구소 등 3개 연구소가 있다. 이곳에서는 70여명의 연구진들이 난임 시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각종
연간 5000명 시험관 아기 시술

강남차병원은 1986년 9월 20일 국내 민간병원 최초로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킨 곳이다. 1988년에는 세계 최초로 미성숙 난자를 통한 시험관 아기 출산에 성공했다. 2004년 강남차병원이 처음 성공한 유리화 동결 기법에 의한 난자 동결 보존 기술은 이후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또 세계 최초로 슬러시 질소를 이용한 유리화 동결 기법을 개발해 난임 치료와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와 치료 성과의 바탕에는 지속적인 투자가 있다. 강남차병원은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정자형태 선별 정자 주입술 및 실시간 배아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난자활성화, 배아활성화, 보조부화술 등의 최신 보조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배아 섞임 방지를 위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에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난임연구소와 기초의학연구소, 유전학연구소 등 3개의 연구소가 개설돼 있다. 이곳에는 70여 명의 전문 연구진이 난임과 생식학, 유전학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08년에는 보건복지부의 ‘연구 중심 난임치료 특성화센터’로 지정받았고, 2009년에는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로부터 국내 최초로 체세포 복제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승인받았다.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성인 체세포와 난자 세포를 융합한 체세포 복제 배아 줄기세포 제작에 성공해 난치병 치료와 인체 조직 재생의 새 길을 열었다.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이우식 소장은 “연간 5000여 명의 시험관아기 시술 환자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와 임상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난임 시술의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며 “강남차병원은 대한민국 난임 치료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병원으로 의료진과 연구진은 물론이고 시설 및 배양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내 첫 남성 가임력 보존센터

최근엔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미혼 남녀가 늘면서 향후 가임 능력 저하에 대비해 난자나 정자, 수정란을 동결 보존할 수 있는 가임력 보존 클리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차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난자를 보관 중인 의료 기관이다.

실제로 강남차병원에서는 2001년 백혈병을 앓는 여성이 투병 전 냉동 보관한 난자로 2010년에 출산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는 9년 전 난자를 해동해 임신에 성공한 사례로 냉동 난자 보관 기간으로는 세계 최장 기록이다.

강남차병원은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남성 가임력 보존센터를 개설해 남성의학 연구팀과 함께 남성의 가임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시험관시술 때 성숙정자선별 미세주입술(PICSI)과 정자형태선별 미세주입술(IMSI) 등의 최신 선별방법을 통해 보다 질 좋은 정자를 골라 시술을 진행한다. 센터는 극소량의 정자도 동결할 수 있는 냉동보존법 노하우도 갖고 있다.

강남차병원은 난임 치료뿐 아니라 임신이나 여성 건강과 직결되는 여성암 치료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2015년 6월 첫 다빈치 로봇수술을 시작한 후 2년 11개월 만에 로봇수술 1000회를 기록했다. 모든 수술에서 자궁 적출을 하지 않은 경우가 86.7%에 달했다. 미혼이거나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의 경우 난임센터와의 협진을 통해 향후 임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난임 시술 분야의 새로운 연구와 입증된 기술력은 해외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해외 환자들도 시험관아기 시술을 위해 강남차병원을 찾고 있다. 2017년 기준 차병원을 찾은 외국인 난임 환자는 1319명에 이른다. 건강검진, 성형외과 등과 함께 난임 치료가 ‘의료 한류’의 새로운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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