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구]대변인의 靑테크

이진구 논설위원

입력 2019-03-29 03:00 수정 2019-03-29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은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을 쏘겠다”고 말했다. 이후 정부는 8·2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이어 9·5, 10·24, 12·13 등 부동산 정책이 줄을 이었다. 넉 달여 후 기재부에는 청와대에서 보낸 피자 350판이 배달됐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듬해 7월 2일, 재개발 예정지인 동작구 흑석동의 2층 상가건물을 25억7000만 원에 매입했다. 공교롭게도 며칠 후인 7월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여의도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한 달 후인 8월 첫째 주 용산구와 영등포구의 아파트 값은 0.29%로 서울 전체에서 가장 많이 올랐고, 그 사이에 낀 동작구도 0.21%로 급등했다. 김 대변인은 같은 달 22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부동산 동향에 대해 김수현 사회수석을 중심으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8·27, 9·13, 9·21대책이 연이어 발표됐다.

▷김 대변인은 흑석동 건물을 사면서 은행 대출 10억2000여만 원, 사인 간 채무 3억6000여만 원 등 16억4580만 원의 빚을 냈다. 지난해 2월 대변인 임명 때 신고 재산이 약 12억 원이었으니 재산보다 많은 빚을 내 건물을 산 것이다. 청와대 관사로 이주하면서 기존 거주 주택의 전세보증금(4억8000만 원)도 건물 매입비에 보탰다. 일반인들로선 엄두를 내기 힘든 과감한 투자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주요 공직에 임명되면 있던 부동산도 처분하기 마련인데, 현직에 있으면서 새로 상가를 구입한 점이다.

▷원래 청와대 대변인에겐 관사가 제공되지 않았으나 문재인 정부 첫 대변인인 박수현 현 국회의장 비서실장 때부터 생겼다.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 시절 서울 집값이 비싸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충남 공주 출신인 박 대변인에게 경호실에서 사용하던 빌라를 관사로 제공했다고 한다. 서울에 살던 후임 김 대변인이 가족과 함께 관사에 입주한 것이 적절한 처신이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관사를 마련해준 취지가 전세보증금을 빼 더 큰 집을 사라는 뜻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