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뭘했나” “경영진 비방이 안건인가”… 주주-민노총-시민단체 몰려 고성 삿대질

변종국 기자

입력 2019-03-28 03:00 수정 2019-03-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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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주총장 안팎서 충돌
조양호 회장 이사 연임안 부결에 “안타깝다” “주주의 심판” 엇갈려


“조양호 회장 때문에 회사에 손실이 생겼는데 이사회는 어떤 논의를 한 겁니까?”

“경영자 비방은 주주총회 안건이 아니잖아요. 그런 말은 국회에서나 하세요.”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장은 시작부터 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일부 주주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이른바 ‘갑질’ 행태와 경영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고, 다른 주주들은 주총 안건과 상관없는 발언은 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주총은 1호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 건부터 삐걱거렸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와 대한항공 직원연대 등의 주주 대리인으로 참석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주발언에서 “총수 일가의 황제 경영으로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자 주총장은 삿대질과 고함이 오가는 난장판으로 급변했다.

조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주주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안건과 상관없는 말은 하지 마라” “국회에서나 하라”며 따졌다. 의장이 사태 수습에 나서 장내를 겨우 진정시켰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엔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이 총수 일가에 대한 수사를 거론하며 “회사에 수백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는데 이사회에서 무슨 역할을 했느냐”고 하며 또다시 시끄러워졌다. 주주들 사이에 과격한 공방이 이어지면서 통상 30분이면 끝나던 주총이 이날은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세 번째 안건이었던 조양호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부결되자 희비가 엇갈렸다.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주주권 행사 시민행동’의 한 회원은 주총이 끝난 뒤 “우리나라 재벌 총수가 주주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결에 실망한 한 주주는 “실적도 좋은데…. 조양호 회장의 연임이 부결됐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날 주총장에는 조 회장 연임을 지지하는 주주부터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 민변, 참여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연임을 반대하는 단체들이 다수 참여했다. 예상보다 주주들이 많이 몰리는 바람에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주총이 시작됐다. 주총에 앞서 대한항공 본사 밖에서는 조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고, 오전 7시 30분에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 의결권 행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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