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일 잘할 시기에 ‘경단녀’…기혼여성들 재취업 발판 ‘위커넥트’ [퇴근길 사회]

김수연기자

입력 2019-03-27 16:41:00 수정 2019-03-27 16: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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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더니 ‘여성 대표’가 거의 없었습니다. 출산, 육아, 노부모 부양 등을 떠맡아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죠.”

20일 서울 상수동에 위치한 벤처지원 공간 ‘카우앤독’에서 만난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32)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14년 처음 소셜벤처 업계에 발을 디뎠다. 6개월짜리 인턴직에서 승진을 거듭해 공동대표에 오를 정도로 일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 대표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과 같은 ‘여성대표’를 찾기가 어려웠다.

한국 사회에선 대학교육까지 받은 여성들 중 상당수가 출산과 육아의 장벽 앞에 경력단절여성이 된다. 미혼인 김 대표는 그제서야 몰랐던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 MBA 재학 중 한 땀 한 땀 만든 서비스

사회 초년생 시절 입시업체에 다녔던 김 대표는 5년차 무렵 평소 관심을 뒀던 소셜벤처 회사에서 인턴을 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직했다. 다행히도 사회적 기업에서의 업무는 김 대표의 적성에도 잘 맞았다. 2017년 그는 현장에서 배웠던 지식을 정리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카이스트의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에 등록했다.

첫 학기 김 대표는 ‘내가 풀어야 할 사회적 문제는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그 때 떠오른 게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좋은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늘 구인난에 시달리는 사회적 기업과 경력단절 여성을 연결하면 모두에게 좋을 것 같았다.

2017년 8월 페이스북 계정에 손수 제작한 카드뉴스 형태로 구인정보를 올리며 서비스 테스트에 들어갔다.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어설픈 광고였지만, 3명이나 지원서를 보냈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었다. 그는 몇 번의 테스트 서비스를 거친 뒤 지난해 1월 정식으로 ‘위커넥트’ 서비스를 열었다.

운영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현재까지 위커넥트는 약 38명의 경력단절 여성들을 기업에 연결했다. 참여기업 대부분은 사회적 기업이다.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유연근로제, 원격근무 등을 허용하는 회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던 탓에 일반 사기업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김 대표는 “채용기업이 얼마나 많이 연결됐는지도 중요하지만, 회사와 구직여성 양쪽 모두를 얼마나 만족시켰는지, 지원자가 얼마나 근속했는지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위커넥트 측은 구직자 매칭 이후에도 첫 달에는 매주 한 번씩 통화를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티타임(tea time)을 가지며 총 3개월 간 사후 관리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위커넥트 홈페이지를 통해 구직활동을 하는 것에는 별도의 수수료가 없다. 단, 회사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회사가 “○○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고 의뢰하면 회원들을 대상으로 적합한 사람을 찾고, 연결이 되면 첫 달 급여의 8.3% 정도를 회사가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외부 재단을 통해 펀딩받은 재원을 통해 ‘채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 가장 일 잘할 시기에 ‘경단녀’

위커넥트를 통해 회사를 찾는 구직자들의 평균 나이는 37살이다. 결혼시기가 더 늦어지고 있어 아이를 30대 초중반에 낳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생긴 현상이다. 보통 8~10년 정도 일하고 경력 단절된 여성들의 비중이 가장 높다. 팀의 허리 역할을 하며 가장 역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기에 출산과 육아로 직장을 떠나는 여성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흔히 경단녀라고 하면 ‘그만둬도 될만한 직장이니 그만 뒀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런 생각도 편견이라고 말한다. 가계소득을 기준으로 비교해보자면 맞벌이를 해야만 생계가 유지되는 가정에선 오히려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부 중 한 사람이 일을 그만두는 게 여러모로 좋은 중상위 소득 가정의 경우 여성들이 좋은 스펙을 가지고도 회사를 그만두기도 한다.

위커넥트를 통해 구직을 하는 여성들 중에는 LG, 현대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일하다 온 재원들도 여럿이다. 이들은 능력이 없다기보다는 육아와 병행하도록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직장을 찾는 게 어려워 경력단절로 살고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의 회사도 위커넥트를 통해 재취업에 성공한 기혼여성들이 활약하고 있다. 사무실은 서울 상수동에 있지만 세종시로 이사갈 수밖에 없었던 한 임직원은 재택근무를 병행하며 계속 근무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생을 둔 엄마인 운영매니저도 월요일에만 출근하며 원격으로 일하고 있다.

위커넥트는 구인·구직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경력단절 이전의 전문분야’와 관련 있는 곳을 추천한다. 당장 생계를 위해 단순 저임금의 일자리를 알선하는 게 아니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연결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경단녀의 재취업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일 잘하는 사람을 채용하려면 ‘위커넥트에서 찾으면 된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며 “아이를 키워낸 엄마들의 책임감이 일터에서도 발휘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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