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케어부터 체지방 감소까지… 장내 유익균을 키워라

홍은심 기자

입력 2019-03-27 03:00 수정 2019-03-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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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미생물
정부, 2023년까지 총 80억원 투입… 한국인 장내 미생물 뱅크 구축
프로바이오틱스, 유익균 증가시켜 장내 세균 균형 유지하는데 효과


미세먼지에 대한 알르레기 반응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카제이 HY2782’. 한국야쿠르트 제공

피부 면적의 200배, 인체 거름막의 최전선, 소화의 마지막 단계. 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역할을 담당한다. 면역물질의 70%는 장에서 만들어진다. 장은 비타민을 생성하고 콜레스테롤과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미생물을 통틀어 인체 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수는 인간 세포의 2배 이상 이며 미생물 유전자 합은 인간에 존재하는 유전자의 100배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중 미생물이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부위는 장이다. 장 내 마이크로바이옴은 복잡하고 다양한 미생물 군집으로 이뤄져있다. 장이 건강하지 못하면 온몸이 신호를 보낸다. 장 속에 살고 있는 100조 마리의 세균은 여드름과 같은 피부 트러블, 변비, 두통, 용종, 대장암과 같은 질병에 영향을 미친다.

장내 미생물 연구 확대, 변 이식 치료법도

프로바이오틱스로 대표되는 장내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제2의 게놈 프로젝트로 평가 받고 있다. 국가차원의 경쟁도 뜨겁다. 미국은 2008년부터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국, 일본도 2008년부터 연구에 착수해 우리나라보다 2, 3년가량 기술력이 앞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까지 총 80억 원을 투입해 한국인 장내 미생물 뱅크 구축과 활용 촉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강한 한국인 장내 미생물을 확보해 유전정보를 분석하고 신약, 건강기능식품, 관리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기업, 연구소에 분양할 계획인 것이다. 민간기업도 연구에 착수했다. 일동제약은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엠디헬스케어와 함께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난치성질환 극복에 나서기로 했다. 식품업체는 한국야쿠르트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함께 류머티스관절염 제어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바이옴의 한 영역으로 장내세균을 이식해 대장염을 치료하는 변 이식도 새로운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4년 미국 MIT 공대 생물공학 교수가 만든 공생세균 병원에서는 개인의 장내 세균 조성을 검사한 뒤 비만, 배앓이를 치료한다.

건강한 사람의 장내세균을 통째로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먼저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물에 섞는다. 그리고 물 위에 뜨는 균을 모아 상대의 항문으로 주입하면 된다. 현장에서 맨투맨 방식으로 옮길 수도 있고 동결 건조로 보관도 가능하다. 주사제가 아니어서 감염 위험이 적다.

국내에서도 3, 4년 전부터 장내세균 이식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치료 성공률은 80% 정도다. ‘변 이식’ 치료법은 한국·중국의 고의서(古醫書)에도 언급돼 있다. 어린이의 변을 약으로 사용해 다양한 질병을 치료했다는 기록이다. 심지어 일부 동물들도 동료의 변을 먹어 장내 세균의 구성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체지방 감소까지

장이 인체 건강의 핵심이 되는 이유는 바로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 때문이다. 장내는 유익균, 무해균, 유해균 등이 살고 있다. 유익균이 유해균의 해로운 작용을 막으면서 균형을 이루면서 지낸다.

그렇다면 장내 유해균과 유익균의 비율은 어떻게 구성되는 것이 좋을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2 대 8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끝없이 장벽을 뚫고 인체로 들어오는 유해균의 공격을 면역세포가 제거하면서 면역력을 길러낸다. 유익균들과 유해균은 서로의 성장을 억제하는 전쟁을 하는데 유익균들은 유해균과 싸우면서 힘을 기르게 된다.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가 한국야쿠르트와 공동 연구한 ‘특허 유산균 MPRO3’ 결과에 따르면 대장암 수술 후 회복기 환자에게 MPRO3를 섭취했을 때 배변, 가스배출, 염증 반응과 같은 장기능 지표가 조기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유익균과 유해균의 비율이 5 대 5에서 8 대 2로 유익균이 증가하고 장내균총 균형에 따른 대장기능 정상화에도 효과가 있었다. 이인규 가톨릭의대 교수는 “이번 실험으로 프로바이오틱스가 유익균을 증가시키고 장내 세균 균형을 유지하는데 효과적임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프로바이오틱스의 기능은 다양하게 조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유산균의 또 다른 기능이 밝혀졌다.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HY7714’는 피부 보습과 주름 개선의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갖춘 원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기능성 원료 인정을 받은 이 성분은 건강한 산모의 모유에서 분리했다.

체지방을 감소해주는 유산균도 있다. 김치에서 분리한 ‘락토바실러스 커베터스 HY7601’과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KY1032 2종’은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유의적으로 감소한 결과를 나타내며 세계 학술지 아테로스콜로시스(Atherosclerosis)에 게재됐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유산균 조성물을 이용한 미세먼지 보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락토바실러스 카세이 균주를 포함하는 미세먼지 독성에 대한 세포 및 조직 보호용 조성물’ 특허 등록에 성공했다. KIST가 연구에 사용한 유산균은 한국야쿠르트가 사람의 장에서 분리해 사용 중인 ‘락토바실러스 카세이(Lactobacillus casei) HY2782’ 균주다. 토양에 서식하는 ‘예쁜꼬마선충’에 미세먼지를 투여했을 때 생장과 생식능력이 감소했다. 하지만 이 벌레에게 HY2782 균주를 먹였더니 미세먼지에 의한 독성에서 유의적으로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바이오틱스와 함께 섭취해야 효과 높아져

프로바이오틱스가 증식하기 위한 핵심은 뭘까? 바로 장내환경이다. 장내환경을 최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음주, 흡연, 스트레스 등을 피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몸속에 들어온 유산균이 알아서 자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유익균이 증식할 수 있는 충분한 먹이, 프리바이오틱스가 있어야 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살아있는 생균으로 생존에 필요한 먹이가 없다면 증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먹이가 충분하고 최적의 환경이 갖춰진다면 유산균 단 1마리가 하루에 2500억 마리까지 증식이 가능하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유산균의 먹이가 되는 성분으로 주로 바나나, 양파, 아스파라거스, 우엉, 마늘, 벌꿀, 치커리, 돼지감자와 같은 식품에 많이 들어있다.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식품 등은 유해균의 증식을 강화시켜 프리바이오틱스의 효능을 떨어뜨린다. 미국 연구팀이 고기만 먹는 사람, 채소만 먹는 사람을 구분해 장내 유산균수를 측정했더니 고기만 먹는 쪽의 프리바이오틱스가 월등히 적었다.

프리바이오틱스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음식을 오래 씹어 먹는 습관은 입자가 큰 음식물 덩어리가 장에서 유해균의 먹이가 되는 것을 막아준다. 심재헌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은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되는 다양한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섭취했을 때 프로바이오틱스가 자가 증식하며 장 케어의 효과가 더욱 높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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