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로젝터를 생활가전으로 만들어 버린 LG전자 '시네빔 레이저 4K'

동아닷컴

입력 2019-03-28 11:47 수정 2019-03-2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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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터'라 하면 대개 회사에서나 쓰는 업무용/회의용 영상기기로 여긴다. 집에서도 영화 등을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는 가정용 프로젝터도 판매되고 있지만, 기초 설비/설치, 준비 작업 등이 만만치 않아 일반 사용자에게는 접근 장벽이 너무 높다.

그도 그럴 게, 아무리 소형 프로젝터라 하더라도 천장이나 벽면 등에 고정 설치하는 게 좋고, 영상을 띄울 대형 스크린도 맞은 편 벽면에 시공해야 하니, 프로젝터 한 대 놓으려면 거실 공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LG전자의 가정용 프로젝터 '시네빔(HU80KA)'은 이런 조건을 모두 거부한다. 생긴 모습 자체가 일반적인 프로젝터와는 확연히 다르다. 마치 이동형 보온물통 같이 길죽한 본체에 손잡이까지 달려 있다. 이걸 프로젝터로 보는 이는 (주변에) 하나도 없다.

누가 이걸 프로젝터로 보겠는가?, 출처: IT동아

손잡이가 달린 거 보니 이쪽저쪽 이동해 사용하라는 건데, 그래서 무게도 7kg이 채 되지 않는다. 손잡이로 번쩍 들어 이동 배치할 수 있다.

들고 이동하기에 불편하지 않다, 출처: IT동아

본체 위의 커버를 들어 올리면 영상을 출력하는 렌즈가 보인다. 일반 프로젝터에 들어가는 램프나 LED가 아닌, 무려 '레이저' 광원 렌즈다. 프로젝터를 좀 아는 이라면 인정하겠지만, 레이저 광원 프로젝터는 다른 램프/LED 제품보다 수명도 길고 밝기도 밝고 화질 역시 우수해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커버의 반사 거울로 영상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출처: IT동아

여기에 시네빔은 4K UHD 화질을 지원한다. 4K 화질을 지원하는 프로젝터는 시장에 그리 많지 않다. '레이저 광원에 4K UHD 지원'이라는 항목만으로 시네빔의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필자가 인정한 시네빔의 진정한 가치는, '업무용 기기, 설치 곤란한 기기'라는 프로젝터를 마치 TV처럼 누구라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건 LG전자가 참 잘하는 활동 중 하나다. 시장의 주류는 아니지만, 소비자의 편의성, 유용성을 고려한 소소한 제품을 만드는 것. 휴대용 사진인화기 '포켓포토'가 그랬고, 한때 폭발적 인기를 누린 블루투스 헤드셋 '톤플러스'가 그랬다. 최근 해외전시회에서 공개한 캡슐 맥주제조기 '홈브루'나 피부 관리 LED 마스크인 '프라엘'도 결이 같다. '의류건조기'와 '의류관리기'라는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를 만든 '트롬'과 '스타일러'도 마찬가지다.

3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 기기임에도 사용법은 정말 단순하다. TV와 완전히 동일하다. 천장이나 벽면 등에 고정 설치할 필요도 없고, 스크린도 있으면 좋지만 굳이 필요 없다. 2,500 안시(안시루멘: 촛불 2,500개를 동시에 켠 밝기)를 지원하니 꼭 스크린이 아니더라도 선명한 영상을 출력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스크린 없이, 대낮에 등만 끄고 회색 벽면에 4K 화질의 유튜브 영상을 출력한 것이다. 사진 촬영으로 화질과 색감이 저하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밝고 선명한 영상이다.

회색 벽지에 영사한 4K 유튜브 영상, 출처: IT동아

이처럼 흰 바탕이나 회색 바탕의 벽면에 영상을 출력해도 아무 불편 없으며, 빛이 어느 정도 있어도 영상을 보기에 큰 무리 없다(물론 어두운 환경에서는 더욱 선명하고 또렷하게 출력된다.)

시네빔으로 보는 4K UHD 영상은 '프로젝터'라는 본분을 잊게 할 만큼 놀랍도록 선명하고 또렷하다. 색감도 좋고 명암 구분도 분명하다. 이런 프로젝터라면 TV를 대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색감이 화려한 영화인 '레디 플레이어 원'이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출력하니, 영상에 그대로 빠져들 정도로 시선을 붙잡는다.

화려한 영상을 볼 때 시네빔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IT동아

한편 윗면 커버에는 반사 거울이 있어, 이 거울 각도를 조절함으로써 영상의 위치를 원하는 대로 변경할 수 있다. 즉 제품을 기울일 거 없이, 커버를 조절해 벽면이나 천장 등 적절한 영역에 영사하면 된다. 그에 따라 화면 각도는 자동으로 조정된다(오토 키스톤 기능).

더불어 모든 조작은 TV처럼 직관적이다. 영상의 크기나 초점은 측면의 두 개의 다이얼로 조절하면 되고, 화면 메뉴 조작은 화살표 조작 버튼으로 가능하다. 모든 조작은 리모컨 사용이 편하지만.

리모컨은 화면 내 빨간색 포인터로 사용할 수 있다, 출처: IT동아

본체에는 7W 짜리 스피커 두 개가 들어 있으니 (웅장한 사운드까지는 못되더라도) 소리도 제법 크게 들을 수 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꽂을 수 있는 단자(3.5파이)도 있어, 헤드폰을 쓰고 영화를 본다면 더할 나위 없다.

