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 빠진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연임 부결…이유는?

김현수기자 , 변종국기자

입력 2019-03-27 20:24 수정 2019-03-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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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7일 주주들의 반대로 대표이사직을 잃게 되자 대한항공은 충격에 빠졌다. 국민연금 뿐 아니라 외국인 및 소액주주도 반대표를 적지 않게 던진 것으로 파악돼 29일로 예정된 한진칼(대한항공의 최대주주) 주총에서 ‘표심’이 어떻게 분출될지를 긴장 속에 주시하고 있다.


● 외국인, 소액주주 일부도 마음 돌렸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73.84%(7004만946주)가 사전의결권을 행사했다. 우기홍 의장은 “사전 위임장을 포함해 의결권 행사 내역을 확인해보니 조 회장 연임안에 대해 찬성 4489만1614주(64.1%), 반대 2514만9332주(35.9%)로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를 충족하지 못했기에 부결됐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지분율 11.56%)만 아니라 외국인 주주(20.50%)와 일부 소액 주주들이 반대표를 사전에 행사했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등이 조 회장 연임안에 대해 반대투표를 권고했고, 해외 공적연기금도 줄줄이 연임안에 반대한다고 밝히면서 외국인 주주들이 영향을 받았다.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박재완 사외이사, SK㈜ 최태원 회장 사내이사 연임안 등에도 반대했지만 실제 주총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과 달랐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해외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ESG(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 투자 지침을 따르는 기관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종차별 문제에 휘말린 미국 피자 체인 파파존스 창업자가 이달 초 주주반대로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대한항공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사 선임안은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라는 정관을 만든 게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이사 선임안은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되는데 대한항공은 2000년대 초 글로벌 헤지펀드 등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피하기 위해 이사 선임 기준을 3분의 2로 바꿨다. 다른 기업들은 당시 선임 기준을 높였다가 과반으로 다시 기준을 바꾼 곳이 많다.


● 조 회장,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 참여

대한항공은 조 회장, 장남 조원태 사장, 우기홍 부사장 등 3인 각자대표체제였지만 앞으로는 2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조 사장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 회장이 당장 대한항공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대한항공의 지분 29.96%를 가진 한진칼의 대표이사이기도 하고, 회장으로서 경영에 참여할 뜻도 밝히고 있다. 신세계그룹 등 일부 기업 대주주는 미등기 임원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기업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영권이 제한될 수 있다. 주주 행동주의 강화, 이사회 독립성 강화 추세로 미등기 임원 대주주의 이사회 장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한진그룹은 29일 한진칼 주총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진칼의 2대 주주인 토종 사모펀트 KCGI(12.01%)가 조 회장 측(28.95%)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쟁점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과 한진칼의 정관변경 안건이다. 국민연금은 ‘배임, 횡령으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자를 이사직에서 즉시 해임하고 3년간 재선임 하지 못한다’는 정관변경 안건을 주총에 냈다. 현재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 회장을 겨냥한 것이다. 이 정관이 통과될 경우 조 회장은 재판 결과에 따라 한진칼에서도 물러날 수 있다.

김현수기자 kimhs@donga.com
변종국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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