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따라가는 성공루트 대신… 4차 산업혁명 주인공에 도전”

동아일보

입력 2019-04-01 03:00 수정 2019-04-0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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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누비는 청년드림 인턴]ICT인턴십 3주년, 달라진 ‘꿈’
‘인턴에 잔심부름’ 한국과 달리… 실리콘밸리선 ‘같은 조직원’ 존중
동등하게 기회 주고 가능성 평가… ‘명성보다 소신’ 가치관 바뀌어
정부지원 ICT인턴십 취업률 72%… 美 스타트업 이어 日-유럽 확대


“예전에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누가 말하면 누군가 하겠지라고 여겼죠. 지금은 아니에요. 제가 해보고 싶어요.”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실리콘밸리 글로벌혁신센터(KIC)가 함께 진행하는 ‘ICT학점연계 프로젝트 인턴십’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밝힌 포부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년들은 ICT인턴십이 자신들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동아일보와 IITP, KIC는 국내 대학생들에게 넓은 세계로 나가 유수 기업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2017년부터 ICT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첫해 두 차례에 걸쳐 10명의 인턴을 보낸 데 이어 지난해엔 상·하반기 총 20명을 보냈고 지난달 선발된 5기 10명의 인턴이 실리콘밸리와 일본으로 출국했다.

IITP는 올 하반기에도 10명 이상의 인턴을 추가로 선발하는 한편으로 파견 지역을 미국, 일본과 함께 유럽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 4차 산업혁명 인재로 거듭나는 ‘청년드림 인턴’

ICT인턴십에 합격하면 미국 실리콘밸리와 일본 등 해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서 최소 6개월 이상 인턴으로 근무한다. 정부가 항공료와 체재비 등 1500만 원을, 현지 기업이 매월 1000달러씩 5000달러를 부담해 경제적 부담은 거의 없다. 성과도 좋다. 프로그램을 마친 대학 졸업생 14명 중 10명(72%)이 취업했다.

2017년 초 실리콘밸리 ICT 기업인 펄즈시스템스에서 인턴십을 마치고 귀국한 박일권 씨(26·서울과학기술대)는 “한국 기업에서 인턴을 할 때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주변 어른들은 박 씨가 삼성전자나 네이버에 취업하기를 바랐지만 박 씨의 생각은 달랐다. 미래 기술인 에지컴퓨팅(분산된 소형 서버가 데이터 처리) 기술을 배우기에 펄즈시스템스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IBM, 시스코 등 세계 유수 기업 출신의 회사 선배들에게 배울 것도 많다는 생각에 펄즈시스템스와 정규직 계약을 맺었다.

막연히 대기업·공기업 취업을 생각했던 박현욱 씨(25·성균관대)도 ICT인턴십에 참가한 후 진로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인공지능 분야를 공부해 자율주행 기술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확고한 꿈이 생겼다. 그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며 다른 성공의 길을 직접 본 후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자신의 꿈을 말하는 데 스스럼이 없었다. 걱정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엿보였다. 이들은 기성세대에게 “청년 세대에게 편견을 갖고 정해진 자신들의 성공 루트만을 강요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 “인턴도 정직원처럼 존중”

인턴십에 참여한 청년들은 자유롭게 일하는 미국 스타트업의 장점이 열정과 능력을 극대화시킨다고 강조했다. 대학생들이 인턴십을 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 정해진 자기 책상에 앉아서 하루 8시간 일하지 않아도 된다.

업무 성과를 내면 어디서 일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집에서 일하는 시스템(Work From Home)’을 갖춘 회사가 많았다. e커머스 회사 카팜(KarFarm)에서 인턴을 한 배다현 씨(24)는 “회사 가는 게 지겨울 때는 분위기 좋은 카페나 집에서 편한 복장으로 일했다”며 “한국 기업보다 유연성이 뛰어나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회사와의 인턴 계약을 계획보다 6개월 연장했다.

인턴이나 막내라고 해서 허드렛일만 하지 않는 것도 실리콘밸리의 다른 점이었다. 모두가 동등한 조직원으로 인정받고 적절한 역할을 부여받는다. 최고경영자(CEO)가 커피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막내가 팀 프로젝트를 주도하기도 한다.


○ 세계 유수 기업에서 잠재력 키워

“컴퓨터 언어 문제 왜 틀렸나요? 컴퓨터 언어 수준이 어느 정도죠?”(한국 기업)

“앞으로 회사에서 무엇을 하고 싶나요? 어떻게 성장하고 싶어요?”(미국 기업)

송승기 씨(27·부경대)는 올해 상반기 한국 중견기업과 미국 스타트업 펄즈시스템스에서 각각 면접을 봤다. 두 회사의 질문이 너무나 달랐다. 한국 기업은 당장 회사에 들어와 막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얼마나 잘하는지 수치화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미국 스타트업은 1, 2년 혹은 시간이 흘러 지원자가 얼마나 큰 기여를 할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가능성과 잠재력도 평가 대상이 된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실패에도 관용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었다.

ICT인턴십을 통해 올해 로봇 개발 전문기업 베어로보틱스에서 인턴을 하게 된 김유빈 씨(25·연세대)는 “로봇이 개인 비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도어(indoor) 기술’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인턴에 도전하면서 스스로 가고자 하는 소신이 중요하다고 믿게 됐다”며 “세계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일은 멋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영 jjy2011@donga.com·최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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