입력 단자는 USB(3.0 1개, 2.0 1개), HDMI 2개, 유선 랜 1개, 공중파/케이블TV 단자 각각 1개, 오디오 광출력 단자(S/PDIF) 1개 등, 영상기기로서 제공돼야 할 입력 단자는 대부분 갖췄다. 이외 와이파이 및 블루투스 무선 연결도 지원한다. 프로젝터로서 완전한 스마트TV의 구성이다.

주요 입출력 단자(왼쪽부터 공중파 안테나/UHD 안테나/광채널 오디오/USB 3.0/HDMI/유선 랜), 출처: IT동아

소소하게 기특한 건, 전원 케이블을 본체 안으로 말아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본체 아래의 케이블 버튼을 누르면 케이블이 후루루룩 감겨 들어간다. 진공청소기의 케이블 처리를 떠올리면 된다. 이동할 때 요긴하다.

본체 하단의 버튼을 누르면 전원 케이블이 말려 들어간다, 출처: IT동아

이외 시네빔은 '웹OS(WebOS 3.5)'를 내장했다. 자사 스마트TV에 들어가는 운영체제인데, 아래 다시 설명한다.

자 그럼 시네빔으로 뭘, 어떻게 볼 수 있는가?

HDMI 단자가 (두 개) 있으니 가정 내 IPTV 셋탑박스를 연결해 TV를 시청... 아니 '관람'할 수 있다. 최근에는 UHD 방송도 간간이 송출되니 TV가 아닌 프로젝터로 UHD 방송을 볼 수 있다. 노트북이나 가정용 게임기(플레이스테이션, XBOX) 등을 HDMI로 연결해도 좋다. USB 메모리에 영화, 영상 등을 복사해 USB 단자에 꽂아 재생해도 된다.

USB 메모리에 영상/사진을 저장해 출력할 수 있다, 출처: IT동아

내장된 LG 웹OS는 시네빔의 활용도를 대폭 넓혀준다. 유선/무선 인터넷 연결을 통해 웬만한 멀티미디어 재생을 모두 가능케한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기본이고, 푹(pooq), 티빙(Tving), 벅스, 왓차플레이, 채널플러스, PC 연결, 인터넷 서핑, (네트워크 공유폴더) 스트리밍 음악/영상 재생 등, 사실상 거의 모든 인터넷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리모컨 하나로 이용할 수 있다(블루투스로 키보드/마우스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웹OS를 통해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기본 사용할 수 있다, 출처: IT동아

다른 서비스들은 차치하더라도 넷플릭스와 유튜브, 푹, 왓차플레이 등을 기본 지원하는 건, 영상기기로서 시대 트렌드를 반영하는 결과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를 최대 150인치 화면의 4K 프로젝터로 '간편히' 관람한다는 건 (넷플릭스 영화를 주로 노트북으로 보는 이들에겐) 그저 축복이다.

넷플릭스 콘텐츠는 큰 화면으로 봐야 제맛이다!, 출처: IT동아

추가로, NAS와 같은 네트워크 공유장치가 있다면, 이에 직접 접근해('사진/동영상' 메뉴) 사진이나 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자막 파일(smi)도 지원하니, 프로젝터이면서 동시에 미디어 플레이어다.

언급한 대로, 화면 크기는 영사 거리에 따라 최대 150인치까지 크게 할 수 있다. 100인치 정도만 되도 거실에서는 사실상 극장처럼 느껴진다.

이를 테면, 새벽에 혼자 거실에서 시네빔을 통해 넷플릭스 영화를 150인치 영상으로 보는 경우, 사운드는 유선 또는 블루투스 무선 헤드폰으로 듣는다면 영락 없이 극장이다. 어떤 사전 설치/준비도 필요 없고, 전원 케이블 꽂고 거실 적당한 곳에 세워두고 넷플릭스 로그인만 하면 된다. 제목대로, 업무용 프로젝터를 일상용 영상가전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블루투스 지원하는 외부 스피커가 있다면 이와 연결해 사운드를 외부 출력할 수 있다. 성능 좋은 스피커라면 극장 못지 않은 음질까지 곁들일 수 있다.

환경/공간에 따라 본체를 뉘여 영사할 수도 있으니, 집안 이곳저곳에 적절히 배치할 수 있다. 특히 침대 곁에 두고 천장에 영사해, 누워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편안함은 시네빔이 아니면 체험하기 어렵다. 요즘 같은 프로야구 시즌에 스포츠 경기 볼 때도 좋다.

프로야구 경기를 프로젝터로!, 출처: IT동아

전반적인 디자인은 좀 투박한 듯하지만(그리 고급스러워 보이진 않지만), 어차피 이건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니 받아들이기로 한다.

역시 가격 앞에 멈칫하게 된다. 현재도 300만 원대가 넘는데, 사실 4K UHD 화질에 레이저 프로젝터라면 다른 제조사 프로젝터도 수백 만원대다. 더구나 웹OS 기반의 사용자 친화적인 기능과 인터페이스라면 이 가격대를 충분히 인정할 만하지만... 그래도 평민으로서는 선뜻 지갑을 열기에는 망설임이 생긴다. (12개월 할부라 해도…)

TV같은 생활가전이 된 LG 시네빔 프로젝터, 출처: IT동아

끝으로, LG전자는 최근 2019년형 시네빔 4개 제품을 새로 출시했다. 초단초점 모델인 'HF85FA', 'HF65LA', 레이저 모델인 'HF80LA', LED 모델인 'HF60LA'다.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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