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입력-배터리-무게 3박자로 유선청소기 쓸어낼것”

허동준 기자

입력 2019-03-27 03:00 수정 2019-03-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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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청소기 ‘삼성제트’ 개발팀

삼성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삼성 제트’ 개발진이 제트를 소개하고 있다. 왼쪽은 김신 청소기 개발랩 수석연구원, 오른쪽은 정유진 청소기사업 상품기획담당 상무. 삼성전자 제공
무선청소기도 프리미엄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11년 영국 업체 다이슨이 ‘V2’를 국내에 출시한 데 이어 2017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무선청소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같은 해 청소기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했던 무선청소기는 지난해 1년 만에 80%까지 급성장했다. 시장이 변하면서 판도도 바뀌었다. 2017년까지 전체 청소기 시장 국내 1위를 굳건히 지켰던 삼성전자가 LG전자 등과 각축을 벌이게 된 것. 삼성전자는 ‘유선청소기를 완전히 대체하겠다’는 목표로 1년 반이 넘는 개발 기간에 30회 넘는 소비자 사전 조사를 거쳐 지난달 7일 ‘삼성 제트’를 출시했다.


○ 시장 조사 30여 회 거쳐 개발

삼성 제트 개발팀 고민의 시작은 청소기의 흡입력이었다. 유선청소기를 대체하기 위해선 유선청소기의 평균 흡입력인 200W 이상을 달성해야 했다. 제트를 업계 최대 수준인 200W 흡입력으로 출시한 이유다. 흡입력이 강해지는 만큼 배터리는 빨리 닳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청소기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어 고민이었다.

정유진 삼성전자 청소기사업 상품기획담당 상무는 “10여 년 전 무선청소기에서 100W 흡입력만 내려 해도 모터와 배터리 크기가 상당했는데 이제는 200g 모터와 삼성SDI에서 개발한 570g 배터리를 장착해 1kg이 채 되지 않는 무게로 큰 흡입력과 최대 사용시간 60분을 동시에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강하게 빨아들인 먼지가 외부로 다시 배출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도 문제다. 흡입력이 강해지면 그 힘 때문에 청소기 안에 들어온 미세먼지가 외부로 빠져나가기 쉽기 때문이다. 제트는 A4용지 크기의 고성능 필터를 장착해 청소기 안으로 흡입된 미세먼지 등이 밖으로 다시 배출되는 것을 99.999% 차단했다.

김신 삼성전자 청소기개발랩 수석연구원은 “흡입력이 강해지면 배터리가 무거워지고 외부로 나가는 먼지도 많아진다는 고정 관념들을 하나씩 깨나가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개발팀은 기능뿐 아니라 소비자 의견 조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개발 단계부터 제품 출시까지 1년 반 동안 내외부 사전 조사를 30여 회 실시했다.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외부 조사 2회를 포함해 적게는 50명, 많게는 100명씩 사업장 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전 조사를 수시로 진행했다. ‘제트’란 이름도 ‘밀레니얼 세대’인 신입 사원이 만들었다.

개발진은 “모크업(Mock-up·모형) 테스트까진 좋았는데 실제 사출물이 나온 다음 ‘그립감이 달라진 것 같다’, ‘손가락이 아프다’는 반응이 나와 체감 무게를 줄이기 위해 설계를 새로 하면서 출시도 예상보다 더 늦어졌다”고 전했다.


○ 10년 사용 기간 압축한 혹독한 테스트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내 청소기신뢰도랩에서는 하루 종일 수십 대의 청소기가 돌아가는 ‘우우웅’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청소기를 바닥에 내려치는 ‘쿵’ 소리도 연이어 들린다. 사용자가 청소기를 평균 10년 사용한다고 가정하고, 이 기간을 압축해서 끊임없이 테스트하는 내구성 테스트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제트는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주행 모드를 ‘최강’으로 해놓고 최소 20만 회를 왕복해야 한다. 벽면에 부딪치는 충돌 시험은 최소 1만 회, 제품을 약 75cm 높이에서 내려치는 상하 충격 시험은 5000회를 통과해야 한다. 브러시 회전은 10만 회, 디스플레이 버튼은 3만 회 작동해야 하고 모터는 1800시간 동안 돌아간다.

김 수석은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인 만큼 오래도록 고장 없이 최초 구매 때 성능을 유지하며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본, 가혹, 한계까지 3단계 테스트를 수만 회 거듭해 차원이 다른 내구성을 갖도록 신경썼다”고 자신했다.

탄탄한 사전 조사와 강도 높은 내구성 테스트를 거쳤기 때문인지 삼성 제트의 출시 초기 반응이 뜨겁다. 지난달 7일 출시 이후 일시적으로 물량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등 회사 기대를 웃돌고 있다고 한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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